자식도 마찬가지겠지
자식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있어도 걱정이고, 없어도 걱정이다.
난임치료는 마치 언제 들어올지 모를 세입자를 위해 끊임없이 인테리어에 투자를 하고, 공인 중개사를 여럿 만나기도 하며 집을 쓸고 닦고 재정비를 하는 과정처럼 느껴진다.
공인중개사는 난임병원 혹은 주치의 선생님과도 같은데, 가끔 답답한 마음에 공인중개사에게 한풀이를 하거나 전담 공인중개사를 바꾸기도 한다. 공인중개사는 세입자가 우리에게 찾아오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확률을 높여주는 것에 가깝기 때문에 그도(혹은 그녀도) 어쩔 방도는 없다.
결국 세입자가 우리 집을 선택할지 하지 않을지는 알 수가 없고, 선택을 하더라도 언제 올진 누구도 알 수 없다.
어차피 이 불확실함을 견디기로 선택했다면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이 시간을 보다 편안하게 보낼 수 있을까?
얼마 전 읽은 책 [아직도 가야 할 길]에서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사는 동안 책임져야 할 것과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을 분간하는 것이 실존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이다.
나의 삶에서 책임져야 할 것은 아이가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부모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겠지.
반면에 내가 책임질 필요가 없는 것은 아이가 찾아와 줄 수도 있고,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결국 생기지 않는 결과일 것이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삶의 결과와 미래는 결코 내가 책임질 수가 없을뿐더러 더 명확하게는 책임을 질 필요가 없음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이렇게 내가 책임을 져야 할 것 그리고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면서 일부분 마음이 편안해진 것은 내가 책임질 필요가 없는 문제에 대해 지나친 간절함과 얽매이는 감정을 약간은 내려놓을 수 있게 된 점과 관련이 높을 것이다(*배아 이식 후 피검사로 임신여부 결과를 알 때까지 임신 테스트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을 수 있었다. 임신 테스트기를 사용했다가 만약 비임신을 추측하는 결과를 받아 들었을 때 유지해야 하는 호르몬 약제 및 주사, 질정 등에 대한 무의미함으로 불필요한 좌절감과 짜증까지 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삶에서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부분도 꽤 많다는 것을 우리가 잘 알고 있다면 아주 조금은 수월한 마음이 들진 않을까?
사는 동안 책임져야 할 것과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을 분간하고, 그럼에도 책임져야 할 것에 최선을 다하고, '아직도 가야 할 길'을 나서는 우리의 삶을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