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가슴에 멍울이 만져진다.
검사를 받는 날
이 순간에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붙잡아 놓기 위해 창을 열었다.
언제부턴가 가슴에 멍울이 만져졌다.
처음 며칠은 애써 모른 체했다.
검사 일정을 미룬 건 두려움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우간다에 가기 전이었다.
돌아오면 검사를 받아야지 했지만 날짜를 잡기엔 일정이 너무 많았다.
몸이 가장 먼저라는 건 당연히 알지만 두 주간 자리를 비우고 난 후의 일정을 펑크 내긴 어려웠다.
아무에게도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이런 이야기를 하기에는 맡고 있는 게 너무 많다.
그러다 가슴 무너지는 몇 가지의 이야기를 겹쳐 들은 날 홀로 감당하기가 어려운 마음에 글쓰기 모임에서 멍울이 만져진다 한 줄을 적었다.
글 한 줄로 상황을 파악해 준 세심한 선생님 덕에 몇몇 분들에게 알려졌고 내 자의와 상관없이 검사 날짜가 잡혔다.
그게 오늘이다.
지금 나의 감정은 약간의 두려움, 희미한 슬픔, 미지에 대한 불안, 빛처럼 새 나오는 기대와 애써 찾는 감사이다.
검사 후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과 결과를 들은 후에는 또 다른 감정들이 찾아오겠지.
애써 찾는 감사를 종교적 과제처럼 하고 싶지는 않다.
정말로 감사한 걸 감사하는 시간으로 보내고 싶다.
오늘 눈을 떠 24시간이 주어져서 감사하다.
고통도 살아있기에 느끼는 것.
이번 검사를 계기로 애써 꾹꾹 눌러왔던 고통과 아픔들도 하나 둘 꺼내어 직면해 보기로 한다.
검사가 바로 잡힌 것,
여차하면 바로 조직검사까지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한다.
그 병원들이 집 근처에 있는 것도.
그리고 이 시간을 보냈을 분들의 감정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어서 감사한다.
이제 심호흡 한 번 하고 다녀와야지.
잘 다녀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