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진단 후 한 달
손님이 찾아왔다.
어느 날 만져진 멍울은 커져버린 암세포였고, 나는 C코드 소유자가 되었다.
암 진단을 받은 후 한 달이 지났다.
새로운 일상이 시작됐다.
지난 3~4년은 사실 말도 안 되는 스케줄로 살아왔다.
하루도 제대로 쉴 수가 없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살면 아플 걸 알았지만 멈추기엔 명분이 없었다.
해야 하는 일, 하고 싶은 일, 꼭 안 해도 되지만 내가 조금 함께 하면 잘 해결되는 일, 하기 싫지는 않지만 그만두면 더 좋을 것 같은 일들이 섞여 있었다.
주변 많은 이들이 일을 그만두라고 했다.
하지만 나와는 더 하자고 했다.
나를 함께 일하면 좋은 사람이라고 여기는 것이 감사했지만 일을 그만둘 수 없는 여러 이유가 되기도 했다.
암진단은 프리패스가 되었다.
이제는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만이 남았다.
새로이 살게 된 일상에 쉼표가 생겼다.
한가로이 산책하고,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먹고, 가족들과 여행을 갈 수 있게 되었다.
스트레스도 절반으로 줄었다.
기다린 손님은 아니지만,
막상 오셨으니 잘 대접해야겠다.
투병하지 않으려 한다.
수용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치료를 통해 크기를 줄이고 언젠가는 고이 떠나보낼 날도 오기를.
행여 원하는 결과가 오지 않을지라도
손님으로 인해 새롭게 살고 있는 일상은 꽤 맘에 든다.
안녕, 유방암씨.
반갑다고는 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찾아와 주어서 제 삶이 훨씬 더 풍성한 건 사실이네요.
우리 잘 지내다 헤어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