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울이 딱딱하고 크네요.
3.5센티미터 정도예요.
어? 아래에도 뭐가 보여요.
넓게 퍼져있어서 좀 안 좋은 것 같아요.
임파선도 부어있고 혈관도 좀 늘어져 있어요.
조직검사를 해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모든 게 오전에 벌어진 일이다.
감사하고 다행하게도 바로 조직검사를 할 수 있었다.
작고 친절하고 따스한 병원이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갔지만
사실 이 정도의 예상은 아니었다는 걸,
비스듬히 누워 만세를 하고 생각했다.
조직을 떼어낼 때 아주 많이 아팠다던 친구들의 이야기를 기억하며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눈을 질끈 감았다.
마취 주사가 조금 따끔해요,
홈이 파인 주사기가 조직을 떼어낼 건데 들어갈 때 조금 불편하실 거예요.
친절한 의사 선생님이 친절한 목소리로 알려주셨다.
어찌 보면 어떤 일들은 무방비 상태로 당하는 게 나은지도 모른다.
날짜를 잡고 와서 검사를 했었다면 기다리는 며칠 동안 더 무서웠을 것 같다.
조직검사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이상하게 오히려 평안이 몰려왔다.
검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
이미 항암을 1년이나 한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나는 아직 울지 않았는데, 친구가 울었다.
아파본 사람이 울어주는 시간.
같이 울면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친구가 이겨냈으니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복부 초음파도 볼 수 있느냐 물었더니
큰 병원 가시면 어차피 전체적으로 검사를 다 한다고 대답하시는 걸 봐서는 아무래도 월요일에 단단히 마음을 먹고 결과를 들으러 가야 할 것 같다.
언제든 마지막일 수 있는 하루하루.
그럼에도 살아있는 오늘.
아이들의 웃음을 볼 수 있어 감사하다.
남편이 곁에 있어 다행이다.
내일도 깨어나면 그 하루에 감사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