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편지
I스쿨 친구들에게.
우리 귀한 친구들, 잘 지내고 있나요?
혹시 어제 하늘 봤어요?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 어릴 적 크레파스로 그렸던 그런 하늘의 모습이 펼쳐져 있었어요. 같이 볼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아프기 전에는 바빠서 늘 차를 타고 이동하고 밤늦게 집에 가느라 하늘을 잘 보지 못했었는데 요즘엔 시간이 많아져서 하늘을 자주 볼 수 있어서 좋아요.
친구들이 전해준 이름과 별명의 이야기들 잘 읽었어요.
YS는 이름 뜻을 알아봤나 궁금해요. KY을 다음에 만나면 김근육이라 불러줄게요! LE이 이름이 참 예쁜데 뜻도 멋지네요! SA는 저랑 이름이 비슷해서 놀랐는데 한자까지 똑같다니 신기해요. 별명이 많은 CS! 봄봄봄 노래 다음에 꼭 들려줘요.
우리가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조금씩 더 가까워지는 것 같아서 기뻐요.
저는 이번 주 월요일에 드디어 방사선 치료 열여섯 번을 마쳤어요. 병원 접수증에 <오늘 치료 종료>라고 쓰인 걸 보니 감개무량한 마음이 들었어요. 여러분들이 응원해 주고 기도해 준 덕분에 잘 마쳤답니다. 이제 12월 2일까지 3주에 한 번 표적 항암 주사 치료를 하는 것만 남았어요. 계속 잘 치료받아서 꼭 같이 만나 얼굴을 보면서 수업할 수 있기를 바라요.
어제는 병원 근처 공원에 가서 좀 걸었어요. 나무 사이로 보이는 햇살, 처음 들어본 예쁜 새소리, 나뭇잎이 움직이면서 내는 바람 소리가 참 좋았어요.
독성 항암 치료를 받을 때 너무 힘이 없어서 한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했던 시간이 있었어요.
과연 다시 걸을 수 있을까 싶은 마음마저 들었었는데 다시 걸을 수 있게 되어서 행복해요.
다시 걸을 수 있게 된 첫날, 집 근처 산책로를 걸으면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몰라요.
여러분은 걷는 걸 좋아하나요? 혹시 ‘걷기’에 대한 기억이 있나요?
언제, 왜, 어떻게, 어디를 얼마나 걸었는지, 걸으면서 생각했던 것들, 보았던 것들은 무엇이었는지, 누구와 함께 걸으며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궁금해요.
걷는 걸 좋아한다면 이유를 듣고 싶어요. 걷기를 싫어한다면 그 이유도 듣고 싶고요.
그리고 꼭 걸어보고 싶은 곳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저는 기회가 된다면 산티아고 순례길을 꼭 걸어보고 싶고,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마인강 강가를 걷고 싶어요.
많이 보고 싶네요.
얼굴을 볼 수는 없지만 이렇게 편지로 만날 수 있어서 감사해요.
그럼, 답장 기다릴게요!
여러분과 걷고 싶은
송아 선생님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