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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었던 이야기들 속에서 느낀 것들을 듣고 싶어요.

다섯 번째 편지

by Sonia

I스쿨 친구들에게.


안녕, 여러분! 반가워요.

편지를 쓸 때마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에 대해 생각해요.

독성 항암 치료를 하던 시기에는 종일 너무 아파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시간이 너무 느리게 갔어요. 일주일이 가는 게 너무 오래 걸리더라고요.

이제는 그만큼 아프지 않아서 병원 근처 산책도 하고 사람들도 만나고 하다 보니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느낌이에요. 다시 ‘벌써 일주일이 갔다고?’라고 생각할 수 있는 체력이 된 것이 감사해요. 일상을 살며 ‘시간 참 빠르다’라는 말을 다시 할 수 있게 된 것이 기적 같아요.

반대로 너무 시간을 빠르게만 느끼며 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해요.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는 내가 너무 일정을 무리하게 잡은 건 아닌가 돌아보면서 적당하게, 체력이 감당할 만큼으로 조절하는 척도로 삼아야겠다고 다짐하는 시간이에요.


여러분들이 보내준 답장을 읽으면서 저도 그 자리에 함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어요. 친구들이 있었던 곳을 그리워하고, 다녔던 초등학교를 다시 걸으며 그 시절을 추억하고, 앵무새들 사이를 걷고(나중에 꼭 앵무새 보여줘요! 학교에 데려와서 같이 만나면 너무 즐겁겠어요.), 꽃이 핀 피지 바닷가를 걷고, 일본에서 열차가 들어오며 내는 바람을 기억하고, 오랜 시간 걸으며 위기를 넘어간 이야기들이 제게도 어떤 감정들을 불러일으켰어요.

얼굴을 보지 못해도 서로를 생각하며 건네는 이야기들이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고 하루를 더 살아갈 힘을 주네요. 마음속 이야기들, 추억들을 나누어주어서 정말 고마워요!


저는 요즘 아프기 전보다 시간이 많아져서 걷기도 많이 하지만 한동안 바빠서 읽지 못했던 책들을 읽으면서 지내고 있어요.

병원에 책을 잔뜩 가지고 들어왔는데 한 권 한 권 읽어나가는 게 재밌어요.

오늘까지 읽은 책은 손턴 와일더 작가의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 예요. 책에서 읽은 구절 중 “우리는 놀라운 수준의 훌륭한 것들이 존재하는 세계에서 와서, 우리가 다시 경험하지 못할 아름다움을 희미하게 기억한 채 살다가, 다시 그 세계로 돌아간다.”라는 구절이 인상 깊었어요.

작가는 1897년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이에요. 우리는 우연히 살고 우연히 죽는가, 아니면 하나님의 계획 속에 왔다가 계획 속에 다시 돌아가는가에 대해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이라 이전보다 죽음을 가까이 느끼는 제게 더 크게 와닿은 것 같아요.

여러분들은 인상 깊게 읽은 책이 있나요? 기억나는 구절이나 장면이 있나요? 이유는 무엇인가요? 책이 아니라도 웹툰, 영화, 드라마 등 그동안 보고, 읽었던 이야기들 속에서 느낀 것들을 듣고 싶어요.


그럼, 두근거리며 답장 기다릴게요. 많이 보고 싶어요!



다음 책은 무얼 볼까 기대하며 행복해하고 있는

송아 선생님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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