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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 05. 2021
정말 다행이군 | 이승윤
나를 공감해주는 노래
정말 다행이군
작사작곡 이승윤 | EP [새벽이 빌려 준 마음] 5번 트랙
좋은 아침이란 말 대신
고된 하루라는 말로
우린 아침인사를
대신하곤 하지
고된 나날들을 함께
빈정거리면서 낄낄대고
시시콜콜한 헛소리를
진지하게 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군
정말 다행이야
정말로 다행이군
너와 내가 우리라서
길을 걷다가 햇살이
자꾸만 나를 째려봐서
나도 같이 노려보다가
눈물이 핑하고 돌았네
그런데 눈이 팅팅 부은
너는 나를 보고선 웃어
나도 그런 너를 보고선
웃음이 터져버렸네
정말 다행이군
정말 다행이야
정말로 다행이군
너와 내가 우리라서
정말 다행이군
정말 다행이야
정말로 다행이군
너와 내가 우리라서
정말 다행이군
정말 다행이야
정말로 다행이군
너와 내가 우리라서
Guten Morgen,
Good morning.
'좋은 아침'이라는 인사는 사실 우리나라에서 보통 하는 인사는 아닌 듯하다.
영어 교재에서 인사를 배우면 언제나 'Good morning!'이 등장하는데
한국어 교재에는 '안녕하세요!'가 등장한다.
'안녕安寧'이라는 인사는
평안할 안 + 평안할 녕으로 이루어진 단어다.
아무 탈 없이 평안하니?라는 질문을 해야만 할 정도로 밤 새 평안하는 게 어려웠기 때문이었을까?
독일에서는 레슨을 받으러 들어가거나,
심지어 시험을 보러 갈 때에도 "Viel Spass!!(Viel Erfolg도 자주)"라는 인사를 했었다.
그런데 한국에 돌아온 이후에는 "시험 잘 봐!" 혹은 "레슨 잘 받아, 파이팅!"이라고 하게 된다.
Viel Spass!
Viel Erfolg!
Viel은 많은, Spass는 재미. Erfolg는 성공.
무언가를 할 때 재미있게 즐기기를 바라고, 성공하고 돌아오기를 바라는 독일의 인사와
시험 잘 봐! 파이팅!이라는 한국의 인사는 참 다른 느낌이다.
오래전부터 복지국가로 자리한 독일이어서 그런 걸까?
1950년 전쟁 폐허 속에서 2021년 엄청난 성장을 하기까지
늘 열심히 살며 파이팅할 수밖에 없었고, 잘 해야만 안녕한,
그저 매일 하루가 안녕하게 흘러가는 삶이 쉽지 않은 우리나라여서 그런 걸까?
인사조차 그 나라의 문화를 담고 있는 것만 같다.
N 잡러로 살고 있는 하루하루. 오늘과 내일은 선생 + 학생으로 사는 기간이다.
오늘만 해도 6시간의 강의를 했고, 이 글을 쓰고 나면 또 내일의 강의를 준비해야 한다.
내일은 3시간 강의를 한 후 또 3시간 강의를 들어야 한다.
중간중간에 가족들을 위한 끼니를 차리고 치워야 한다.
학생들을 만나는 게 제일 행복하고, 공부하는 시간을 기다리지만,
가족들을 너무 사랑하고 요리를 즐겨 하지만, 고된 것은 고된 것이다.
내가 원해서 선택한 길이지만, 하루하루를 채우는 시간이 쉽지는 않다.
참 고된 우리들.
뭘 하든 파이팅을 해야 하는 우리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오늘 하루 쉽지 않은 삶을 살고 계실 것이다.
빨리빨리, 고군분투 속에서 사는 우리.
그런 우리에게 참 위로가 되는 노래가 있다.
고된 하루하루를 지나며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해도 이해해줄 만큼 가까운 상대가 있고,
서로 빈정대도 그것을 애정이라 생각할 수 있는 상대가 있는 것.
누군가에게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치부되는 이야기도 진지하게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 것.
햇살을 보고서도 눈물이 나는 고된 하루를 지나
눈이 팅팅 부은채 만나도 함께 웃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그것이 행복이다.
다행多幸.
많은 행복..
내가 원하는 것이 다 이루어져서, 일확천금이 생겨서,
그래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내 곁에 당신이 있어서, 내가 오늘 숨 쉬고 있어서,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어서, 읽어주는 여러분이 계셔서
그래서 많이 많이 행복하다.
그리고 그게 우리라서.
우리,라고 부를 수 있는 누군가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군
다행이야
너와 내가 우리라서
우리나라가 우리나라라서
우리나라가 남의 나라가 아니라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