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자로서의 숲 03
작사/작곡 전유동
길이 더 없다면
사뿐 날아가지
이게 다 끝이라면
팔랑 날아가지
나는 선도 경계도
없는 곳으로
많은 시선을 뚫고
팔랑 날아가지
나의 한계일까
너의 한계일까
이 끝에서
머무르지 않고서
난 팔랑 날아가지
내가 가진 날개로
사뿐 날아갈 수 있지
네가 가진 날개는
나에게 묻거나 너에게 묻거나
나에게 묻거나 너에게 묻거나
길이 더 없다면 사뿐 날아가지
이게 다 끝이라면 팔랑 날아가지
2년 전, 서울에서 내쫓기다시피 인천으로 온 나는 알 수 없는 우울감과 불안감으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서울에 살지 않은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만, 도망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의 선택이 올바른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아직 "난 이게 끝이다"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이 노래는 훗날 한계에 봉착하고 고개 숙일 나를 위한 게 아닐까. 그렇다면 조금 더 희망적이어도 좋겠다.
라이너 노트, 2018. 11. 15 | 전유동의 책 관찰자로의 숲, 15 발췌
자연을 사랑하는 싱어송라이터 전유동은, 그의 책 [관찰자로의 숲] 중
그의 노래 무당벌레를 소개하는 글에서
무당벌레는 아래에서부터 올라가 그 끝에 다다르면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습성이 있다고 전한다.
끝이란, 끝이 아닌, 오히려 한계를 넘어 더 훌륭해질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을 전하고 싶었다는 그.
끝까지 올라가는 가운데 쏟아지는 많은 이들의 시선, 가두는 선과 경계를 오롯이 겪으며
결국 끝에 다다랐을 때 팔랑, 날아가는 것.
원래 '많은 시선'이라는 가사는 '많은 이의 숨'이었다 한다.
그러나 혹시 끝에 다다라 최악의 선택을 하는 내용으로 오해가 될까 싶어 '시선'이라는 단어로 바꾸었다는 그의 말에서 삶에 대한 희망과, 곡에 담은 기도의 간절함을 느낀다.
경계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숨이 삶의 턱까지 차오르는 느낌을 자주 가졌다.
장애인/비장애인, 문화적 독일인/실제적 한국인, 학생/강사, 엄마/일하는 사람에 더해
요즘 또 다른 경계에 존재하게 되면서 정체성에 대해 다시 고민을 하고 있다.
팔랑,
사뿐,
날아가야 하는 오늘.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끝이라 생각된 한 주를 살다 마주한 노래에서 희망을 본다.
그래
팔랑,
그렇게 날아가자.
늘 그랬던 대로, 경계에서 부유하면서 가자.
나도, 이 글을 읽으시는 귀한 한 분 한 분도.
그렇게 끝을 박차고 날아가는 오늘이기를.
[함께 듣기]
*출처: 전유동 YouTube 개인채널
( 출처: 온스테이지ONSTAGE YouTube채널 공연 영상
https://cafe.naver.com/mhdn/170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