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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주씨 Dec 27. 2019

저 엄마, 죽고 싶겠다.

내가 꿈꾸는 세상

 우연히 본 유튜브 영상.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가장 듣기 싫었던 말이 무엇이었는지 물었다. 엄마들이 답했다.

“애가 왜 저래.”

“저 엄마, 죽고 싶겠다.”

“얘 미쳤나 봐.”


 유튜브를 꺼도, 영상은 머릿속에서 계속 재생된다. 영상의 끝은 결국 재준이다. 놀이터에 간 재준이는 이상한 혼잣말을 하며 자리에 앉아있다. 친구들은 그런 재준이를 둘러싼다.

“얘 미쳤나 봐.”


‘얘 미쳤나 봐.’, ‘얘 미쳤나 봐.’

 나는 며칠 동안 머릿속 영상을 끄지 못한다.



  아빠는 젊은 시절 사고로 손가락 두 개를 잃었다. 그런 아빠를 보며 자란 나는 그게 ‘장애’인 줄도 모르고 사람 손은 8개일 수도, 10개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린 나는, 장애인 손에 자랐으면서도 장애인을 본 적이 없었다. 내가 알던 ‘장애’라는 것은 뉴스에서 사람들이 ‘장애 시설은 절대 안 된다’는 말을 하며 ‘부정하는 것’, 그 사람들에 대항하며 ‘처절하게 우는 것’, 그렇게 우는 사람들을 보며 ‘불쌍하다고 하는 것’인 줄만 알았다. 나와 아주 멀리 있는, TV에만 볼 수 있는 그런 것 말이다.




재준이는 오랜 시간 대기를 하고, 6살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장애통합 어린이집에 입소해서 특수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20명의 비장애 아이들과 3명의 장애 아이로 이루어진 반, 두 명의 선생님과 때때로 보조선생님까지 세 명의 선생님이 함께 하는 반이다. 아침마다 버스로 열 정거장이나 가야 하지만 여기 이외엔 특별한 대안이 없다. 다른 장애통합 어린이집은 얼마나 더 기다려야 자리가 날 수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담임 선생님과의 첫 면담시간. 재준이의 발달사항을 꼼꼼하게 챙기던 선생님은, 본인이 재준이를 위해 ‘특별히’ 해 줄 일이 있는지 물어보셨다. 지금껏 일반 어린이집에 장애아이를 보내 죄인이었던 나는, 선생님의 특별한 질문이 낯설었다.


“지금까지 다녔던 원에서는요, 재준이가 혹시라도 친구들에게 실수를 하거나 친구들 수업을 방해할까 봐 분리되어 혼자 놀았거든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선생님은 ‘어머님, 그런 건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하신다.


“재준이는 제가 수업에 참여시킬 거예요. 그리고 친구들과 같이 노는 방법을 알려줄 거예요. 여기 있는 아이들은 작년부터 1년 넘게 통합반에서 장애 아이들과 함께 지냈어요. 다른 아이들에게 재준이는 그냥 같은 반 친구예요. 재준이가 좀 늦더라도, 잘 못하더라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앞으로 재준이는 뭐든지 친구들과 같이 할 거예요.”


재준이가 요즘 그리는 그림들


‘그냥 같은 반 친구’, ‘그냥 우리 아빠’


 장애는 ‘그냥’ 같은 것이다. 고통스러운 것, 평생을 울며 불행 속에 살아야 하는 그런 것이 아니다. 개개인의 인생이 다르듯, ‘그냥’ 다른 인생 중 하나일 뿐이다. 장애인과 같이 지내보면 누구나 알 수 있다. 5살의 그 작은 아이들도 같은 반 친구로 지내보면 아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가 더 힘겹게 다가오는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장애인과 함께 무언가를 해본 적이 없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는 엄마를 두고 ‘저 엄마, 죽고 싶겠다’라고 말하는 건, 장애아와 함께 있어본 적이 없어서일 것이다. 함께 지내보면 안다. 재준이는 죽고 싶을 만한 존재가 아니다. 당신의 아이와 똑같이, 내가 사랑하는 내 아이다.



 어릴 때부터 장애인과 함께 지낸 아이들은 장애는 특별한 것이 아닌 ‘그냥’ 하나의 인생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재준이의 같은 반 친구들처럼, 그리고 장애인을 아빠로 둔 나처럼.



 어릴 때부터 장애인과 함께 어린이집을 다니고, 함께 학교를 다니고, 사회에 나가면 같이 일하는 세상. 나는 그런 세상을 꿈꾼다. 재준이를 안심하고 학교에 보낼 수 있는 세상, 재준이를 보고 ‘얘 미쳤나 봐’라고 하지 않는 세상, 내 머릿속에서 돌고 있는 영상들이 없어지는 세상. 그런 세상.


작년, 집 앞 베릿내오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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