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이 진지한 일기
"내 글에는 언제나 화가 나 있다."
"화가 나 미칠 것 같을 때 글을 쓴다."
"화가 나 힘들어 죽을 것 같아서 글을 쓴다."
"주변은 나를 '화내는 게 습관인 사람'으로 취급한다."
이어지는 말들은 고독과 외로움이다.
"세상에 나 혼자인 것 같다."
"아무도 화내는 것을 알아주지 않는다. 외롭다."
"나는 점점 말이 줄어들고 있다. "
"외딴 별에 나 홀로 사는 것 같다. "
"하루 종일 한 마디도 안 하는 날이 생긴다. 말없이도 살 수 있다니."
"원래 말수가 적은 사람인 줄 안다. 나는 말을 잃었을 뿐인데."
지난 6월부터 시작해 이제 두 달째 운영 중인 온라인 글쓰기 교실 참여자는 내 상상을 넘어선다.
그들의 일상이 전개되는 공간도 시간도 상황도.
오타와에서, 싱가포르에서 부모와 친구를 떠나 홀로 공부하는 청년도 있고,
일자리 찾아간 타이베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젊은이도 있다.
일부 격리된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사회 전체를 락다운 하는 일을 겪지 않은 나는 그들이 느낄 고립감, 외로움, 두려움, 불안감 등을 짐작하기 어렵다.
"또 떨어졌다"고 구직에 실패한 청년의 글은 한 번에 읽어 내려가기도 힘들다.
이들의 글은 청년에 대한 나의 기존의 시각에도 영향을 준다.
용기를 보태고 싶고, 좋은 말 한마디라도 보태고 싶어진다.
나는 글에 적힌 그들의 신호를 읽으려 애를 쓴다.
화나는 일상을 적은, 혼자라는 느낌을 적은, 아무도 챙겨주는 이 없는 날이었다는 생각을 적은, 세상의 실패란 실패는 다 자신의 몸을 통과하는 것 같다는 절규를 담은, 암투병을 하는 사람이 왜 자신이어야 하는지 원망이 가득한, 사랑이 아무리 커도 자식의 아픔을 대신할 수 없어 애달픈 글에 더 마음이 쓰인다.
그런 글을 읽다 마음으로 줄긋기를 한다.
줄 긋는 곳에 내 마음도 있다.
얼굴 모르는 사람이 못다 쓴 행간을 읽으며 그가 글쓰기로 화를 다스릴 수 있다면, 글쓰기로 자신의 말을 찾았으면, 글쓰기로 외로움을 덜어내었으면, 글쓰기로 다시 더 사랑할 힘을 충전할 수 있었으면, 글쓰기로 자신을 통과한 슬픔이 단단한 옹이가 되었으면, 기도하는 마음으로 글을 읽는다.
"글쓰기는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침묵으로 말을 걸고,
그 이야기는 고독한 독서를 통해 목소리를 되찾고 울려 퍼진다.
그건 글쓰기를 통해 공유하게 되는 고독이 아닐까.
우리 모두는 눈앞의 인간관계보다는 깊은 어딘가에서 홀로 지내는 것이 아닐까?"
(레베카 솔닛, <쓰기의 말들/은유>) (2020.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