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글쓰기교실> 1년을 돌아보다

쓸데없이 진지한 일기

by 김패티


코로나 시대, 슬기롭게 유익하게 지내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요.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글쓰기 공부 어떠세요?
잘 나가는 작가에게는 특별한 한 사람이 있습니다.
자신의 글을 읽고 조언을 해주는 사람.
<유혹하는 글쓰기>의 작가 스티븐 킹, <대통령의 글쓰기>를 쓴 강원국 작가에게는 아내가 그런 사람이었다지요. 그 역할을 제가 해보려고 합니다.

이 공부는 다음과 같이 진행합니다.
매일 지정한 분량만큼 글쓰기 위한 책을 읽고, 글 속에서 키워드를 뽑아내 키워드를 바탕으로 글을 씁니다. 글을 이메일로 보내면 읽고 첨삭해서 답장을 보냅니다.

1년전 온라인 글쓰기 수업 시작을 알렸던 글의 부분입니다. 1년이 흐르는 동안 운영방식에 변화를 주기는 했지만 처음 고지한 이 내용과 큰 차이는 없습니다.



무엇을 해도 시간을 가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시간은 갑니다.

코로나로 세상이 어리둥절할 때, 무엇이라도 해보자는 몇몇 사람들의 요청으로 열었던 '온라인 글쓰기 강좌'. 스스로도 의심하면서 시작했었지요. 광고를 어떻게 할 것인가. 광고에 들어갈 문안은 어떻게 써야 설득할 수 있을까. 세상에 흔하디 흔한 광고처럼 이 수업에 참여하는 것으로 곧 글쓰기 선수가 될 것처럼 말 할 수는 없었어요. 첨삭에서는 미련할 수도 있고 답답할 수도 있지만 견디어 살아남으시라는 멘트를 참 많이도 했습니다.


1년, 시간이 흐르는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제 수업을 다녀갔을까요. 매월 10명 내외의 학습자를 모집해서 12달이 지나갔으니 연인원 120여 명이 됩니다. 그 가운데 절반 정도는 기존 학습자의 재신청이므로 120명 중 70~80명이 저와 함께 공부를 한 셈입니다.


지난 1년간 참여자들이 만들어 낸 학습 파일


온라인 학습이 다 좋은 것은 아니지만 기대 이상의 장점도 적지 않았습니다.



1. 시공간의 제약


참여자 중에는 이런 저런 일로 외국에 살고 있는 사람도 몇 사람 다녀갔고 현재도 1명이 참여중입니다.


참여자들의 활동 지역은 서울은 물론 여수, 원주, 구미, 부산, 충주, 안산, 시흥 그외에도 미처 알아내지 못한 경우도 많습니다. 대면 수업이라면 쉽지 않았을 인연이지요.


대면 수업이라면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공간에서 수업이 열리니 참여자들은 자신의 시간에 맞추기 보다는 정해놓은 시간에 자신의 시간을 맞추어야 하지요. 그러나 온라인 글쓰기는 자신의 시간에 자신이 선택한 공간에서 글을 써서 온라인으로 주고 첨삭을 받습니다. 일하는 사람들, 어린아이를 키우는 사람들, 학교 수업을 들어야 하는 사람들이 다수 참여하는 것도 온라인 방식이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2. 익명성


참여자 대부분은 실명을 쓰지만 몇몇 분은 닉네임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가슴에 구멍이 난 사람이다. 그 구멍을 언어로 메운다.' (시인 권혁웅) 글쓰기는 자기고백에서 시작합니다. 인간사 모든 것이 글이 될 수 있지만 자기 안으로 가라앉는 것들이 글을 쓰게 하는 힘이 됩니다. 들뜨고 부푼 것들이 글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인스타그램의 사진같은 글은 얼마 가지 않아 곧 글쓰기를 포기하게 만들지요. 그렇지만 가슴에 난 구멍 같은 이야기를 드러내기는 또 얼마나 어려운가요. 그런 이유가 글쓰기에 걸림돌이 되는 것을 대면 수업에서는 여러번 보았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었어요. 하지만 온라인 글쓰기에서는 달랐습니다. 오직 1:1의 관계로만 이루어지는 수업이기 때문입니다.


여럿이 모여 하는 대면 수업에서는 합평을 합니다. 합평의 장점도 많지요. 장점이 많다 해서 모두에게 좋은 것은 아닙니다. 소설가 김영하는 합평의 경험을 서로 물따귀 때리기 같았다고 말하더군요. 이 수업방식인 1:1 첨삭은 처음 시작하는 분, 자신감을 잃은, 혹은 두려운 분들이 그것들을 내려놓고 쓸 수 있 했어요.




3. 개별성


쓰고 싶은 시간에 쓰고 할 수 있는 시간에 첨삭할 수 있다는 건 더할 수 없는 편의입니다.


각각 글쓰기 좋은 시간이 있습니다. 글쓰기 좋은 장소도 각각 다르지요. 각자 맞는 시간에 맞는 장소에서 쓰고 퇴고한 후에 보낸 글을 나는 나의 시간에 첨삭합니다. 무엇보다 온라인 수업의 장점은 개별성에 있어요. 참여자의 특성과 글쓰는 능력의 차이를 인정하고, 각각 맞게 차등적으로 진도와 내용을 적용하고 운영할 수 있습니다. 대면 공간에서라면 잘하는 사람, 못하는 사람이 똑같이 교육을 받지요. 그러나 온라인 수업에서는 글로 1:1 대화를 할 수 있으며, 그 과정은 모두 기록으로 남아 필요하다면 언제든 다시 찾아 보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소한 차이가 쌓여서 매우 다른결과를 낳는 일을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 필통을 보면서 여러가지를 짐작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칠판에 판서를 가득해 놓고 아이들이 노트에 필사하기를 기다리며 책상 사이를 걷다보면 아이들의 행동이나 노트, 글씨체 등 여러가지가 눈에 들어 오게 마련입니다. 그 중에 가장 눈여겨 보게 된 것은 필통입니다. 한 가마는 됨직하게 온갖 필기도구가 그득 들어 있는 필통, 몇 안 되는 필기도구에 당장 쓸 것도 준비가 안 된 필통, 양이나 종류는 많지 않지만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것들이 담겨 있는 필통. 쓸만한 것으로 필통 속이 가지런한 아이는 대체로 성적이 좋았습니다. 필통 하나로 아이를 평가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지만, 분명한 것은 사소해서 눈에 안 띄는 행동이 결과를 다르게 한다는 것을 그때 보았습니다.



필통 정리 하나조차도 특별히 마음 먹고 해서는 가지런하기 어렵습니다. 사소하지만 꾸준하기, 꾸준함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걸 체험적으로 압니다. 큰 결심을 해야 하는 일이면 꾸준하기 어렵습니다. 꾸준하기 위해서는 일상이 되어야 하지요. 그런 일상은 대체로 가지런합니다. 일상이 가지런한 사람은 무얼 해도 일정 정도는 도달합니다.



지난 1년을 돌아볼 때 살아남은(?) 학습자는 모두 겻불같은 분들입니다. 쌀을 도정하고 남은 껍찔을 겨라고 하지요. 그걸 태우는 불을 겻불이라고 합니다. 겻불은 겉으로는 타는 듯 안 타는 듯 알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겻불이 안으로 얼마나 뜨거운지를 아는 분이라면 겻불같은 에너지가 얼마나 힘이 센가도 수긍할 겁니다. 뜨거운 겻불처럼 오래 타는 분들로 해서 더 많이 배우는 사람은 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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