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은 젊은이의 용어가 아니다!

쓸데없이 진지한 일기

by 김패티


삶을 단단하게 하는 저마다의 루틴이 있을 것이다. 루틴 중에는 매일 이루어지는 소소한 것에서부터 직업적 루틴이나 습관을 바꾸기위해 의도적인 노력으로 만든 것까지 종류도 내용도 다양할 것이다. 내게도 몇 가지 있다. 그중에 오랜 시간 일처럼 해온 독서지도사 양성하기와 글쓰기 지도와 첨삭, 그리고 산책이 있다.

일과 연계된 루틴으로는 학습공동체 <독서 정원>운영, 글쓰기 와 첨삭이 있다. 서정원 운영은 10년이 넘었다. 코로나로 작년 올해 잠시 주춤 거리고 있으나 햇수로 12년 차다. 매년 4월에 교육청 지원 사업으로 마포에 있는 청소년센터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독서지도 10회기 수업을 연다. 올해부터는 그동안 전문가로 성장한 사람들과 운영방법을 팀티칭으로 바꿨다.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을 독서정원과 함께한 지 10년, 이는 나의 생활 속 단단한 루틴이 되었다. 세상에는 많은 학습 모임이 있을 테지만 내게는 오직 하나 독서정원만 있는 것 같은 시간들이었다.

또 하나의 루틴은 글쓰기와 첨삭하기다. 일기 쓰기와 교재 집필이 주를 이루는 글쓰기와 학습자들이 써 보낸 글을 읽고 하는 첨삭. 코로나로 글쓰기 강의와 첨삭은 온라인으로 확장되어 진행 중이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자연스럽게 학습자들이 보내온 글을 열어본다. 각양 각색으로 일상을 보내는 이들, 그만큼 관심사도 다양하고 표현도 다양하다. 글을 읽으며 늘 하게 되는 생각은 모두들 제각기 지혜롭게 산다는 것이다.

각각의 글에서 들리는 목소리를 들으려 애를 쓰며 귀를 기울이다 보면 그 사람이 보일 듯도 하고 그의 기쁨이나 슬픔이 글 속에서 읽히기도 한다. 그런 날 나는 첨삭과 함께 지지와 격려를 담은 글을 답장으로 보내기도 하고, 옛사람들처럼 생각을 담아 쓴 글로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위의 두 가지 루틴이 일과 연계해서 오래 하다 보니 생겨난 루틴이라면, 작심하고 의도해서 만든 루틴이 있다. 그것은 산책이다. 대개 같은 시간에 산책을 하다 보니, 그 시간이 되면 겨드랑이에 날개라도 돋는 듯 몸이 근질근질하고, 받아 놓은 선물을 풀어보는 아이처럼 마음이 설레서 도무지 '하던 일을 마치고'가 불가능해진다. 기어이 다녀와야 풀리는 간지러운 루틴이 되었다.

루틴(Routine)이 항상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반복적으로 판에 박힌 듯 반복되는 일을 말하기 때문이다. 변화가 없으니 무료하고 지루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대개는 직업적인 루틴이 그럴 테고, 창의적이지 않은 예술적 측면도 있으니 창의적이고, 도전적이며 모험을 즐겨야 할 청년들에게는 아직 루틴은 필요하지 않다. 사실, 루틴이라는 말은 젊은이의 용어는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사진 : 픽사베이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루틴은 우리 삶을 단단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루틴은 우리 삶을 보다 건강하고 안정적이게도 한다. 루틴이 긍정적이게 하기 위해 염두에 두어야 할 게 있다. 그것은 담백함이다.

루틴은 담백해야 한다. '가장 맛없는 음식이 가장 맛있는 음식'이라는 말이 있다. 물과 공기를 생각하면 된다. 그것들은 아무 맛이 없어서 맛있다. 혀를 자극하는 맛은 한두 번은 맛있을 수는 있어도 그 맛을 오래 좋아하기는 어렵다.


루틴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높은 목표를 잡고, 몸과 마음의 즉각적인 변화를 기대해서 루틴을 만들고자 한다면 금세 지치고, 성과가 보이지 않으므로 결국 포기하게 된다. 루틴은 오래 오래 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오래 해야 루틴이 된다. 그러자면 한꺼번에 시간과 비용 등 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 하면서 그 양과 질을 조절해 갈 수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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