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밭 마을을 떠난 소희는 어떻게 되었을까?

성장소설 읽기 | 소희의 방

by 김패티


소희의 방 - 푸른 도서관 41 이금이 저 | 푸른책들 | 2010년

소희는 어떻게 됐어요?



“달밭마을을 떠난 소희는 어떻게 됐어요?” <소희의 방> 전편이라 할 수 있는 <너도 하늘말나리야>가 나온 지 10년째 되는 해였답니다. 달밭 마을을 떠난 소희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독자들의 바람으로 <소희의 방>은 탄생했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소희는 세 살 때 아버지를 잃고, 엄마는 재혼을 하지요. 손녀를 보낼 수 없다는 할머니 때문에 소희는 할머니와 달밭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할머니를 대신해 온갖 일을 다 하는 소녀가장이었어요. 그래도 의지하며 살았던 할머니마저 돌아가시고 소희가 달밭 마을을 떠나며 <너도 하늘말나리야>는 끝납니다. 그 뒷 이야기, 소희가 친엄마를 만나 함께 살게 되는 것으로 <소희의 방>은 시작됩니다.


소희는 태어나서 열다섯이 될 때까지 부모 없이 살아왔지요. 소희의 어린 시절은 갖고 싶은 것을 얻기 위해 떼를 써본 적은 물론 눈물의 반성이나 사랑의 꾸지람도 없는 텅 빈 것으로 남아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철이 들어버린 소희, 무엇을 욕망하기 어려운 시간을 살아와 이제는 도대체 가지고 싶고 누리고 싶은 것이 무엇이지 조차 알아채지 못해요. <너도 하늘말나리야>에서 소희가 하늘을 향해 씩씩하게 피어있는 꽃처럼 보이지만 울지 않으려고 억지로 고개를 들고 있는 듯해 안쓰럽기도 하지요.



불안한 행복


엄마와 살게 된 소희는 아버지와 두 동생, 그리고 언니를 새로운 가족으로 만납니다. 북적이는 가족을 경험한 적 없는 소희는 새로운 가족의 일원이 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첫 번째 갈등 동생 우혁이가 카메라를 감춘 사건으로 드러납니다. 우혁이로서는 어느 날 누나가 된 소희에게 엄마의 사랑을 빼앗겼다는 박탈감을 느낍니다. 우혁이가 감춘 것 같다는 소희의 말에 엄마는 “우리 애들은 그런 짓 안 해”라는 말로 소희에게 의도하지 않게 상처를 줍니다.


‘우리 애들이라니, 그럼 나는 엄마의 뭐지?’ 소희는 자신과 엄마 사이가 아주 사소한 언쟁으로도 금이 생기고 관계가 무너질 것 같이 위태롭다고 생각합니다.


소희는 갈 곳이 없어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기억은 현재의 삶조차 여전히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 아닌 곳에 있는 것 같아 소희를 불안하게 합니다. 엄마에게는 딸이면서도 정서적 거리감을 느끼게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을 제외한 다른 형제를 지칭한 ‘우리 아이들’이라는 말은 소희에게 폭탄 같은 위력을 갖습니다. 소희는 엄마가 남 같기만 합니다. 어쩔 수 없어서 자신을 떠맡았던 작은집처럼 느껴지는 것이지요.


소희는 어렵게 얻은 이 행복이 불안하기만 합니다. 불안함은 소희를 솔직하지 못하게 합니다. 학교에서는 명품 브랜드 따위에 초연한 부잣집 딸로, 그러나 집안에서는 새로운 가족 구성원으로 적응하느라 전전긍긍하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모습으로 갈라져 나타납니다.


소희는 가난한 생활이 불편하기보다 무료급식대상자라는 사실로 아이들에게 자신이 초라한 존재로 인식되는 것이 무엇보다 싫었습니다. 어린 시절을 보낸 달밭마을 추억이 들어 있는 일기장과 절친이었던 미르와 바우를 버리는 것으로 과거와 단절하고자 합니다. 미르와 바우에게 잘 지내고 있는 척 속이는 일이 불편했고, 자신의 초라한 과거를 알고 있는 아이들을 다시 보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그러나 과거를 감추는 탓에 현재의 친구들과 허물없이 소통하기 어렵습니다.


카메라 사건으로 소희는 모든 불화의 근원이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어 무엇에 떠밀리기라도 한 듯 집을 뛰쳐나옵니다.



소희의 방


엄마에게 좋은 딸이 되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데 엄마는 곁을 내주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소희. 하지만 엄마는 엄마대로 소희를 데려 온 일로 소희가 난처해질까 봐 숨죽여 지냅니다. 같은 마음이면서 서로를 알아보지 못해요. 안타까워서 독자는 ‘소희야, 더 말해, 더 소리쳐!’ 응원하게 됩니다.


어른들의 삶 또한 흔들리고 혼란스러워요. 부부동반으로 모임에 갔던 엄마와 아저씨가 늦게 돌아오던 날, 소희는 못 볼 장면을 목격합니다. 아저씨가 엄마에게 폭력을 쓰는 것을 보며 터져 나오려는 비명을 간신히 누르고 충격에 빠집니다. 소희는 그 일도 문득 자신 때문이 아니었을까,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작은집에 머물 때, 자신이 작은집 부부 싸움거리가 되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 집에서도 여전히 자신이 그런 존재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아저씨의 친딸 리나의 방문으로 소희의 의문은 풀립니다. 리나는 엄마의 이혼이 아빠의 폭력 때문이라며 아직도 폭력을 쓰는 아빠를 원망하고 분노합니다. 리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엄마의 ‘너를 잃듯 또 우혁이, 우진이를 잃을까 봐 나는 죽은 듯이’ 살았다고 하던 엄마를 떠올립니다.


소희에게 방은 어떤 의미일까요? 방이 두 칸뿐이었던 작은집에선 작은엄마의 미용실 일까지 거들며 더부살이를 했지만, 그림 같은 이층 집에서 꿈에도 그리던 자기만의 방을 갖게 되었습니다. 비로소 내 방을 갖게 되었지만 그것이 과연 나를 위한 방인지, 나는 객이 아닌지 아직 소희는 혼란스럽습니다.


작가는‘어려운 환경에 놓인 소희가 이해와 소통을 통해 상처를 이기고 성장해가는 모습에만 관심을 가졌지, 그 아이의 억눌린 본성에 대해선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구나!’ 깨닫는 순간 소희의 말이 주술처럼 들렸다고 합니다. 이 책은 모든 억눌림을 풀어내는, 소희를 위한 살풀이 같습니다.






<생각해 보기>


1. 재혼한 친엄마의 집에서 새로운 가족들과 함께 살게 된 소희는 '윤소희'에서 새아빠의 성을 따 '정소희'로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그러던 중 카메라 분실 사건으로 엄마에게 마음의 상처를 입은 소희는 집을 뛰쳐나오고 마는데요, 소희와 유사한 처지의 아이들이 겪을 어려움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2. 소희는 엄마를 만나 살게 된 일을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행복하지는 않습니다. 진정한 소통을 하고 있지 못하는 것도 이유가 될 것입니다. 자신이 말하고 싶은 어떤 감정이 생겼을 때, 사물이든, 사람이든 자기감정을 내보이고, 소통하면서 의미를 찾아가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소희가 선택한 방법은 무엇인가요?



3. <소희의 방>에서‘방’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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