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선택을 하든, 설령

성장소설 읽기 | 위저드 베이커리

by 김패티



위저드 베이커리:제2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창비청소년 문학 구병모 저 | 창비 | 2009년

달콤한 쿠키대신 굽는 이야기


청소년 소설 치고는 조금 낯선 형식의 이야기지요? 도저히 어찌해볼 수 없는 현실의 벽 앞에서 주인공이 한 번쯤은 상상해 보았음직한 구원의 마법. 버스 정류장 근처 동네 빵집에는 달콤하고 고소한 빵과 쿠키 대신 당혹스럽고 무서운 이야기가 진열되어 있습니다.


주인공은 여섯 살 때 친엄마한테 버림을 받았습니다. 버림받는 순간에도 엄마가 준 빵을 들고 있었지요. 자신을 버리고 간 엄마를 기다리며 조금씩 뜯어먹었던 그 빵이 최고로 맛있는 빵맛으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친엄마에게 버려진 꼬마 아이가 두려움과 배고픔을 느끼면서 먹어야 했던 빵이 맛있었다는 것은 아이러니입니다.


한밤중에 주인공은 빵집으로 도망치는 데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배 선생은 딸을 한 명 데리고 아버지와 재혼을 했습니다. 그 딸이 성폭행당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주인공이 범인으로 몰려 도망쳐 나온 것입니다. 배 선생의 딸 무희에게 범인으로 성폭행 범인으로 지목당하고 주인공은 도망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고 판단합니다. 자신이 한 짓이 아니지만 평소에도 의사소통이 어려울 지경으로 말을 더듬는 데다 그 상황에서는 어떤 변호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배 선생을 피해 빵집으로 뛰어 들어가 숨겨줄 것을 요청합니다. 그 일로 ‘나’는 더 이상 집에 들어가지 않고 빵집에서 일을 합니다.


나와 배 선생의 갈등의 결정판은 배 선생이 ‘나’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위저드 베이커리에 부두 인형을 주문하면서부터입니다. 부두 인형을 배달하러 갔다가 아버지가 무희에게 나쁜 짓을 하는 걸 목격합니다. 이 장면을 배 선생도 목격을 합니다. 그날도 ‘나’는 단지 부두 인형을 배달하러 거기 갔었을 뿐인데 배 선생은 그 모든 잘못이 ‘나’로 비롯된 것인 양 화풀이를 합니다.


무엇보다도 답답하고 안타까웠던 것은 이 모든 피해를 고스란히 입어야 하는 나를 아무도 변호해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어려서는 천재 소리를 들을 만큼 영특했던 아이가 어쩌다가 자기변명 조차 못하는 처지가 되었는지 자신도 그 이유를 모릅니다. 말더듬이도 초등학교 6학년 때 생긴 병입니다.


제정신을 잃어 상습적으로 제 아이를 버려야 했던 친엄마, 그토록 주인공을 미워했던 배 선생, 이유는 ‘아버지’였습니다. 도대체 아버지는 왜 친엄마를 미치게 하고 새엄마를 증오로 가득 찬 사람이 되게 했을까요?



엽기적인 위저드 베이크


위저드 베이커리의 빵은 그야말로 엽기적입니다. 빵에 말린 갓난아이의 간을 넣거나, 티티새의 똥을 얇게 펴 바르고, 고양이 혓바닥도 재료로 들어갑니다. 공간도 이상해서 이 집에서 일을 하는 여자애는 밤에는 파랑새로 변신합니다.


배 선생으로부터 도망친 ‘나’는 점장의 호의로 주인공은 위저드 베이커리 비밀 장소에 머물면서 빵 주문과 배송을 돕습니다. 이 집 쿠키는 자신감이 생긴다거나 자신을 무시하는 이성에게 먹이면 마음이 바뀌는 마법이 있습니다. 이런 쿠키가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아는지 사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인상적인 것은 물품 마지막 줄에 적힌 경고문입니다. “자기가 원하는 쪽으로 변하게 하는 것은 질서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고 모든 마법의 사용 시 그 힘이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경고. 마법 쿠키를 만든다는 것은 판타지이지만 그 속에 담긴 경고는 철학적입니다.


마법의 쿠키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고자 할 때 그것을 내 힘으로 얻지 않으면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 말입니다. 그걸 알면서도 누가 이런 쿠키의 도움을 받는 것일까요?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주인공에게는 조금씩 변화가 생깁니다. 과거와 현재를 극복하려는 주인공의 의지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곳 마법사가 만드는 빵은 조금은 위험한 것일 수도 있으나 사용하기에 따라서는 과거와 현재 대신 미래가 들어 있기 때문”에 좋아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살리는 빵이기를 희망할 때는 마법사가 만드는 빵은 ‘살림’의 빵이 되는 것으로요.



삶은 계속된다


주인공은 말을 더듬지 않고 배 선생과 맞서는 꿈을 꿉니다. 꿈은 이틀 동안이나 계속됩니다. 꿈에서 깨어난 후 주인공은 비로소 배 선생과 맞설 수 있는 힘을 얻게 됩니다. 비로소 집으로 돌아갈 힘입니다. 꿈이 현실의 리허설이 된 셈입니다. 주인공은 이 사건을 통해 한 뼘쯤 성장합니다. 나약한 존재가 고비를 넘기고 전보다 강해진 모습으로 되돌아오는 모습은 늘 감동적입니다. 고난을 이겨낸 영웅의 귀환처럼.


위저드 베이커리를 떠나기로 하고 점장과 헤어지기 전날, 점장은 나에게 시간을 되돌리는 힘을 가진 ‘타임리와인더’를 선물합니다. ‘타임 리와인더’는 이상한 마법이 있어서 먹었을 경우와 먹지 않았을 경우, 즉 Y의 경우와 N의 경우 두 가지를 보여줍니다.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여러분은요? Y인가요? N인가요?


타임 리와인더는 반드시 한입에 넣고 부숴야만 효과를 발휘합니다. 시간을 되감더라도 '인연'과 관계된 일은 바꿀 수 있지만 생사를 가르는 '운명'은 바꿀 수 없습니다. 타임 리와인더는 상식을 넘는 고가의 과자입니다. 시간을 더 오랜 과거로 되돌릴수록 가격이 비싸지는데, 이 과자를 사려던 손님들도 가격을 듣고 나면 대개 포기합니다. 이렇게 가격이 비상식적인 이유가 있을까요? 손쉽게 시간을 되돌릴 수 없게 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을 개인의 욕망대로 조절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혼란이 상상되지요?


타임 리와인더를 먹더라도 안 먹더라도, 즉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삶은 여전히 계속됩니다. 그리고 결국은 지나갑니다.



<생각해 보기>

1. 이 소설은 타임 리와인더를 먹었을 경우, 먹지 않았을 경우 각기 다른 두 개의 결말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결말이 마음에 드는지 선택하고 이유도 말해 보세요.


2. 시간을 되돌리는 쿠키가 생긴다면 여러분은 언제로 돌아가고 싶은가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3. 이 책에 그려진 이야기, 마법사의 눈에 비친 현대인의 비틀린 욕망은 무시무시하고,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 발생하고 숨겨진 비밀은 끔찍하기까지 합니다. 현대 사회에는 다양한 양상의 혼란스러운 일들이 적지 않습니다. 위저드 베이커리의 문제는 무엇이며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두 가지만 예를 들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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