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로는 믹스입니다만
사람은 살면서 적어도 세 번, 중요한 인연을 만난다고들 한다. 나의 의지와 무관한 부모, 어느 정도 선택이 가능한 스승, 그리고 가장 많은 의지가 투영된 배우자가 그것이다. 이 셋은 어떤 식으로든 삶에 깊은 영향을 끼친다.
핑계 같지만, 나와 타로의 인연은 선택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운명처럼 다가왔다. 타로는 어느 날 예고 없이 내게 왔다. 준비 없는 인연, 혹은 강제된 운명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러나 어쩌면, 그런 예고 없는 만남이야말로 진정한 인연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타로는 박카스 상자에 담겨 우리 집에 도착했다. 한쪽 귀는 접혀 있었고, 온몸에는 믹스커피를 흘린 듯 작은 점들이 흩뿌려져 있었다. 그저 예쁜 강아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새끼손가락만 한 꼬리를 깃대처럼 세우고, 가느다란 소리로 낑낑대며 온 집안을 돌아다녔다.
상자에서 나온 녀석이 가장 먼저 한 행동은 ‘갸우뚱’이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 모습에 나는 녀석이 던지는 질문을 들을 수 있었다.
‘여기가 어디죠? 우리 엄마는 어디 있죠? 언니 오빠들은요?’
그때는 타로의 사진을 찍어둘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사진은 없어도 괜찮다. 내 삶의 한가운데로 갑작스럽게 들어와 고개를 갸웃거리던 그 작은 생명체가, 나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그 작은 머리로는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반려견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반려견이 우리 삶에 불쑥 들어와 가족이 되어주면서 우리에게 사랑을 가르쳐준다는 것을. 그날의 갸우뚱은 그 모든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