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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희성 Jul 27. 2019

여행 중 한식 규칙

크로아티아 여행기 -2


큐브 호텔의 큐브 안에서 눈을 뜨니 색다른 기분입니다. 생각보다 편안한 잠자리에 놀랐습니다. 오늘은 자그레브를 돌아다니는 날이니 비가 오지 않기를 기원하며 계단을 걸어 올라 자그레브에서의 첫날을 만났습니다. 다행히 자그레브의 하늘은 쨍하니 맑아 세상에서 가장 좋은 날씨입니다. 게스트 하우스를 나서자마자 있는 레스토랑에서 간단한 브런치로 아침을 시작했습니다.


                     

작은 에스프레소 잔에 들어 있는 커피까지 모두 마시고 드디어 자그레브 여행을 떠나봅니다. 자그레브는 관광구역이 생각보다 작아 하루 만에 돌아보기 충분해 보입니다. 식사를 마치고 조금만 걸어가니 옐라치치 광장입니다. 옐라치치 광장은 자그레브 여행의 중심입니다. 광장을 중심으로 양 옆으로는 수많은 식당이나 상점이 즐비합니다. 또한 광장 앞으로는 마치 종로처럼 트램과 버스 수십대가 분주히 움직입니다. 자그레브 대성당이나 돌 라츠 시장, 세상에서 가장 짧은 케이블카까지 모두 이 작은 광장 주변에 모여 있습니다.                  


                    

평소에도 사람들이 붐비는 광장으로 알고 있었지만 가이드북에 나온 것보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광장에 있습니다. 마치 축제와 같이 수많은 사람들이 펜스 앞에 있습니다. 무슨 일인지 물어보니 어린이 달리기 대회가 열렸다고 합니다. 펜스 안에서 달리는 어린이들을 뒤로하고 돌라츠 시장으로 향했습니다. 입구에는 다양한 꽃 상점들이 즐비해 여러 꽃 향기가 거리를 풍성하게 합니다. 수많은 꽃 향기들은 섞여 좋은 향수를 뿌린 기분입니다.  


                 

돌라츠 시장은 지상과 지하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돌라츠 시장으로 들어가기 직전 익숙한 한국어가 들려옵니다. 단체 관광을 온 듯한 한국인 어머님들이 한식당 앞에 줄을 서 계십니다. Cro.K 라는 이름의 한식당입니다. 시장 바로 앞에 이런 한식당이 있는지 몰랐고 또 이렇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줄은 몰랐습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11시 30분에 식당이 영업을 시작합니다. 점심으로 한식을 먹고 싶어 하는 분들 같습니다. 식사를 한지 얼마 되지 않지만 한식을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돕니다. 오늘 점심을 한식으로 할까 생각하다가 여행 중 한식 규칙이 떠올라 그만두었습니다. 


                    

여행을 하다 한식을 보면 뇌가 강하게 자극되는 기분입니다. 유럽에서는 거의 만날 수 없는 따듯하고 칼칼한 국물과 흰쌀밥에 가득 들어있는 에너지. 그리고 고향이라고 해봤자 떠나온 지 이제 한 달 밖에 되지 않았지만 느낄 수 있는 고향의 향기. 한식은 저뿐만이 아니라 모든 여행자들에게 초콜릿 에너지바 같은 존재입니다. 그래서 한식을 보면 침샘이 마를 줄 모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먹던 한식보다 2배 정도 비싼 한식을 매 끼니 챙겨 먹거나 눈에 띌 때마다 먹는다면 한국으로 떠나는 비행기를 타기 전에 모든 돈 다 쓰고 굶어 죽을 겁니다. 때문에 혼자 여행을 하며 만들어둔 규칙이 여행 중 한식 규칙입니다.


한식은 일주일 중 단 하루, 한국 돈으로 2만 원 이하로, 술은 마시지 않고. 이것이 바로 여행 중 한식 규칙입니다. 처음 김치찌개를 먹었던 폴란드에서 만든 이 규칙은 이후 비엔나에서 된장찌개를 먹는데 당위성을 부여하였습니다. 스스로 만든 규칙을 깨기 싫으니 조금만 더 참아 두브로브니크에 도착하는 날 한식을 만나기를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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