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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희성 Aug 29. 2019

자그레브 혼자서도 잘 노네

크로아티아 여행기 -5

 트칼치체바 거리는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같은 풍경이 나오지 않아 골목마다 새로운 풍경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블러드 브릿지를 나와 사람들이 가득한 공공 도서관을 지나면 슬쩍 고개를 들게 하는 언덕이 나옵니다. 다 같은 도시라도 새로운 멋이 있습니다. 날씨가 좋은 것인지, 도시가 아름다운 것인지 어디를 봐도 엽서 같은 풍경들입니다. 그동안 지나온 수많은 동유럽의 구시가지와 색다른 멋이 살아 있습니다.

 

                       

언덕을 올라가니 도시 전체의 이정표가 나옵니다. 어디를 갈지 모르는 여행자들도 쉽게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혼자 걷는 이 여행에 유일한 이정표가 되어주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바로 앞에 스톤 게이트라는 곳이 있다고 하니 우선 발길을 재촉해봅니다.               


                       

스톤 게이트는 트칼치체바에서 성 마크 성당으로 가는 길에 있는 작은 통로입니다. 단순한 통로처럼 생겼지만 이 공간이 유명해진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이 곳에 있는 성스러운 성모상 때문입니다. 1731년 대화재로 자그레브가 불타 올랐는데, 도시를 끓는 듯한 화마에도 성모 마리아의 그림만이 피해를 보지 않고 살아남았습니다. 그래서 이 스톤 게이트의 성모 마리아 그림이 성스럽게 여겨집니다. 마침 한 할머니가 무릎을 꿇고 경건하게 기도를 올리고 있습니다. 태양빛이 가득해 활기차고 생명의 기운이 넘쳐흐르는 이 통로 밖과는 다르게 은은한 촛불만이 어둠을 막는 이 곳은 불과 5m 밖과 다른 차분한 분위기입니다.                 


                         

스톤 게이트에서 나와 조금만 올라가면 성 마크 성당이 손을 흔들어줍니다. 거대하고 웅장했던 캅톨 대성당과 다르게 작고 아기자기한 성 마크 성당은 주변 건물과 도토리 키 재기를 하는 듯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알록달록한 타일로 지붕이 꾸며져 크로아티아 문양과 자그레브 문양이 새겨져 있습니다. 전날 비로 타일 위의 물방울이 햇빛을 난반사해 성당 위의 타일들은 마치 컴퓨터 그래픽처럼 완벽한 모습을 자랑합니다. 성당이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으니 다가가기도 수월합니다. 그동안의 성스럽고 저절로 정숙하게 되는 다른 성당들과 다르게 조금 친밀하게 성당이 먼저 손을 내미는 기분입니다. 광장 앞에는 사람이 없어 여유롭게 앉아 성당 타일을 눈에 담았습니다.             


                           

성당 옆에는 크로아티아 역사박물관이 있습니다. 크로아티아 역사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전무하기 때문에 한번 가보면 좋을 듯합니다. 건물 주변에 그려진 재밌는 위인들의 캐리커쳐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각자의 사연이 무엇일까 궁금해져서 들어가 보았습니다. 학생 할인이라는 좋은 제도 덕분에 가벼운 가격으로 박물관을 돌아다니는데 아쉽게도 사진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크로아티아의 역사를 담은 지도부터 전통 복장, 군복 등 수많은 신기한 물건들이 가득합니다. 수많은 역사적인 물건들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납니다.          

                       

날씨가 좋아 사진을 찍으며 천천히 다시 거리를 걸어 다니다 보니 저 멀리 크로아티아의 전경이 나옵니다. 어디를 바라봐도 붉은 지붕이라 푸른 하늘과 대비됩니다. 고만고만한 붉은 풍경에서 유일하게 푸른빛으로 우뚝 솓은 건물은 전망대로도 유명한 360 전망대입니다. 이 구시가지에서 유일한 현대식 건물은 꼭대기에 전망대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거리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바로 세상에서 가장 짧은 케이블카입니다. 걸어서 내려가면 3~5분이면 갈 수 있지만 10분가량 기다리며 내려가는 특이한 케이블카입니다. 케이블카로 한 시간 가량 걸리는 베트남 다낭의 케이블카에 비해 수십 배는 짧은 케이블카는 이 전망대에서 반 옐라치치 광장으로 곧장 이어집니다. 그동안 빠르게만 움직이다 케이블카로 잠시 숨을 돌립니다. 프랑스에서 관광을 온 가족과 할머니 한 분이 타니 케이블카는 금세 가득 찹니다. 적은 인원으로 북적거리는, 걷는 속도보다 느린 케이블카의 역설적인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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