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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gitarius May 19. 2020

뒤늦게 근력에 욕심이 난다

한 달 넘게 피트니스 센터가 문을 닫았다. 처음엔 야외에 나가서 달리면 되겠지라고 생각했으나 쉽지 않았다.


한강변, 남산 등에서 몇 번 달렸다. 역시 야외에서 달리는 것은 실내보다 훨씬 빠르게 달릴 수도 있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변해가는 자연을 감상하는 즐거움이 컸다. 그러나 마스크를 끼고 달려야 되는 데다 야외로 나가기까지의 과정이 귀찮아서 포기하는 일도 많았다.


그래서 '홈트'라는 것을 시작했다.

먼저 하루에 스쾃 50개 하기를 목표로 세웠다. 스쾃 자세가 중요하다는 말을 수천번 들었는데, 가르쳐주는 사람마다 조금씩 달랐다. 이런저런 시행착오 끝에 나한테 적절한 스쾃 방식에 다다랐다.


어깨 넓이로 발을 벌려 발끝을 바깥으로 하고, 무릎은 발 밖으로 안나가게 엉덩이를 뒤로 뺀다. 올라올 때는 발바닥으로 땅을 밀듯한 기분으로 허벅지와 엉덩이를 들어 올린다.


주로 아침시간에 화장하기 전에 스무 개, 화장한 이후 스무 개, 열개 이런 식으로 50개를 후딱 채웠다.




그리고 투명의자 자세도 가끔 했다. 벽에 기대 일자로 서있다가 그 자세로 무릎을 90도로 굽혀 의자에 앉은 것처럼 정지하는 것이다. 30초도 버티기 힘들다.


40일가량 거의 매일 했는데 솔직히 체형의 변화는 잘 모르겠다. 애플힙이란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확실히 허벅지 윗부분과 엉덩이가 조금 단단해졌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묵직한 느낌 말이다.


드디어 피트니스 센터가 정상적으로 영업을 재개했다.

첫날은 두 달간 몸이 근질근질했을 체육인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첫날을 피해 셋째 날부터 출석체크를 한 나는 오래간만에 인바디 측정기에 올라섰다.


결과는?

두 달 전쯤 검사했을 때 상체, 즉 왼팔 오른팔만 근육량이 적정이었고 나머지는 부족 상태였다.

이번에는 모든 신체의 근육이 적정 밴드에 들어섰다.

스쾃의 힘인지, 꾸준히 달린 덕분인지는 모르겠다. 여전히 복부비만이 조금 있지만 근력량이 늘어났다는 것은 무엇보다 내가 대견스러울 일이다.


복부를 중심으로 사지에 힘이 팍 들어가면 수영도 더 잘된다. 무게중심도 잘 잡히고, 동작에 힘이 붙는다. 긴장해서 생기는 뭉친 힘이 아니라 여유 있는 힘이 생긴다(어려운 설명이다).


남일처럼 느꼈던 근력운동에 부쩍 관심이 가지다가 유튜브에서 한 영상을 접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장안의 화제인 '운동 뚱' 개그맨 김민경의 근력운동 도전기다.


 10주 차 도전기를 영상으로 10회 담았는데 강력 추천하고 싶다. 일반인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잘해서 '근수저' '태릉인'으로 불리는 김민경이니 감히 따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기구를 쓰는 자세를 배울 수 있을뿐더러 보고 나면 막 근력운동이 하고 싶어 진다.


운동해서 살을 뺀다거나 몸매를 비교하기보다는, 그저 근력을 키우고 싶은 단순한 욕구가 강해진다.




영상의 운동코치나 개그맨 김민경, 또 주변인들의 태도에서 진짜 제대로 된 근력인 하나를 키우는 것 같다. 그래서 시청자들도 운동경기 보듯 희열을 느끼고 도전의식이 생기는 듯하다.  


'여름이 오기 전에 팔뚝살 빼보세요' '출렁이는 뱃살 빼기' 같은 제목을 단 영상은 일단 보면 스트레스가 생긴다.  고되게 억지로 저 동작을 따라 해서 저렇게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몸매를 만들어야 할 것 같은 스트레스다.


그러나 '운동 뚱' 김민경을 보면, 그의 몸은 내 안중에 없다. 그저 300kg 레그 프레스는 못해도 70kg은 해봐야지 하는 의지가 불끈 솟을 뿐이다.


이 영상을 보고, 나도 습관적으로 하던 기구에 앉아 조금씩 중량을 늘려보고 있다. 불가능할 것 같던 무게도 한번 어렵게 성공하면, 그다음에는 그 무게가 다시 출발선이 된다.


달리면서 거리를 넓혀 나가는 기쁨, 물을 건널 수 있다는 자신감을 이미 맛보았다면 이제는 힘 못쓰는 지방을 근육으로 바꾸는 배짱까지 조금씩 누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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