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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볕뉘 Oct 05. 2024

하루 마무리 일기로 인생의 정원을 만들다.

   

하루는 마치 모래시계 속의 모래알처럼 빠르게 흘러간다.

창밖으로 스며드는 따듯한 햇살이 사라지고 어둠이 스멀스멀 몰려온다.

저녁노을이 남긴 붉은 잔해는 점차 희미해지고, 하늘은 짙은 남색으로 물든다. 건물들은 어둠 속에서 윤곽만을 드러내며 도시의 불빛 야경을 예고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자동차의 경적만 가득해지는 거리의 풍경으로 긴 하루의 끝자락이 몰려온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밤하늘의 어둠을 보는 순간까지 수많은 일들이 쉴 새 없이 반복된다. 이 모든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서 나는 하루의 마무리로 일기를 쓴다.

 처음에는 단순히 오늘 있었던 일들을 나열하는 데 그쳤다. 말 그대로 기억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오늘 몇 시에 일어났으며, 점심에 내가 무슨 음식을 먹고, 누구와 많은 대화를 했으며, 하루 시작의 기분이 어땠는지, 누구한테 열받았는데 말 한마디 못 한 나를 다독이며 할 말을, 일기를 통해 쏟아붓는 일도 있었다. 가끔 욕도 있다. 이렇듯 일기로 일상적인 나의 흐름을 정리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건 중심의 기록은 감정과 생각들로 변화되기 시작하였다.

 이야기가 생긴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이 생긴 것이다. 세상의 소음이 잦아들고, 오직 나만의 시간에서 하루를 뒤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아침에 일어나 급하게 출근 준비하고 바쁜 하루를 보내는 중에 감정들은 어떤 변화를 일으켰는지, 예상치 못한 문제는 없었는지 누구와의 대화가 즐거웠는지, 온통 이야기로 하루를 채워 갔다.

오늘 하루 나는 어떤 사람으로 지냈는지, 다른 사람 눈에는 어떤 모습으로 비치어졌는지 어떤 점이 넘치고,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느낌표에서 물음표로 바뀌는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 그리고 작은 소망들을 적어 가는 순간이었다. 소망 나무를 마음에 품고 열매를 하나씩 하나씩 가꾸어 가는 마음이 간질간질해졌다. 거기다 다꾸는 일기 쓰기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선물 상자였다. 손 글씨, 스티커, 그림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며 나만의 개성을 담은 페이지를 만들어 가는 과정은 마치 예술 작품을 만드는 듯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색색의 스티커와 마스킹 테이프, 그리고 다양한 펜으로 꾸며진 다이어리는 하루의 소중한 기억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다.

일기를 쓰며 다꾸를 하는 시간은 마치 나만의 작은 세계를 만드는 것과 같았다. 그 속에서 나는 나만의 이야기를 쓰고, 나만의 색깔로 꾸미며, 하루하루를 소중히 기록하며 새로운 색감과 아기자기한 소품들은 지루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고 창의적인 영감을 자극하기도 한다. 개미지옥이 따로 없다. 한번 빠져들면 헤어 나올 수가 없다. 가위로, 오리로 붙이고 하는 이 단순한 과정이 나의 마음을 반짝거리게 한다. 몇 시간째 책상에 앉아 있어도 힘든 줄 모르겠다. 오히려 어설프게 하여도 나만의 색깔로 세상 하나밖에 없는 일기장을 꾸미는 것은 나의 영감을 자극한다. 예술가가 된 기분이다.

바쁜 하루 속에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이다. 또한 의기소침해지는 나를 조금 더 용기 있게 만든다.

어른이 되었어도 나의 마음은 여전히 막막함으로 가득하고, 걱정과 불안으로 몸서리를 떨면서도 일기를 쓰는 순간만큼은 하루를 잘 살아낸 기분이 든다.

어렸을 적에는 나이가 들면 가는 길이 분명히 보일 것으로 생각하면서 자랐다. 걱정 근심도 조금씩 사라질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중년이 되어서도, 난 여전히 불안과 걱정을 달고 살며, 나의 길은 여전히 미로 수준이다. 50이 넘어서도 방황하고 있으니 답답하고 한심할 노릇이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나는 삶의 의미를 일기로 찾고 싶다.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도 나는 막연한 두려움보다는 벅찬 미래를 꿈꾸면서 살아가고 싶다.

누구한테나 하루의 시간은 24시간 똑같이 주어진다.

어떤 이는 감사함으로, 어떤 이는 투덜거림으로, 어떤 이는 불안한 마음으로 하루를 맞이할 것이다. 이 24시간 오늘이라는 하루 속에 사람의 마음은 각각 제각각이라 마음의 자세로 하루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 책상에 앉아 펼쳐 놓는 일기장은 나만의 비밀 정원이다.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끄적이던 문장들은 어느새 나의 하루를 가득 채운다. 때로는 기쁨에 벅차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하고, 때로는 후회와 반성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일기를 쓰는 가장 큰 즐거움은 바로 하루 동안의 작은 성취를 발견하고 기록하는 것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일기장을 펼쳤다. 오늘 하루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없었던 것 같았다. 그저 반복되는 일상에서 하루하루가 흘러가는 듯했다. 하지만 펜을 움직이며 천천히 오늘 하루를 되짚어보니, 몇 가지 작은 성취를 발견할 수 있었다.

오늘 아침,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운동을 하고 밀린 빨래를 모두 끝냈다. 며칠 전부터 읽기 시작한 책의 한 장을 다 읽었고, 오랫동안 미뤄왔던 업무를 하나 해결했다. 사소한 일들 같지만, 이 모든 것들이 모여 오늘 하루를 의미 있게 했다.

일기를 쓰면서 이러한 작은 성취를 하나하나 떠올리니, 마음속 저 끝 자락이 간질간질 거린다. 마치 숨겨진 보물 상자를 발견한 듯한 기분이었다. 사실 매일매일 큰일을 해내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작은 성취를 꾸준히 쌓아가는 것이 인생을 풍요롭고 반짝이게 만드는 비결이 아닐까, 생각했다.

일기는 단순히 하루를 기록하는 도구를 넘어, 나 자신을 성장시키는 강력한 도구이다. 매일매일 작은 성취를 기록하고 되새김으로써 자존감을 높이고,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동기를 부여받는다. 또한, 과거의 나를 돌아보며 성장했음을 느끼고, 미래의 나를 향해 더욱 발전하기 위한 다짐을 할 수 있다.

일기 쓰기는 마치 정원을 가꾸는 것과 같다. 매일 조금씩 시간을 투자하여 정성껏 가꾸면,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듯 나의 삶도 풍요롭게 변화할 것이다. 작은 씨앗 하나하나를 심고 가꾸듯, 일기장에 나의 꿈과 희망을 담아가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그 씨앗들이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 나의 삶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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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질간질한마음

#일기쓰기작은성취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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