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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볕뉘 Nov 24. 2024

영화 다가오는 것들

나의 나탈리에게

    

중년에 나탈리 평안하신지요?

지금도 당신의 서재에서 당신은 책 한 권을 꺼내어 따듯한 차 한잔과 책을 읽고 계시겠지요?

사랑하는 가족과 학생들에게 둘러싸여 안정적인 삶을 살던 당신은 남편의 갑작스러운 외도 고백으로 삶의 큰 변화를 겪게 될 줄 꿈에도 모른 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할 말이 있어 나 다른 사람이 생겼어.”

“뭐라고?

왜 나한테 그걸 말해

혼자 묻어 둘 수는 없었어?”

“그 사람이랑 살 거야.”     

남편한테 삶이 무너지는 소리를 듣는 당신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저는 감히 상상도 못 합니다. 평생을 남편과 가정에 헌신한 당신의 삶이 무너지는 순간.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셨나요?

그동안 믿었던 가족의 틀이 무너지고, 인생의 황혼기를 맞이한 어머니의 건강 악화까지 당신의 삶은 총체적 난국으로 당신을 몰아세웁니다.

어쩜 생각이라는 것을 할 사이도 없이 당신에게는 수많은 것들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불안 증세를 겪는 엄마는 수시 때때로 당신을 몰아세우기 일쑤였지요. 자살 소동까지 벌인 엄마 때문에 당신은 119 선생님들에게 경고까지 받지만, 엄마의 부름에 한 걸음 달려가는 살뜰한 딸인 당신을 보면서 저는 많은 생각이 들었답니다. 이혼 후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엄마에게 의지하고 기대는 모습을 보면서 당신도 엄마 앞에서는 한없이 어린 딸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엄마와는 서로 다른 세대를 살아왔고, 가치관이 틀리기에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누구나 엄마와 딸 사이처럼 애증의 관계를 반복하는 당신의 시간도 어머니 죽음 앞에서는 한낮 무용지물이었지요. 당신이 얼마나 어머니를 사랑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모든 딸이 어머니에게 지독한 말을 퍼붓다가도, 애처로울 수밖에 없는 현실처럼요.

이러한 상황에서 당신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려고 노력합니다. 과거의 제자였던 파비앵과의 재회는 당신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주었지만 동시에 당신의 신념과 가치관에 대한 회의감 마저 느끼게 했지요

당신 앞에 다가오는 모든 것들이 당신을 나락으로 떨어트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이 모든 것들을 삶에 대한 상실을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무너지지 않는 일생을 보내는 것이 얼마나 인생에서 중요한지를 알려준 저의 본보기였습니다. 감히 말하지만, 저였다면 일상을 살아내지 못했을 것 같아요.

당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삶에서 어쩔, 수없이 다가오는 모든 것들 앞에서 당신은 어떻게 일상을 살아갈 수 있었습니까? 당신을 주저앉히지 않고, 흘러가게 한 내면의 힘은 과연 무엇이었습니까?

당신이 얼마나 죽을힘을 다해 일상을 살려고 노력했는지 저는 알 수 있었습니다.     

삶의 변화 앞에서 흔들리지만, 결국, 자신의 힘으로 일어서는 당신의 모습에 존경심마저 들었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음으로써 소소한 일상을 살아가게 만드는 힘을, 당신을 통해서 배울 수 있었습니다. 상실 속에서 책이 주는 일상의 힘이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한 걸음 한 걸음 자신의 방식대로 다가오는 것에서 도망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며 자신의 방식대로 걸어갈 힘을 책에서 찾는 당신의 일상 모습이 너무 멋져 보였습니다.

당신은 철학 교사로서 삶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여자였습니다. 책을 통해 자기 생각을 정리해 갈 줄 아는 멋있는 여자였습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책을 통해 확인하고, 교사의 역할에 대한 확신도 얻었습니다. 책을 통하여 당신의 인생에서 다가오는 모든 것들을 의연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용기를 얻는 모습에 감동마저 하였습니다.

당신을 지킬 줄 아는 단단함을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요?

모든 것을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당신 삶을 바라보는 자세가 무엇보다 놀라웠습니다. 왜냐하면 사람은 누구나 주관적인 삶을 사니까요.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현실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당신의 인생에 박수를 보냅니다.

당신답게 인생을 사랑한 당신.

남은 가족들과 당신 곁을 지켜주는 친구들을 위해 당신은 남은 시간을 소중하게 살아가도록 자신과 약속하였습니다.

당신의 이런 모습들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였습니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마주하고, 자신을 성찰하며 성장하려고 노력하는 당신, 인생에서 다가오는 모든 변화 앞에서 두려워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변환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당신의 의연한 모습들     

 어쩔 수 없이 다가오는 것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순리일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 받아 들이인 것인지는 본인이 생각하고 정하기 나름이라고, 자신의 인생도 소중함을 알게 해 준 나탈리.

당신이 한 말

“이런 생각을 해 애들은 품을 떠났고, 남편 하고는 이혼하고, 엄마 죽고, 나는 이제야 진정한 자유를 되찾은 거야. 놀라운 일이야.”

이 말에서 전 당신이 얼마나 내면이 단단한 사람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저도 마지막 순간까지 저에게 다가오는 모든 것들 앞에서 당신처럼 용기 있게 마주하겠노라 약속은 못 하지만 적어도 일상을 살아내려고 노력하는 자세는 가져야겠다고 그러기 위해서는 곁에서 책을 떠나보내지 않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나탈리, 당신의 인생이 평안함으로 끝을 맺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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