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문경
문경 님 평안하신지요?
이 글을 쓰는 내내 영화의 작은 마음 ost를 들으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오열, 레마님의 대화하듯이 건네는 이 가사말처럼 저는 지금 어디쯤 가고 있고, 누구하고 있고, 무얼 하고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 생각하면서요.
팀장인 당신은 팀원인 초월님을 어떻게든 정규직 전환을 시켜 주려고 노력하였지만 결국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직장 생활에 환멸을 느끼고 위경련과 함께 번아웃이 찾아옵니다.
다들 퇴근한 사무실에서 초월님이 우는 모습이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픈지 저 또한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문득 초월님과 대화에서 고향이 문경이라는 소리를 듣고 당신은 무작정 같은 이름인 문경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혹시나 초월님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과 함께요.
영화 속 풍경에서 문경은 무척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산이면, 산, 들이면, 들, 강가면 강가, 햇살, 바람 소리, 흙 한 줌, 시골 마을 정경까지 저도 어느새 당신과 문경에 함께 있는 듯했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저 또한 당신 여정에 함께 하는 길동무였습니다.
그곳에서 당신은 만행을 떠난 비구니 스님 명지와 유기견 길순을 만나고 이들과 동행하게 됩니다.
짧은 여정 속에 길순의 주인을 찾아 떠나는 명지 스님과의 동행에서 저는 많은 것을 느꼈고, 보았습니다.
동물 또한 사람만큼 사람에게 위안을 주는 모습에 마음이 뭉클해졌답니다. 저 또한 애견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으로서 많은 것이 공감되었어요.
작은 마을에서 유랑 할머니를 만나고 손녀 유랑의 아픔을 알아 가면 이야기는 흘러 가지요.
서로 다른 상처를 가진 세 사람은 문경에서 만남을 통해 서로에게 의지하고 위로하며 상처를 치유해 가는 과정이 억지스럽지 않고, 잔잔하게 제 마음에 스며들어 가끔은 눈시울을 적시기도 하였답니다.
당신과 대화에서 유랑 할머니는 말씀하시죠.
“산다는 건,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 거야. 그래도…. 살아야지.”
직장 동료를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에 상실감으로 힘들어하는 당신에게 할머니는 삶의 흐름에 순응하고 현재를 받아들이는 것 또한 삶에 대한 용기임을 일깨워 줍니다.
그리고 명지 스님과의 대화에서는
“우리는 모두 길 잃은 존재들이야.”
누구나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삶의 목표와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이때 사람에게 기대고 위로받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지긋지긋하게 사람의 관계가 싫다가도 지긋지긋하게 사람만이 사람에게 위로가 되고, 희망이 되는 것을 쿵 하고 내려앉은 마음도 하늘 높이 둥실 떠 오르게 하는 것이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어떤 길을 선택하든, 후회는 남는 법이지.”
인생에서 어떤 선택을 하든 후회는 따르기 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중요한 것은 그 후회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 주는 영화였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요?” 당신이 명지스님께 묻지요.
“정답은 없어.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거지.”
전, 이 대사에서는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함을 알았습니다. 작은 행복을 찾고, 현재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기도는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줘.”
정말 그런가요? 기도는 정말 마음의 안정과 위로를 주나요?
종교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해 보지만 여전히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어려운 것이 종교 세계이고, 생활입니다. 종교인들을 바라볼 때면,
‘저들은 어떻게 그렇게 확실함으로 종교를 믿고 따라서 갈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많이 들었습니다. 저란 사람은 무척 연약하고, 나약하지만, 아직 신이란 존재에 대한 확신이 없습니다. 그것이 기독교든, 불교든, 천주교든, 전 종교에 대해 의구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눈으로 보는 것만 믿는 어쩜 단순한 사람이지요.
이런 저에게 자연은 많은 것을 가르쳐 줍니다.
유랑 할머니가 당신에게 말씀하시죠
“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
전 이런 산을 믿고 바다를 믿습니다. 삶의 안정감을 주고 제가 언제든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 하지만 종교를 진심 갖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그때가 좀 더 빨리 저에게 다가오면 좋겠습니다.
사람은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줄 수 있는 존재입니다. 날카로운 말 한마디는 칼날처럼 마음을 베어내고, 무심한 행동 하나는 깊은 상처를 남기지요.
사랑하는 사람의 배신, 친구의 질투, 낯선 이의 냉담함…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고통은 우리의 영혼을 짓누르고 삶의 의지를 꺾어버리기도 합니다. 마치 겨울 폭풍처럼 몰아치는 고통 속에서 홀로 떨며 얼어붙는 상상처럼 말이지요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고통을 치유할 수 있는 존재 또한 사람입니다. 따뜻한 포옹은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고, 진심 어린 위로는 상처 입은 영혼을 어루만져 줍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따뜻한 눈빛, 친구의 진심 어린 대화, 낯선 이의 친절한 배려는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은 우리에게 한 줄기 빛이 되어주고, 마치 봄 햇살처럼 따스한 위로는 삶의 희망을 불어넣어 줍니다.
어쩌면 인간은 고통과 위로라는 양면성을 동시에 지닌 존재인지도 모릅니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서로를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고통을 통해 성장하고, 위로를 통해 다시 일어서는 것처럼 말이지요.
당신이 아침 새벽. 안개에 싸여 길을 찾지 못하고 헤맸을 때 명지 스님의 기도 소리에 제 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지요.
여행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진정한 삶의 의미와 행복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삶의 방향을 찾아가는 아주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당신을 알게 되어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