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보다 오랜 시간을 당신 곁에서 지켜 주었던 강현 님을 외면한 그날로 돌아가고 싶습니까?
고개 숙인 당신의 모습을 후회합니까?
지금 당신이 처한 모습이 너무 싫어서 다른 자신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당신은 지구 과학 시간에 평행우주라는 것을 배웠는데, 다른 우주에 살고 있는 자신은 지금처럼 살고 있지 않을 거라고, 그렇게 살고 싶다고 강현 님을 보고 말하지요
그때 강현 님이 묻습니다.
“만일 다른 우주에 있는 네가 지금 너보다 더 지긋지긋하게 살고 있다면 어쩔 거냐고”
동준 님?
저 또한 지금의 삶이 너무 싫어서 다르게 살아 보고 싶은 욕망이 많은 사람입니다. 늘 바삐 움직이는 하루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항상 그 자리인 듯, 다른 사람들은 항상 성장해 나가고 있는데 저만 제자리걸음인 것 같은 현실이 동감이 되어서 평행우주를 믿어 보고 싶더군요.
이 영화는 세 번의 평행우주가 그려집니다.
이 세 번의 삶 속에서 당신은 항상 위태로워 보이고, 죄책감과 후회 시간을 견디면서 살아내고 있죠.
이 세 번의 삶 속에서 안심이 되었던 것은 당신만의 사람들이 당신을 지켜 주고 있었다는 겁니다. 늘 예민하고, 외로운 삶 안에서도 가까이 들여다보며 가족과 친구들 이웃들이 있었습니다. 당신만의 사람들이 곁에 있었다는 겁니다.
“인생은 가장자리에서 살아야 한다. 사랑을 구걸하는 것만큼 시간 낭비도 없거든 니는 나중에 그카지 마라. 사랑하는 나의 자식들아 너그들은 용기 있게 살아라.”
어머니 임종 전 당신에게 하는 말이 꼭 저에게 하는 말처럼 들려 눈물을 훔쳤습니다.
2020년 가을 당신의 세 번의 생이 비추어집니다.
세 번의 어떤 삶을 살든 당신은 결국 강현 님을 향한 미안함, 죄책감, 후회로 평생 강현 님을 그리워하지요. 그날의 경찰차를 멈추지 못하고 외면한 당신을 돌려세우고 싶었습니까?
결국 수많은 우주 속에서 단 한 사람만이라도 자신을 알아가고 상대방을 알아 갈 수 있는 관계가 주어진다면 생은 살아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나의 사람을 찾아 떠나는 여정 말입니다.
지금 저의 삶 안에도 저보다 더 저를 사랑해 주는 저의 무해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가족입니다.
가족이란 저의 안식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상처의 근원이기도 합니다. 마치 포근한 담요 안에 있는 따뜻함이 있지만 그 속에 날카로운 가시를 숨겨 놓은 것처럼 저를 찌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가시로 피가 철철 흘러넘쳐도 따듯함이 있기에 감내해야 하는 아니 품어야 함이 가족이지요.
진저리 치게 지긋지긋하다가도, 눈 녹듯 녹아버리는 마음이 가족이지요.
당신의 삶 속에도 이런 가족들과 친구들이 함께였다는 것이 저의 미소였습니다.
당신은 두 번의 인생 속에서도 경찰차를 세우지 못한 채 그저 쳐다보고 망설이기만 했지요.
세 번의 평행우주인 인생 차에서 당신은 용기를 내어 경찰차를 멈춥니다.
“형 같이 가자 나도 같이 가자”
“내일 또 만나자” 강현 님의 마지막 대화로 당신들은 20년 만에 재회합니다.
이 영화 끝의 대사
강현 님의 마지막 대사가 떠오릅니다.
“어제 본 것 같다."
과거의 죄책감과 후회 시간에 외면이 아닌 조금 더 용기를 내고 강현 님을 붙잡았던 당신의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이 영화는 선택이 무엇인지를 말해 주는 영화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모든 선택에는 항상 새로운 결과가 따라옵니다.
과거의 선택에 대한 후회는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은 이 후회를 통해 삶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였고, 더 나은 미래의 선택을 할 수 있는 용기를 저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아슬아슬한 서커스 공중 줄타기 사진이 주는 의미는 아마도 이런 줄타기 삶 안에서도 내면의 중심을 잘 잡고 한발 한발 걷다 보면 지금의 삶보다는 조금 더 나아진 삶을 살아 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요!
용기 있게 자신의 중심을 찾아가는 길이 얼마나 소중하고 값진 일인지 이 영화는 말해 주고 있습니다.
수많은 상업 영화 보다 이 짧은 한 편의 독립영화가 저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지며 울림을 줍니다.
당신을 알았다는 것이 제 인생의 축복이고, 행운입니다. 평안하길 바랍니다.
끝으로 이 글을 읽는 모든 분의 인생에도 내면의 중심을 잘 잡고 살아갈 수 있는 그 무엇인가가 있기를 그 곁에 따뜻한 손길을 마주하는 단 한 사람이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