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볼파란 Nov 17. 2023

어때요? 소울 푸드 참, 쉽죠?

두 번째 사투

나처럼 미각이 없는 사람에게도 소울 푸드라는 게 존재한다.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고 나를 힘나게 하고 포근하게 만들어 주는 음식. 나의 소울 푸드는 '만두'와 '알리오올리오 파스타'다. 


만두는 자주 만들어 먹기 힘드니 주로 사 먹는데 알리오올리오만큼은 내가 유일하게 집에서 자주 해 먹는 요리다. 알리오올리오는 알리오(마늘)와 올리오(기름)에서 나타내듯 마늘과 오일이 가장 중요한 재료 중에 하나다. 그 외엔 자신의 입맛과 취향대로 해 먹으면 그만인 아주 쉬운 요리 중에 하나다. 


사실 나는 내 맘대로 해 먹기 때문에 우리 집에서 나 말고 아무도 안 먹는다. 그저 엄마가 가끔 먹어주는데 맛있다는 말은 못 들었다.(역시 빈말 못하는 우리 엄마...) 외롭고 고독한 요리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재료: 마늘, 올리브유, 페퍼론치노, 절인 올리브, 파슬리, 후추, 소금

 

갑자기 해 먹고 싶어서 냉장고 문을 열어봤지만 재료로 할 게 없다. 주섬주섬 절인 올리브와 페퍼론치노, 파슬리, 후추 등을 꺼낸다. 결국 스페인에서 절인 올리브는 사 오지 못했지만 여행 전에 사다 놓은 올리브는 있다. 올리브를 정말 좋아해서 밥반찬으로도 몇 알씩 꺼내 먹는다. 사진으로 보니까 페퍼론치노 제조일자가 2021년인데 저거... 먹어도 되는 거겠지? 

대충 물을 맞추고 끓기 전에 면수를 위해 소금 간을 한다. 나처럼 따라 하면 안 된다. 짠 절인 올리브 넣는 걸 깜박하고 소금을 미친 듯 퍼넣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면수에 소금을 많이 넣는다. 대신 나중에 볶을 때 따로 소금 간을 하지 않는다. 면에 짭짤하게 간이 스며드는 걸 더 좋아하는 편이다. 다시 한번 말하는데 소금 저렇게 넣으면 안 된다. 무지하게 짜다.  

파스타를 할 때마다 드는 생각은 면 양을 맞추기가 너무 힘들다. 왜냐면 엄지 손가락과 검지 손가락 사이로 가늠할 때마다 양이 적다는 생각에 면을 조금씩 빼다 보면 항상 많아진다. 나중에 다 해놓고 보면 양이 엄청 많아져서 먹다가 배가 불러 과식하기 일쑤다. 그래도 많이 자제한 양이 저 정도다. 물론 나 혼자 먹을 양이다. 면은 8~9분 정도 익혀준다. 

올리브 좋아해서 올리브도 많이 꺼냈다. 몇 개는 반으로 자르고 몇 개는 통째로 넣는다. 저렇게 다 넣으면 짜다. 알고 있다. 근데 나는 좋아한다니까.  

마늘도 엄청 좋아해서 통마늘을 10~20개는 잘라서 넣는데 이날 통마늘이 없었다. 그래도 사실 상관없다. 나에겐 다진 마늘이 있다. 면을 끓인 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넉넉히 두르고 다진 마늘을 적당히 많이 넣는다.  

페퍼론치노도 넣어주고, 잘라놓은 올리브도 넣어줘서 볶아준다. 그 위에 파슬리, 후추를 뿌려준다. 

이때 냄새가 가장 좋다. 절인 올리브도 맛있지만 구운 올리브는 더 맛있다. 언제까지 볶아주냐면 마늘이 노릇노릇 익을 때까지 볶아준다. 

삶은 면을 넣고 후루룩 한 번 볶아내면 끝이다. 끝에 가서 미리 따라놓은 면수도 조금 넣어 준다.(짠 거 옆에 짠 거 옆에 짠 거...) 말했듯이 올리브 대신 다른 채소나 해물 재료들을 써도 좋다. 나는 호박이나 명란, 새우도 넣어서 많이 해 먹었다. 

그리고 그릇에 담으면 끝이다. 파스타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면이 다 익을 정도의 시간만 있으면 된다. 대략 10분이면 된다. 이효리가 이성을 유혹하는 시간도 10분인데 이 정도면 대단한 거 아닌가? 

Just One 10 MINUTES 내 것이 되는 시간-♬

여기서 끝이 아니다. 냉동실에서 오래된 치즈를 발견했다. 정신 건강상 유통기한은 보지 않는다. 곰팡이는 안 폈잖아? 아직 멀쩡해 보인다. 

치즈를 갈아서 먹어야 고소한 풍미를 더한다. 치즈가 오래되어서 자꾸 부서지는 게 문제인데 괜찮다. 그렇다면 그 맛은? 믿기 힘들겠지만 맛있다. 다만 이날의 소금 조절 실패로 좀 짰다.(좀이라고?) 내가 다니고 있는 내분비내과 선생님이 봤으면 기함을 할 레시피지만 다른 때는 이 정도로 짜진 않는다. 그래도 못 먹을 정도로 짜진 않아서 내가 다 먹었다. 짠맛은 치즈의 고소함으로 중화시켜 주면 된다. 


내가 유일하게 하는 요리가 몇 가지 있는데 그중에서 하나가 이 알리오올리오 파스타이다. 생각해 보니 자주 해 먹어서 소울 푸드가 된 것 같기도 하다. 닭이 먼저인지, 알이 먼저인지 뭣이 중하겠는가. 소울 푸드일 정도로 좋아하는 음식이라는 게 중요하지. 


여기에 화룡점정은 와인이나 맥주를 곁들이면서 유튜브나 넷플 시청하는 거지만 알코올은 자제하는지라 이걸로도 충분했다. 


맛에 대한 나의 평가는,

★★★★☆


맛있다니까. 

정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