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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Oct 28. 2020

세심하게 관찰해 보아요

브레인스토밍으로 글감 찾아내기

글쓰기는 아이들이나 어른이나 제일 힘들어하는 부분이다.

글쓰기에 대한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관찰하기’를 권한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사물이나 사람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주변의 환경을 잘 관찰하는 매의 눈이 요구된다. 세심하게 잘 관찰하다 보면 그것을 바탕으로 글감을 얻을 수 있다.



헐레벌떡 들어오는 승주에게 집에서 여기까지 오는 길을 그려보라고 했다.

대답이 걸작이다.  

    

“별거 없는 데요.”      


“아니 오면서 주변이 달라졌다든가 누구를 만났다든가 그런 거 있잖아?” 했더니     


“아니오. 아무도 안 만났는데. 에이 달라질 게 뭐가 있어요.” 한다.   

   

“폰에 얼굴 박고 게임하면서 오느라 아무것도 못 봤나 보네.” 했더니   

  


“누가 길에 다니면서 게임을 해요.
나쁜 학생들이나 하는 거지,
저는 착한 학생이라 그런 거 안 합니다.”
 하면서 너스레를 떤다.

    


아이들한테 글쓰기 수업을 할 때 제일 먼저 하는 것도 관찰이다.

자기가 갖고 있는 물건 하나를 골라서 글을 쓰게 한다.



글쓰기 과정을 안내하면 다음과 같다

물건을 하나 골랐으면 3분 동안 그것을 보고 떠오르는 대로 단어를 쓴다. 이때 가능하면 많이 쓴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단어를 적는다. 질보다는 양으로 무조건 떠오르는 생각을 쓴다. 



브레인스토밍으로 뇌에 폭풍을 일으켜 아이디어를 생산한다. 처음에는 10개도 못 쓰다가 몇 번 연습을 하면 폭풍처럼 단어를 떠올려 낸다. 자유롭게 연상된 단어들이 아주 빠르게 생각이나 손이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승주는 필통을 골랐다.  

‘필통’에 대해 떠오르는 단어를 3분 동안 쓰게 하고, 그 단어를 이용해 두 문장을 썼다.

그런 다음 그것을 한 단락을 썼다.     



‘필통’에 대한 3분 브레인스토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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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문장 쓰기


- 새로 산 지우개가 없어졌는데, 알고 보니 필통에 구멍이 있었다.

- 숙제하려고 책상에 앉았더니 필통을 학교에 놔둔 것이 생각났다.     


한 단락 쓰기


나는 어제 지우개가 필요해서 문구점에서 새로 샀다. 지우개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내일 학원에서 쓰기로 했다. 돈이 부족해서 필통을 사지 못했는데, 지우개 하나로 만족했다. 다음날 학원에서 새 지우개를 쓸려고 했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알고 보니 필통 밑에 있는 구멍을 뚫고 나가떨어진 것이었다.      






필통에 대한 겉모습이나 필통과 관련된 이야기를 쓸 줄 알았다.

승주는 필통 속에 있던 지우개를 선택해 글을 썼다. 지우개가 없어진 이야기부터 했다. 요즘아이들 답지 않게 지우개 하나 잃어버린 것도 마음을 쓰는 세심한 친구구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 이유는 얼마 전에 바로 새로 샀기 때문이었다.      


새 필통을 사고 싶었지만 돈이 부족해서 못 사고 대신 지우개를 샀다. 그런데 새로산 지우개가 없어졌나 해서 걱정을 했는데 나중에 보니 필통 안에 있었단다. 필통이 2단 구조여서 구멍 난 필통 아래 지우개가 있었다고 5문장 길이의 문단을 아주 쉽게 써냈다.      


외국에 오랫동안 살다 와서 맞춤법에 어긋난 단어가 눈에 띄기는 하지만 생각을 끌어내는 게 더 중요해서 쓰는 동안에는 그냥 놔두었다. 다 쓴 다음에 맞춤법에 맞는 단어를 알려주었다.       


    


브레인스토밍  Brain Storming

알렉스 오스본(A. F. Osborn)이 주창하여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산하기 위한 학습 도구이면서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는 집단적 아이디어 발상법이다.
글쓰기에 브레인스토밍을 적용할 때는 혼자 하거나 서너 명이 한다.


브레인스토밍을 할 때의 규칙

첫 번째로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비판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에 자극을 받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것이 브레인스토밍의 핵심이다. 자유 연상 단계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는 수준에 상관없이 다 받아들여야 한다.
설사 내 아이랑 둘이서 할 때라도 마찬가지이다.
검토 단계에서 충분히 평가하고 비판할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둘째로 자신 없는 아이디어라도 주저 없이 발표한다.

브레인스토밍 할 때 ‘한심한 아이디어’보다 ‘일관된 침묵’ 더 나쁘다. 브레인스토밍은 눈덩이처럼 아이디어를 연쇄적으로 확장시키기 때문에 떠오른 단어면 무조건 발표한다. 보잘것없을 정도의 평범한 아이디어들이 모여서 훌륭한 아이디어를 만들어 낸다.

셋째로 100개 이상의 아이디어가 나오도록 한다.

아이디어의 질보다 양이 우선임을 잊지 않는다. 정해진 시간에 가능한 한 많은 아이디어가 나오도록 한다. 특히 자유 연상 단계에서는 많은 양의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오도록 주의를 기울인다.  

양이 질을 보장한다는 사례는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플로리다대학교의 제리 율스만 교수는 영화 사진 수업에서 ‘양적 집단’과 ‘질적 집단’을 나눠 실험을 했다. ‘양’만 측정한 집단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사진들이 나왔다.

넷째로 타인의 아이디어를 결합하고 발전시킨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시간 내에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수십 가지 만들어 내기는 어렵다. 기존의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와 결합시켜 새로운 아이디어가 만들어진다.    



출처: Pixabay





“어떠한 관찰 방법과 훈련도 항상 주의 깊게 살피는 자세의 필요성을 대신해주지는 못한다.

볼 가치가 있는 것을 그때그때 놓치지 않고 보는 훈련에 비하면 아무리 잘 선택된

역사나 철학이나 시의 공부도, 훌륭한 교제도, 가장 모범적인 생활 습관도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다. 

당신은 단순한 독자나 학생이 되겠는가, 아니면 ‘제대로 보는 사람’이 되겠는가?

당신 앞에 놓인 것들을 보고 당신의 운명을 읽으라. 그리고 미래를 향하여 발을 내디뎌라.”

 -『월든』, 1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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