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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Nov 01. 2020

오감을 활용해 표정이 있는
글을 써보아요

글쓰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을까?

글쓰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을까?

게임은 물론이고 유튜브니 웹툰이니 해서 아이들의 볼거리가 넘쳐나고 있다.

논술학원에 오는 아이들이라고 해서 책 읽기를 좋아하는 건 아니다.

억지로 엄마 손에 이끌려 마지못해 다니고 있는 아이들이 많다.

물론 매주 한 권씩 책을 읽고 아이들이 처음보다 달라지기는 한다. 

책 읽기도 싫어하는 데 글쓰기는 말해 무엇하랴.     



이런 친구들에게 글쓰기에 재미를 붙이라고 하는 것이 ‘과자 파티’이다.

과자를 모양 별로 여러 가지를 준비해 접시에 가지런히 내놓는다. 

들어오면서 오는 무슨 날이에요 하는 눈빛으로 눈이 휘둥그레져서 쳐다본다.


     



모양이 제각각 다른 과자들이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고, 과자에서 풍기는 냄새가 솔솔 나기 시작하면 참다못해 이거 먹어도 되는 거예요? 하면서 손이 먼저 간다.

그럼, 오늘 과자 파티할 거야. 어서 먹어. 맛있게 드셔요. 하니 정신없이 이 과자 저 과자 손을 분주하게 움직인다.     



수업이 아닌 것처럼 기왓장 같은 과자를 손으로 짚으며 

이거 뭐 닮은 것 같니? 이거 보니 생각나는 거 없어? 했더니

수연이가 ‘썬칩’ 보니 삼겹살 무늬가 생각났어요. 강원도 여행 갔을 때 아빠가 삼겹살을 구웠는데 바닷물결처럼 쭈글쭈글했어요.라고 말했다.     



참 세대 차이를 많이 느끼게 하는 표현이다. 기왓장 같다고 생각한 나와 다르게 13살 수연이는 바닷 물결 같다고, 쭈글쭈글하다는 의태어로 표현을 했다.     

열심히 먹고 있는 아이들에게 지금 과자 씹는 소리 잘 들려? 했더니 버터 와플을 씹고 있다가

 


“샤프 심이 부러지는 소리 같아요.
‘뚜뚜둑’ 나는 소리가 연필이 뚝 부러질 때
 나는 소리처럼 들렸어요.”한다.


사각사각이 아니라 뚜뚜둑이라는 투박한 의성어로 표현했다.
가능하면 우리가 갖고 있는 오감을 다 느껴서 말해 보고 쓰게 하려는 목표를 갖고 수업 교안을 짠다.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만지고, 맛을 보는 행위를 통해 감각을 자극하는 작업을 한다. 자신만의 감각을 활용해 글을 쓰면 표정이 있는 글이 나온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나만의 창의적인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집에서 처음 논술 수업을 했을 때는 수제비 만드는 과정이 들어가 있었다. 밀가루에 물을 부어 쫀득하게 반죽을 만드는 것부터 했다. 아이들이 집에서 한 번도 안 해봐서 그런지 밀가루가 날려 바닥이 허옇게 되기도 했다. 쫀득하게 반죽한 밀가루 덩어리를 주물러 아이들은 자기가 만들고 싶었던 모양대로 만들었다. 국물 속에 자기가 만든 수제비를 조심스럽게 넣었다.      



 

와~ 수제비가 김이 하얗게 펄펄 올라오는데요.
대박, 수제비가 동동 위로 떠올랐어요! 
식당에 갔을 때 된장찌개가 보글보글 끓는 것처럼
수제비도 그렇게 끓고 있는 데요.     



신기하다는 듯이 감탄사를 연발했다. 

요리하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펄펄, 동동, 보글보글과 같은 다양한 표현을 하며 의태어, 음 성어와 같은 음성 상징어를 익힌다. 이런 표현을 통해 자신만의 표정이 담긴 글을 써내게 되고, 이는 곧 표현력을 향상한다. 

       


학교와 학원으로만 다니기에도 바쁜 아이들에게 수제비 만들기와 같은 풍부한 체험은 글을 쓰는데 기초가 된다. 음식 만들기는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 등 온몸의 감각을 일깨워준다.  

가정에서 내 아이와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요리를 자주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머릿속으로만 생각해서 나올 수 없는, 몸으로 체험한 진솔한 표현이 마구마구 쏟아져 나올 것이다.  


    

학원에서는 안전함과 냄새에도 자유롭지 못해서 요리 수업은 안 하고 있다. 대신 과자 파티를 통해 오감을 자극하는 글쓰기를 하고 있다.      


다음은 수연이가 쓴 글이다.

다섯 단락의 글을 써냈는데, 특별히 단락에 대한 이론 설명은 하지 않았다. 

생각의 덩어리인 단락은 문장이 여러 개 모여서 이루어진다. 생각이 달라질 때마다 단락을 나눈다. 

아이들과 수업을 할 때는 색깔 펜으로 단락이 바뀔 때마다 다른 색으로 쓰게 한다. 자연스럽게 단락을 손끝에 새기게 하기 위해서이다.       


                                 


문장의 길이가 대체로 길다. 처음 글쓰기 시작한 친구라 가능하면 표현을 많이 하는 데 집중하도록 했다.

오감을 활용해 다섯 단락으로 500자 가까이 써냈다. 지금은 비록 짧게 쓰지만 조금만 지나면 다양한 표현을 넣어 긴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있었던 사실에 자신의 느낌을 조금만 더 풀어내면 훌륭한 글 한 편이 나온다.      

오감을 활용한 글쓰기는 쉽고 재미있게 표현력을 기른다는 장점이 있다. 과자나 요리를 하면서 느꼈던 경험들을 글로 쓰게 되면 글쓰기를 좋아하게 될 것이다. 무엇인가를 보고 듣고 맛보고 만지고 냄새를 맡으며 의성어와 의태어를 이용해 다양하게 표현해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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