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순희 Nov 01. 2020

‘하루 좋은 일 세 가지’를 쓰며
행복해 보아요

치유의 글쓰기

가정이 경제적으로 부유함에도 우울한 아이들이 많다.

특히 남자아이들인 경우에는 틱 장애를 가진 경우가 많다. 우울증은 성별을 가리지 않고 걸리는 듯하다. 이런 친구들이 종종 등록하지만 오래 다니지를 못한다. 틱이 있는 친구는 그 팀 아이들이 그만둬 버린다. 

우울증 있는 아이들은 기운이 다운되어 수업 시간을 버텨내지를 못한다. 밤새 안 자고 새벽에 잠드는 경우도 부지기수이다. 그러다 보니 낮 일정을 소화하지를 못한다. 학원을 빠지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학교 결석도 잦다.


주의력 결핍 장애는 그나마 애교 수준이다. 주의력 결핍으로 인한 과잉 행동을 하는 친구들인 경우에는 에너지가 넘쳐 밝기라도 하는데 우울증은 아이도 우울하고 교사도 아이의 상태를 살펴가며 가르처야 하니 외줄 타기를 하는 것 같다. 어른이고 아이들이고 마음이 아픈 사람이 자주 눈에 띈다.       


요즘의 아이들은 물질적으로 풍요롭다 보니 감사함을 느끼지를 못하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 줄도 모르고 있다.

며칠 전 오늘 하루의 의미를 담은 문장을 써보라고 했더니 중1 학생이 “오늘뿐만 아니라 매일매일이 우울한 날”이라고 썼다. 깜짝 놀라서 왜 매일매일이 우울한데 했더니 대답이 걸작이다.      

아침에 일어나기 싫은 데 일찍 일어나라고 잔소리해서 싫단다. 코로나로 온라인 클래스를 듣는 데 잠옷 바람으로 들었다고 야단맞았다고 했다. 

듣다 못해 아니 아무리 온클 수업이더라도 제대로 옷은 갖추고 입어야지 했더니 EBS 틀어주는데 아무렇게나 입으면 어때요. 편한 옷 입고 들으면 안 돼요? 도리어 내게 질문을 했다.      

학원에 와서 고작 쓴 글이라는 것이 “학원 너무 많이 다녀서 눈 뜨기 싫다. 빨리 직장생활을 해서 독립해 엄마 아빠 잔소리에서 벗어나야겠다.”라고 썼다.  

   

학원에 오는 아이들이 이런 친구들이 부쩍 늘어서 최근에 읽은 책이 생각났다. 

『마틴 셀리그만의 플로리시』에서 팁을 얻어 하루 좋은 일 세 가지를 써 보게 하는 수업을 진행했다. 

일상에서 기쁨을 발견하고 자신의 대표 감정을 찾아보며 행복하기 위한 목적에서 시작했다.      


엄마의 걱정이 많은 재용이가 도착했다. 수업 내내 다리를 떨며 어떻게든 빨리 해치우고 가려고만 한다. 

처음 수업할 때는 수업 내용을 잘 못 알아 들어서 걱정이 많았다. 

자유 학년제의 적용을 받은 중2 재용이는 말하자면 중학교 들어와서 처음 시험을 보게 된 셈이다. 설명을 해줘도 이해를 못해서 마인드맵으로 정리를 하게 했다.     


교과서 본문을 암기할 정도로 마인드맵으로 그리고 매번 암기한 다음 테스트를 했다. 그러고도 성에 안 차서 월 4회 기준인데 횟수를 10회 이상 더하고 올 때마다 시간을 넘겨서 했다.  심지어 예닐곱 시간을 한 날로 있었다. 문제집도 서 너권을 풀고 국어 카페에 들어가 문제란 문제는 모조리 다 출력해서 풀게 했다. 시험이 어려웠는데도 한 개 틀려왔다. 공부를 아주 잘하는 아이들도 80점대 초반을 맞았다고 하는 데 꽤 선방을 했다. 첫날 국어를 잘 봐서 그런지 다른 과목들도 한 두 개 밖에 안 틀려와서 재용이 어머니도 놀라고 나도 감동을 했다.      


실전에 강한 아이 였나보다. 워낙 시험 대비를 강도 높게 정석으로 해서 그런지, 지금은 고사성어 암기하는 것도 아주 빨리 한다. 비문학 독서 지문의 단락마다 소주제문 찾는 것도 재빠르게 하고 문제 풀이도 오답이 거의 없는 수준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르칠 때마다 약간의 불안함은 있다. 새로운 것을 가르칠 때는 주춤하니 또 원 위치로 돌아간다.      


재용이에게 오는 하루 좋은 일 세 가지를 말해보라고 했더니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면 오늘 한 일 중에서 기억에 남는 일은 어떤 거야 했더니 머뭇거리더니 동아리 활동 얘기를 했다. 

     


나: 거기서 좋았던 일 없었어?

재용: 십자수에 보석 비즈 완성하는 건데 대개 어려웠어요.

나: 어려워서 못 해낸 거야? 

재용: 아니요. 다 완성해서 뿌듯했어요.

나: 그러면 그거 좋은 일 한 가지에 쓰면 되겠다. 대신 너의 감정을 솔직하게 써야 돼.     


두 번째는 학교 끝나고 다른 반 친구를 만나서 반가웠단다. 코로나로 학교에 가는 날이 별로 없어서 얼굴을 볼 수 없었는데 반이 달라져서 더욱 만나질 못했나 보다. 같은 동네 사는 그 친구랑 집에까지 같이 오게 되어 기뻤다고 했다. 한 번 말하기가 어렵지 그다음부터는 봇물 터지듯이 말을 쏟아냈다. 집에 왔는데 엄마가 고구마를 쪄 주셨는데 너무 맛있어 4개나 먹었단다. 나를 위해 고구마를 쪄준 엄마한테 고마웠다고 했다. 


     

긍정심리학의 대가인 마틴 셀리그만은 『마틴 셀리그만의 플로리시』에서 플로리시 flourish를 위한 웰빙 이론을 이야기한다. 좋은 생각을 하여 잠재적 능력까지 발휘해 자신의 삶을 활짝 꽃 피워 번영하게 하는 게 플로리시 하는 거란다.       

                    



  저자는 웰빙 하며 행복하게 살기 위해 ‘감사 편지 쓰기’와 ‘세 가지 좋은 일 적기’ 등을 권한다. 고마운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 내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고마운 마음을 꼼꼼히 적어 직접 읽어주고, 또 잠들 기전에는 하루 동안 잘된 일 세 가지를 뽑아 그 이유를 써보라고 한다. 이렇게 3개월에서 6개월만 계속해도 우울증도 좋아진다고 심리학 교수답게 실험과 통계를 갖고 와서 설득한다.    

 

다음은 재용이가 <하루 좋은 일 세 가지>를 마인드 맵 하고 쓴 글이다.




마인드맵으로 ‘좋은 일 세 가지’를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정면으로 바라다보는 글쓰기를 했다.                 

뿌듯함, 성취감, 기쁨, 반가움, 고마움, 만족스러움 등의 긍정적인 감정을 느껴서 그런지 재용이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재용이는 학원에 오면 언제나 정면으로 벽시계가 보이는 자리에 앉았다. 그 자리가 편한지 늘 그 자리에 앉아서 수업 듣는 틈틈이 시계를 봤다. 그러던 아이가 오늘은 시계도 안 보고 여유가 있어 보였다.       


    


마틴 셀리그만은 자신의 강점을 발견했을 때, 또 그 강점을 활용할 방법을 알아차렸을 때 사람은 변화된다고 한다. 모든 학교에서 대표 강점 찾기와 좋은 일 적기와 같은 긍정적인 사고를 키우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글쓰기는 치유하는 힘을 갖고 있다. 나 역시 글을 쓰며 한껏 정화되는 느낌을 받는다. 아마 재용이도 그것을 느꼈는지,  오늘 엄마가 참 고마웠어요 하며 일어서길래 그 고마운 마음을 직접 엄마에게 꼭 전하라고 했다. 

긍정적인 정서를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좋은 일 적기’와 같은 심리 훈련을 반복해서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 03화 베껴 쓰기로 글을 쉽게 써보아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