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바야흐로 호떡과 붕어빵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계절이 왔다. (씽긋)
“호떡 하나 주세요~!” 하고 계좌이체를 하고 있었는데 옆 사람이 “제가 더 먼저왔는데요?!” 라고 한다.
‘아닌데.. 내가 먼저 왔는데..’
나는 대수롭지 않게 사장님께 “이분 먼저 주세요~” 라고 했고 사장님은 그런 나를 보며 코를 찡긋하신다.
그리고는 옆 사람에게 호떡을 건네시면서 “이 분이 먼저 오셨는데 양보해 드린거에요~”라고 강조를.. (머쓱)
그런데 저 사람 돈을 안 낸 것 같은데..?
“사장님 저분 돈 안 내지 않았어요?”
“조금 이상해 보여서 그냥 보냈어요. 호떡 팔다 보면 이상한 사람이 많이 와서 대충 보면 알아요. 아까는 호떡을 사간 지 2시간이 지났는데 다시 와서는 호떡이 식었다고 반품을 해달래”
”네????? 그래서 환불해 주셨어요???”
사장님은 아무 말 없이 한쪽에 놓인 흰 종이봉지를 얼굴로 가리키셨다.
“이상한 사람이네요.. 무슨 호떡이 식었다고 환불을..”
사장님은 내 경악스러운 반응이 마음에 드셨는지 그동안 경험했던 이상한(?) 손님들 얘기를 들려주셨다.
“봉지 필요하시면 여기에 담아가세요~” 라고 했더니
“내가 왜 담아? 담아줘 아줌마” 라고 반말하는 사람,
추운 겨울 맨 뒷 줄에 할머님이 계시길래 사장님께서 호떡 한 개를 먼저 드렸더니 “할머니는 왜 새치기하세요?” 라고 하는 사람,
지폐를 호떡판에 던지고 가는 사람, “천 원에 줘 아줌마” 라고 막무가내 부리는 사람, 주문해 놓고 안 오는 사람은 오히려 양호한 편이라며..
그런데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위에 언급한 사람들이 모두 너무나 어린 친구들이라는 것이었다.
너무 충격적이었다. 요즘 어린 친구들은 손해 보기 싫어한다, 힘든 일은 안 하려고 한다는 얘기를 들어도 그냥 그렇구나. 그런 성향이구나.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예의범절과 직결된 문제라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그래서인지 사장님 마음속에는 어린 친구들에 대한 편견이 이미 깊숙하게 자리 잡은 듯했다.
나는 뒤돌아 편의점에 가서 목욕탕 이모들이 제일 좋아하시는 미에로화이바 한 병을 샀다. 고작 천 원짜리 음료수 한 병에 그 편견들이 갑자기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조금이나마 마음이 따뜻해지시길 바랐다. 사장님은 내 마음을 알아채셨는지 표정으로 화답하셨고, 몇 살이냐고 남자친구는 있냐며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로 마무리 지었다.
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변한다고한들 내가 불을 켜고 있으면 내 주변의 온기는 늘 따뜻할 거라고 생각한다. 핵 개인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요즘 갈수록 친절이 오지랖이라는 의미로 폄하되는 것이 씁쓸하지만 그러한 생각들조차도 어느 정도 존중은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 한 명쯤은 친절이든 오지랖이든 사람 냄새 풍기며 살자고 되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