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따라 걸은 스페인
38살,
처음으로 ‘화가’라는 평생의 꿈을 향해 붓을 들었다. 중학교 미술시간 이후로 들어본 적 없는 붓은 낯설었고, 그림을 배워본 적도 없기에 한계는 너무 쉽게 눈앞에 다가왔다. 그 갈증을 어떻게든 채우고 싶어 전시를 보고, 미술사 책을 읽었다. 그리는 시간도 좋았지만, 보는 일 또한 너무도 즐거웠다. 그림을 눈으로 삼키고, 문장을 따라가며 마음을 채워나갔다.
나는 유독 종교화에 마음이 끌렸고, 스페인의 색과 정서에 매료되었다. 늘 마음 한구석에 품고 있었다.
언젠가, 꼭 한 번은 스페인으로 가리라. 그곳에서 책에서만 보던 그림을 진짜 내 눈으로 보리라.
2024년 11월.
나는 바르셀로나에서 여정을 시작해, 팜플로나에서 순례길을 걸었고,
여러 성당의 그림들 앞에 조용히 머물렀다.
마드리드에선 오래도록 동경하던 작품들을 내 눈에 담았다.
이 글은 그 여정에서 마주한 그림과 마음의 기록이다. 정보나 해석보다 중요한 건, 그 순간 내가 어떤 숨을 쉬었고 어떤 눈으로 바라보았는가이다.
그러니 이 글은 단지 나의 감상일 뿐이다.
부족할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지만, 그 모든 틈마저도 나의 시선이었다.
작품 해석이 아니라, 그림 앞에 선 한 사람의 마음이 남긴 조용한 흔적으로 읽어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