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sel ou Sagesse_프랜시스 피카비아

그림을 따라 걸은 스페인.

by 바인
이미지 출처: Bine

페인 마드리드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의 한쪽 벽에서, 나는 프랜시스 피카비아(Francis Picabia)의 Amsel ou Sagesse (암젤 우 사제스, 직역: 검은 새 혹은 지혜)와 마주했다.


그림 앞에 선 나는 흥미로우며 혼란스러웠다. 초상화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추상화도 아니었다. 마치 서로 다른 시대, 다른 언어, 다른 감정들이 한 화면에 동시에 존재하는 듯했다. 화면의 움직임 하나 없이도, 그 정적인 장면은 미디어아트 같았다.

나는 한 모퉁이에서 다른 모퉁이로 시선을 옮기며, 마치 글을 읽어나가듯 천천히 그림을 '읽어'갔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화면을 가로지르는 커다란 얼굴 윤곽선이었다. 검은 선으로 단순하게 그어진 그 얼굴은 고대 이집트의 벽화 같기도, 현대 만화의 과장된 라인 같기도 했다.
그 표정은 속세의 모든 것에 흥미를 잃은 듯 심드렁했다.

그런데 그 안에는 다시 중세 성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성스러운 형상이 겹쳐져 있다. 고전 인물화와 현대 드로잉이 충돌하듯 병치된 이 구성은 오래 바라볼수록 강렬했다.

이 작품의 진짜 힘은 ‘충돌’과 ‘공존’에 있었다.


색은 의도적으로 바래 있고, 고동색과 황토색, 붉은색이 반복되어 고대 프레스코화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러나 그 위를 덮고 있는 선들은 얇고 유려하다. 마치 스케치북 위의 낙서처럼 자유롭고 충동적이다. 다다이즘을 대표하는 인물이자, 예술의 경계를 넘나든 피카비아의 유머와 반항 정신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고귀한 전통을 해체하고, 새로운 시각 언어로 조롱하듯 다시 조립한 것이다.

나는 문득 ‘지혜(Sagesse)’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했다. 피카비아가 말하는 지혜란 완벽하고 고귀한 질서가 아니라, 서로 다른 것들이 충돌하고 얽히며 만들어지는 혼돈 속에서 피어나는 깨달음이 아닐까.

이미지 출처: Bine

그림 속 인물은 한 손으로 가슴을 움켜쥐고 있는 듯하다. 그 손끝에서조차 불안감과 동요가 느껴진다. 바로 그 흔들림, 그 불완전함을 작가는 지혜의 또 다른 이름으로 제시하는 듯했다.


특히 나는 입술 부분이 인상 깊었다. 형광 핑크빛으로 그려진 입술은 화면 전체에서 튀어나온 유일한 농담처럼 보였다.
신성하고 경건한 분위기 속에 슬쩍 웃음을 던진, 작가의 장난기. 그것이 바로 피카비아다. 진지한 척하면서, 동시에 모든 권위를 가볍게 비트는 유쾌한 재치.

Amsel ou Sagesse는 고전과 현대, 신성과 세속, 엄격함과 장난기라는 모순적인 가치들이 얽혀 하나의 독특한 시각적 시(詩)를 완성한다.

나는 이 그림을 끝까지 '읽었'지만, 마지막 문장은 비워져 있었다. 그 여백을 어떻게 채울지는 오롯이 내 몫이었다.


작품 정보
작품명: Amsel ou Sagesse (암젤 우 사제스)
작가: Francis Picabia (프랜시스 피카비아)
제작연도: 1930
재료: 캔버스에 유화 (Oil on canvas)
소장처: Museo Nacional Centro de Arte Reina Sofía (레이나 소피아 국립미술관), Madrid (마드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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