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따라 걸은 스페인.
마드리드의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을 걷다 보면, 무심코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작품들이 있다.
Juan Ismael(후안 이스마엘)의 Amor hasta los huesos (아모르 아스타 로스 우에소스, 직역: 뼈에 이를 때까지의 사랑)도 그중 하나였다.
이 그림 앞에 서는 순간, 마치 형상이 꿈을 마주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허상인지 알 수 없는, 관념과 감정이 뒤섞인 풍경.
화면 위의 유기체들은 서로 엉켜 흐르면서도 경계를 거부한 채 긴장을 품고 있다.
붓터치는 두텁고 거칠다. 쉽게 덧칠한 듯하지만, 들여다보면 수차례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파란색 곡선은 마치 뼈대를 암시하고, 바스러진 듯한 노란 면은 마른 잎이나 상처 입은 장기처럼 보인다. 이 추상적인 형상들은 정확한 이름을 거부한 채, 감정의 단서로만 남아 있다.
나는 이 그림을 보며, 사랑이란 말의 얼굴을 떠올렸다. 사랑은 온기와 위로만으로 정의되지 않는다. 때로는 깊이 스며들고, 때로는 상처로 남는다. Amor hasta los huesos는 그런 사랑의 양면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카나리아 제도에서 태어난 후안 이스마엘은 고향의 이질적인 풍경과 그곳에 배인 고독함을 자신만의 시각적 언어로 재구성했다. 그의 작업은 전쟁과 그 이후의 불안한 정서, 그리고 정체성에 대한 탐구가 얽힌 혼합물처럼 보인다.
명확한 윤곽이나 구조보다는, 감정의 잔향과 내면의 파편이 화면 위에서 서로 부딪히고 스며들며 의미를 생성한다. 그림은 마치 말보다 먼저 태어난 언어처럼, 원초적이고 감각적인 방식으로 작가의 내면을 밀어낸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오른쪽 위 붉은 손 모양의 형태였다. 무언가를 움켜쥐려다 놓친 듯한 손.
그 안에 담긴 조심스러움과 불완전함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나는 이 그림에서 끝내 단정되지 못하는 감정을 보았다. 불완전하고 무거운 회색 바탕은 긴 침묵 같고, 그 위에 얹힌 따뜻한 오렌지와 노란 갈색은 사랑이 남긴 잔상처럼 스며든다.
형상들은 흩어지고, 감정은 잔향처럼 떠돌며 한 번도 끝까지 설명되지 않는다.
그래서 더 진실한 어떤 것이 그 안에 남는다.
사랑은 언제나 흩어지고,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꾸만 그것에 모양을 부여하려 한다. 이름을 붙이고, 얼굴을 그리고, 온기를 기억하려 한다.
마치 그렇게 하면, 사랑이 조금은 덜 사라질 것처럼.
작품 정보
작품명: Amor hasta los huesos (아모르 아스타 로스 우에소스)
작가: Juan Ismael (후안 이스마엘)
제작연도: 1940년대
재료: 마포(粗布)에 유채
소장처: Museo Nacional Centro de Arte Reina Sofía (무세오 나시오날 센트로 데 아르테 레이나 소피아), Madrid (마드리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