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따라 걸은 스페인.
앙헬레스 산토스 토로엘라(Ángeles Santos Torroella),
꿈에서 도망치는 영혼 (Alma que huye de un sueño), 1930
어디론가 끌려가듯, 몸이 기운다.
빛이 닿은 맨몸이 어색하게 기울어 있는 사이,
그림자는 이미 어둠 쪽으로 뻗어나가 있다.
그림을 바라보는 내 시선도
자연스럽게 그 흐름을 따라 미끄러진다.
현실이 아닌 것 같고,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 또렷하다.
이 그림은 1930년, 스페인에서 그려졌다. 당시 열여덟 살이었던 앙헬레스 산토스는 여성 화가가 홀로 감당하기엔 너무도 단단했던 유럽 미술계와 마주하고 있었다.
1차 세계대전 이후의 혼란의 시대. 그녀는 그 모든 불안과 예민함을 몽환이라는 언어로 풀어냈다.
앙헬레스에 대해선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은 작가인데, 그녀에 대한 이야기는 언젠가 따로, 천천히 이야기하며 독자분들과 같이 보고 싶은 그림을 위해 남겨두며 이번 글에서는 이 그림만 따라가기로 했다.
그림의 중심엔 작은 나신의 인물이 있다. 껍데기만 남은 듯,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앞으로 꼬꾸라질 듯 서 있다.
그를 향한 손과 형체는 그림자 속에서 자라난 환영 같다. 투명하고 유연한 곡선들, 희미한 안개처럼 피어난 손끝은 붙잡기 위해 뻗었는지, 떠나보내기 위해 밀어내는 건지 모호하다.
마치 꿈에서 깨어날 때, 현실과 환상이 겹쳐지는 찰나의 그 기분처럼.
파랗게 비어 있는 왼편은 무언가 빠져나간 자리 같고, 오른편은 내면의 깊이를 그대로 드러낸 것처럼 어둡다. 그 대비는 단순한 색의 구성이 아니라, 정신과 육체, 기억과 망각 사이에 놓인 경계선처럼 느껴진다.
단 두 가지의 색만으로도 혼란스러움이 느껴진다.
중앙에 놓인 인물과 인물 같은 형태, 그리고 발밑에 드리운 그림자만 봐도 알 수 있다.
경계선처럼 쪼개져 둘로 나뉜 듯한 그림자, 쪼개진 인물의 경계 사이에서 빠져나오는 연기 같은 존재. 그것은 분리된 자아일 수도, 내면 깊숙이 잠들어 있던 감정의 실체일 수도 있다. 아니면 육신에 갇혀 자유로울 수 없는 그의 영혼일까? 어쩌면 1차 대전 후의 혼란이나, 독재 전야의 불안함일지도 모르겠다.
산토스는 그것을 정확히 무엇이라 말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그 존재를 보고 느끼길 원했던 것 같다.
분리와 붕괴의 감각, 그리고 그 틈에서 나타나는 미지의 나.
산토스는 초현실주의라는 흐름 위에 있었지만,
그 누구보다 내면에 가까웠다. 이 그림은 현실을 비틀지 않는다. 다만, 꿈이 현실 속에서 어떻게 도망치고 어떻게 흔적을 남기는지를 보여준다.
보고 나면 잊히지 않는 그림.
꿈인지 현실인지 혼동되는 장면.
그림 앞에 선 나는, 그 기울어진 몸의 각도에서
내가 외면했던 감정 하나를 다시 떠올리게 된다.
작품정보
작품명: Alma que huye de un sueño (꿈에서 도망치는 영혼)
작가: Ángeles Santos Torroella (앙헬레스 산토스 토로엘라)
제작연도: 1930
재료: 캔버스에 유화 (Óleo sobre lienzo)
소장처: Museo Nacional Centro de Arte Reina Sofía (레이나 소피아 국립미술관), Madrid (마드리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