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찰방을 만나다

by 심준일

대관령참에 행낭을 넘기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발졸 영감이 제안을 했다.

“돌아가기 전에 주막에 가서 요기라도 하지. 아침을 제대로 못 먹었더니 왠지 속이 출출하네”

“좋죠. 영감님. 그런데요…”

“그런데, 뭐?”

형주는 머뭇거렸다. 산이가 부탁한 일이 있어서였다.

“뭔데?”

형주는 엉뚱한 말을 하였다.

“먼저 주막에서 국밥 드시고 계셔요. 제가 갑자기 기억이 회복되었는지 이 부근 사람이 떠올랐어요. 잠깐 안부 좀 확인할게요.”

“아 그래, 자네가 여기 아는 사람이 있어? 하늘에서 뚝 떨어진 놈인가 했더니.”

형주는 의아한 표정을 짓는 발졸 영감에게 어서 가시라 손짓하고는 관아 가까운 기와집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때였다. 한 사내가 형주를 막아섰다. 입고 있는 전복이나 허리에 두른 전대, 머리에 쓴 전립은 소박해 보였지만 왼쪽 허리에 칼을 찬 모습이 꽤나 위엄이 있어 보이는 무관이었다. 형주가 깜짝 놀라 ‘뭐요?’ 하고 물었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발졸 영감에게 와보라고 손짓 시늉을 하였다.


발졸 영감이 긴장을 한 표정으로 다가오자 사내는 퉁명스럽게 물었다.

“보발일을 하고 계시지요?”

“그렇소.”

“반갑습니다. 나는 이곳 지방을 관장하는 찰방입니다. 부임한 지 얼마 안 되어 처음 뵙습니다.”

“찰방 이라고요? 아 예, 찰방 나으리”

찰방이라는 말에 발졸 영감은 화들짝 놀란 듯하였다.

“찰방이 무슨 일을 하는지는 잘 아시죠? 역로를 따라 걷다가 두 분을 발견해서 한번 조사를 해보려 하는 겁니다. 의례적인 것이니 그리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찰방은 지역의 역참을 관리하는 관리였다. 그들은 관할 역로를 따라 이동하다가 그들의 수하인 발졸들을 만나면 불시에 감찰하는 경우-단, 임무를 마치고 돌아갈 때-가 종종 있었다. 발졸 영감은 이런 경우가 처음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리 놀라지 않았다.


노인은 무슨 걱정을 하겠냐는 표정으로 형주에게 행낭을 풀어 찰방에게 건네주라고 했다. 찰방은 행낭을 풀어 보았다. 바깥행낭에 든 안쪽 문서행낭은 이미 전달되었고, 남아 있는 것은 횃불에 쓸 비상용 기름 한 봉지가 있을 뿐이었다.

“이상한 물건은 없군요… 좋소”

형식적인 절차인 듯 마무리를 지우려던 찰방은 갑자기 형주에게 이상한 것을 발견하였다. 행낭을 벗어 느슨해진 그의 저고리가 안에 무엇인가 감추어진 듯 볼록 튀어나와 있었다.

“가슴에 뭔가를 집어넣은 모양이군. 꺼내 보게”

형주는 품에 손을 넣어 숨겨둔 것을 꺼내 보였다. 꽃신 한 짝이었다. 노인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꽃신?”
찰방은 비단으로 만들어진 신발을 들어 찬찬히 살펴보았다. 신발안에 숯덩이로 쓴 글씨를 발견하고는 무엇인가 생각하는 표정이었다.
“이 신은 무엇이지? 이걸 왜 가지고 있는 건가?”

형주보다도 발졸 영감이 안절부절못하였다.

“대체 이게 웬일이냐. 이놈아 이게 어디서 난 것이냐?”

형주는 무덤덤하게 대답하였다.

“저기 횡계 영감댁 사랑채 손님에게 전해달라고 누구로부터 부탁받았습니다. 근데 이게 그리 큰 잘못입니까? 일 마치고 전달해 주려 했던 것인데.”

찰방은 기가 차다는 듯이 말하였다.

“이 사람 큰일 날 사람이군. 이 사실을 강릉 부사에 알려야겠네.”

발졸 영감은 힘이 없어 풀썩 주저앉았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형주도 이게 보통일이 아닌 것을 어렴풋 느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갑자기 조선시대 떨어진 것도 황당한데 뭐 또 황당한 일이 생기는 거야?'


발졸이 개인의 서신이나 물품을 소지하거나 전달하는 일은 엄격히 금지되었다. 발졸의 속도는 국가를 경영하는 국왕의 힘 자체였다. 사사로운 물건으로 몸이 조금이라도 무거워져 달리는 속도가 늦어진다면 국왕에게 큰 죄를 짓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몰래 사적인 일을 하는 발졸도 있어 찰방이 불시에 감찰을 하고, 위반한 자는 중처벌을 하였다,


형주는 그러한 사정을 알지 못하였다. 꽃신을 그의 가슴에 집어넣은 것은 산이였다.


화, 수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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