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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 꿀벌 May 18. 2024

나만 잘하면 되

휴... 누굴 탓하랴

출처 pinterest

작성일 2024.1.11.


요 며칠 스트레스가 몰아쳐 와 미친듯이 분노가 충천해서 폭발을 한 적이 몇번 있었다. 스스로도 위기라고 느껴질 정도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 갱년기인가...ㅠㅠ


요즘 새로운 매니저가 2주째 실습기간을 거치고 있다. 

말귀도 못알아듣고, 서류는 세월아 내월아, 하라고 한 것은 까먹기 일쑤, 말은 웅얼웅얼... 그 모습을 보는데 예전 매니저의 게으르고 태만했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열이 확 끓어오르는 중에 직원들이 하나 둘 셋 넷... 말을 안듣는다. 팔팔 끓다가 어느 순간 폭발한다.


도미노 피자와 영화관에서 매니저를 했던 다루,

영어가 서툴고 전반적으로 부족해 보이나 성실하고 정직하고 착하고 열심히 하는 스타일.

결혼을 했고 아이가 한 명 있다.


스타벅스에서 오랫동안 점장으로 있었던 보리,

영어도 잘하고 매너도 좋고 자기 사업도 해봤고 월급도 다루보다 35%이상 줘야한다. 결혼은 아직 안했다.


사업을 하시고 현지에 오래 계신 두 분께 조언을 하니, 이미 큰 사람을 뽑지 말고 작은 사람을 뽑아서 키우란다.(둘다 아니라고 하심) 지금도 이렇게 매일 뚜껑이 열리는데, 작은 사람을 뽑아서 언제 가르치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이러다가 내가 제 명에 못살 것 같다.

이미 큰 사람은 언제든지 떠날수 있고 위험요소가 있다고 해서 그 부분에 대해 동의가 된다. 그래서 미안하지만 기다리고 있는 보리에게는 이미 뽑았다고 이야기 하기로 했다.


회사 돌아가는 것을 뚜껑을 열어보고 초토화 되어가는 모습을 직면하고 전 매니저에게 너무 화가 났다. 어떻게 두 눈을 뜨고 이런 모습을 보면서도 아무 대처도 없이 그렇게 많은 월급을 가져갔는가... 하루에도 몇번씩 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러나, 이제와서 그를 탓해서 무슨 소용이 있는가...


다 나의 게으름과 태만, 매니저를 잘 가르치지 못하고 체크하지 못한 나의 불찰이다. 다루를 가르치면서 하나 하나 체계가 미흡한 부분을 발견하고 고민하며 하나씩 체계를 다시 새워가고 있다. 다루를 보면서도 화가 나지만, 그럴 때마다 "너만 잘 하면 되, 니가 못하니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야. 어떻게 이 상황을 개선할 수 있을까?"를 되뇌이고 있다.


마치 대장장이가 쇠를 불에 녹이고 물을 뿌리고 때리고 하는 수많은 과정을 거치는 것처럼 내 마음도 불속에, 물속에 왔다갔다 치열한 순간 순간을 왔다리 갔다리 하며 제련되고 있는 것 같다.

여러 부족했던 모습들과 다루를 가르치면서 폭발하지 않기 위해 뚜껑을 붙잡고 씨름을 하면서 나름 두 가지 옵션으로 결론을 지었다.


첫번째는 다루의 능력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한 후 월급과 업무 수준을 정하고 그가 떠날지 더 배울지는 그에게 맡기기로 했다. 

며칠동안 연구 끝에, 매니저로서의 자질 리스트를 만들었다. 그동안의 여러 실패와 위기를 몸소 겪으며 만들어진 귀한 자료다. 7가지 영역에 총 33가지가 나왔다. 오늘 이 리스트를 주고 각 항목에 자기 평가를 해서 내일 얘기하자고 했다.

각 영역에 대해 구체적인 사실, 데이터를 가지고 이야기를 할 것이다. 각 항목을 보는데 내가 그동안 면밀히 관찰했던 여러 경험들이 스치고 지나가면서,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하고 다행인지 모른다.


만약 다루가 조금 낮은 월급을 받아들이고 영어도 배우고 열심히 하겠다고 하면, 나는 회계와 다루를 데리고 매일 영어와 한국어를 가르치고 나도 현지어를 같이 배우려고 한다.


두번째는 지인들의 조언처럼, 이미 큰 사람이 아니라 클 사람을 뽑아서 키우는 것이다. 처음에 그 이야기를들었을 때는 자기 얘기 아니라고 너무 쉽게 얘기하는 거 아닌가, 그걸 누가 모르나, 그게 말이 쉽지... 이런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게 가장 좋은 선택이다. 그래서 인력알선 업체에 연락을 해서 면접을 잡았다. 

사람을 계속 구하면서 다루와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고 결과는 맡기는 것. 지금으로써 그게 나의 최선이다. 


어떻게 결론이 날지 모르겠지만,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이제야 이렇게 조금씩 체계를 잡아가는구나 싶다. 결국 이런 상황이 되어야 내가 바뀌는구나 싶다. 그럼 결국 내가 변화되기 위한 환경이므로 감사하며 즐거이 훈련을 받아야 겠구나.


결국 나만 잘하면 되는데, 왜 사람을 보며 거품을 물고 폭발을 하는지...

오늘도 내 밑바닥의 모습을 직면하며 재정비하며 다시 나아가고자 한다.


나만 잘하면 되! 나만 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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