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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 꿀벌 May 19. 2024

매니저 찾아 삼만리 2편

인상은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출처 pinterest

다루에 이어 새로 들어온 직원은 시눗이다.


커피숍에서 매니저로, 배달앱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회사의 팀장으로 일을 한 경력이 있다. 표정이 삶의 풍파로 많이 지치고 힘들어 보였고 성격이 안좋을 것 같은 느낌이 스쳤다. 얘기를 하다보니 이혼을 했고 엄마와 함께 아들을 키우고 있다고 한다.


수많은 직원들을 면접을 보고 선발을 하고 훈련을 시키면서 첫인상, 외모, 인상착의, 행동거지 등과 그 사람의 인성, 능력이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나름 데이터를 모아가고 있다. 수많은 데이터를 모았건만 사람의 인상, 외모 vs 인격과 언행, 능력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결론이 나질 않는다. 다루 이전의 매니저는 정말 외모도 인상도 성격도 좋았건만 그 뒤에는 게으르고 거짓말, 회사돈 횡령 등의 일들이 있었다. 이로 인해 결국 내린 결론은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없고 사람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존재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략적으로 보았을 때, 좋지 않은 인상이나 행동거지가 좋은 인격이나 훌륭한 능력으로 이어지는 반전은 없었던 것 같다. 좋은 인상도 안좋은 인상도 보증의 단서를 주지 못한다면 난 무얼보고 사람을 뽑아야 하나.


나는 삶이 힘들었고 처절했고 쫓기듯 살아서인지 거울 안에 내 인상은 찌들어있고 힘들어보이는 그늘이 항상 있었던 것 같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 나처럼 뭔가가 눌려있고 찌들어있는 인상은 거의 보지 못했던 것 같다. 맑은 아니 맑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연스럽고 힘들어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얼굴을 볼 때면 이런 사람들은 어떤 환경에서 어떤 감정과 정서로 살아가는 것일까 자주 궁금했다.


시눗을 면접을 보면서 힘들고 눌려있는 인상과 세상과 매일 싸우며 여기까지 온 것 같은 공격적인 내면을 감지하면서 나는 고민했다. 뽑을지 말지, 잘 할수 있을지 없을지 말이다. 그러면서 내 모습이 오버랩이 되었고 나는 마치 나 자신에게 한 표를 던지듯 그에게 한 표를 던졌다. "인상이 그렇다고 못하라는 법은 없지 않을까? 그만큼 세상과 싸우면서 왔기에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하지 않을까? 나처럼?"


그저 나 자신과 동화되어 나를 지지하는 감정에 무리수를 던져 시눗을 받아들였고 먼저 며칠을 일을 해보고 결정하자고 했다.


시눗이 일을 시작하는 첫날부터 나는 마치 미대생이 데생을 하는 것 처럼 그를 보며 마음속으로 그에 대한 리포트를 써내려갔다.


재고 파악을 잘 못함

말투가 전투적이고 날카로움

일이 느리고 상황이나 일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음

열심히 하려고 함


어라? 그래도 나는 이렇게 어리버리하거나 날카로운 말투는 아니었는데...

뭔가 불길한 조짐이 스물스물 올라왔다.


둘째 날, 시눗의 아들이 아프다고 반차를 낸다는 문자가 아침에 왔다. 마침 그날 아침에 냉장창고가 고장이 나서 비상상황이 되었다. 밤새 고장이 난 채로 있었던 것을 아침에 확인한 후, 모든 김치, 양념, 재료들을 긴급히 빼서 아는 분의 근처 냉장 창고로 작은 배달수레 3대로 나눠서 급히 이동을 했다. 힘 센 남자 직원들을 6명 데리고 가서 순식간에 옮겼다. 비상 상황이라서 온 몸의 신호등 센서가 불이 들어와 긴장하고 다급하고 정신을 차리고 초집중을 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나서 기술자가 와서 손을 보고 갔다. 쓰나미가 한 차례 지나가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있을 때 시눗이 왔다. 싱글맘으로 일은 해야하고 아들은 아프고... 그런 현실을 사는 마음이 어떨까 측은지심이 들었다.


시눗에게 아침에 있었던 쓰나미 상황을 설명을 했다. 그리고 잠시 뒤, 기술자한테 전화가 왔다. 그 기술자와 부딪힌 적이 있어서 전화를 안받았는데 전화가 수십통이 계속 오는 것이다. 아마 온도를 체크하라고 전화를 한 것 같았다. 시눗에게 냉장창고 온도를 확인해 보라고 했고 나는 전화를 무음으로 돌려놓았다. 전화는 계속 미친듯이  왔고 나는 마음이 다급해졌다. 시눗이 오지 않길래 밖으로 나갔다. 냉장 창고 쪽에는 보이지 않아 사무실 옆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데 시눗이 나왔다. 그런데 태연한 모습으로 나를 스쳐 지나가 사무실로 들어가는 게 아닌가? 나는 뒤를 돌아 그에게 물었다. 그랬더니 그제서야 여유롭게  도라고 답을 하는 것이다.


그 순간, 뭔가 철렁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설마 이번에도 아닐까?


그리고 나서 아침에 갔던 냉장 창고에 가서 창고 직원 전화번호를 받아오고 열무김치를 가져오라고 했다. 열무김치와 갓김치가 같은 통이라서 헷갈리니까 꼭 열어서 확인하고 가져오라고 당부를 했다. 그리고 시눗은 돌아왔고 핸드폰이 꺼져서 직원 번호는 못가져왔고 갓김치를 가져왔다. 그래서 다시 보냈다. 그러면서 내 마음은 다시 서늘해져 갔다.


'제발 안좋은 인상을 가져도 삶이 힘들어서 그런거니까 열심히 할 수 있다고, 잘 할 수 있다고, 시간이 좀 필요한 거라고 얘기를 해 줘.'


그 날 저녁에 시눗에게 문자가 왔다. 일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나 자신에게 희망을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또 하나의 데이터를 얻으며 나는 씁쓸한 중간 집계를 해야만 했다. 리고 다짐했다. 다음부터 이런 인상, 이런 느낌은 좀 자제하자.


30여년의 삶의 경험으로, 10여년의 사회 경험으로,

열무랑 갓을 분간할 수는 없었나? 직원 번호는 적어서라도 가져올 수 없었나? 다급한 상황에서 일을 시키면 바로 할 수는 없었나?


실망감을 삼키며 나는 다시 매니저를 찾아 삼만리를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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