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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 꿀벌 May 20. 2024

매니저 찾아 삼만리 3편

사람 뽑기가 이렇게 힘들구나

출처 Pinterest


작성일 2024.2.4


시눗과 씨름을 할 때 즘 어느 날, 우리 회계 직원이 나에게 잠깐 얘기를 하자고 하더니 자기가 한 달 뒤에 그만둔다는 것이다. 그동안 매니저의 부재로 너무 힘들어하던 중, 우리 회사의 기둥으로 한치의 오차도 없이 모든 회계 일을 봐주었던 리소가 그만둔다는 이야기는 문자 그대로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그동안 너무 힘들다는 타령을 하고 있다가 그 얘기를 들으니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면서 그동안의 힘든 것이 엄살임을 알았다. 


아직 한달의 시간이 있기에 매니저를 뽑고 회계 직원을 뽑는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매너저를 뽑는 일에 젓먹던 힘까지 모아 매일을 마주했다.


그러던 어느날 다루, 시눗에 이어 멩톡이라는 직원이 왔다.


매니저로 여러 경험이 있고 기혼자인 다루와 시눗과는 다르게 멩톡은 21살 대학생이다. 그동안 30세 정도의 유경험자에 대한 회의감을 갖게 된 터라 나이와 경험을 그다지 신뢰할 수 없었다. 멩톡은 어린데도 옷가게에서 재고 파악과 배달 회사에서 직원을 뽑는 일들을 했었다. 이 일이 우리 회사에서도 해야하는 일이기에 나는 이 부분이 눈에 띄었고 영어도 기본적으로 하는 것 같아 그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다시 흰 도화지에 그를 스케치해 가기 시작했다.


재고 파악을 정확할 때까지 꼼꼼히 함, 시간이 오래 걸림

서류 작업을 너무 못하고 너무 느리고 오류가 많음

시정을 바로 하고 노력을 하는게 보임

애들을 잘 못가르침(의사소통의 오류, 착오가 잦음) : 영어의 문제가 아니라 전달의 문제라는 것을 파악함

부드럽고 온화한 심성을 가짐, 예민, 섬세하고 눈치가 빠름

조사해서 싸고 좋은 물건, 가게를 잘 찾아냄


멩톡은 엄마와 누나랑 셋이 살고 있고 엄마랑 누나는 집에서 옷을 만들어서 판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패션 감각이 남다르고 예술적인 기질이 있어 보였다. 그의 행동에서 잘 하려고 하고 열심히 하려는 모습에서 그의 인생이 읽히는 것 같았다. 생계를 유지하는 엄마와 누나와 살면서 자신도 열심히 살아야 하고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그런 마음을 느꼈다. 여러 실수와 부족함이 있었지만 이런 부분 때문에서인지 뭔가 측은하고 기회를 더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럼에도 몇번의 인내심의 한계를 넘어서는 경험을 하고 나는 그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고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 중에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더랬다.

매니저 업무 중 아침에 직원들 출석 체크 데이터를 보고 서류에 기입을 하는 업무가 있다. 달이 바뀌어서 새 리스트를 만들어 출력을 하는데, 직원들 근무 시작일을 전 달 일지를 보고 컴퓨터에 입력을 하는데 보고도 계속 날짜를 틀려서 다시 하라고 했더니 월을 틀리고 다시 하라고 했더니 년도를 틀리고 옆에서 계속 보는데 대여섯번을 계속 틀리는 것이었다. 결국 마지막까지 틀려서 내가 짚어주었는데, 이렇게 단순한 업무도 못하는 아이를 어떻게 산 정상까지 데리고 올라갈지 한숨이 절로 나왔다. 


하... 이 아이를 계속 가르치며 갈 수 있을까? 너무 어이가 없고 망연자실했다. 

안그래도 생산부서의 아이들도 매번 가르치며 전쟁을 치르고 있는데 매니저가 기본기가 너무 없어서 고민에 한숨만 깊어갔다.


그러던 중, 하루 이틀 아프다고 결근을 하는 것이다. 오히려 잘되었다 싶었다.


우리 회사 규칙 중에 처음 온 직원이 한 달 안에 3일 이상 쉬면 그만둬야 하는 규정이 있다. 하루, 이틀 아프다고 빠지고 조퇴를 하더니 어느날 아침 연락이 왔다. 아직 2주도 안됐는데 또 아파서 결근을 하겠다고 한다. 그날 결근을 하면 삼일 째 되는 날이었다. 나는 후련함반 막막함(또 누구를 뽑아야하나) 반으로 우리 회사 규칙을 이야기해주면서 오늘 못나오면 이제 더 일을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랬더니 나오겠다고 하더니 곧 출근을 했다.


상황은 바뀌었으나 내 마음은 더 막막해지는 듯 했다.


며칠의 시간이 흐르고 나는 멩톡에게 제안을 했다. 

너가 이러 이러한 부분이 부족하니, 내가 매니저를 뽑을테니 매니저 조수로 일을 해보지 않겠냐고 말이다. 첫 마디가 "그럼 제 포지션이 바뀌는 거네요?" "응 그런거지" 그랬더니 생각해 보겠다고 하고 갔다.


그리고 일을 하지 않겠다는 답변이 왔다. 


다루, 시눗, 멩톡

이 세 명을 겪으면서 내 마음은 실망감과 스트레스, 지침으로 너덜너덜해져 갔다.


그 너덜너덜함의 끝에서 나는 다시금 나를 다잡고 시작해보기로 했다.

문득 드는 생각이, 내가 매니저를 뽑으면 가르치기가 바빠서 현재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고 문제가 무엇인지를 잘 볼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계획을 수정해서 남은 한 달 정도 회계 직원을 먼저 뽑아서 가르치면서 매니저의 업무와 시스템 정비를 내가 직접 해보는 것으로 했다.


그리고 나는 몇 명의 회계 직원을 면접을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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