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즐거운 꿀벌 May 19. 2024

매니저 찾아 삼만리 1편

경력에서 기본기가 빠져 있을 때

출처 Pinterest

작성일 2024.2.16.


오늘은 매니저 분보가 그만 둔 후 매니저를 뽑는 과정의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도미노 피자와 극장에서 매니저로 일했던 다루는 2주동안 실습을 거쳤다. 영어를 잘 못하지만 그동안의 매니저로서의 여러 경험이 있기에 기본기가 있을거라 내심 기대를 했었다.


내가 무슨 얘기를 하면 대부분을 잘 못알아듣고 기본적인 단어도 몰라서 "다시 얘기해주실래요?" 이게 1주일이 넘어가자 내 인내심은 바닥이 나 한숨이 나왔다. 영어 부족은 어느 정도 예상과 각오를 했기 때문에 그렇다 치자. 일을 다 끝내지 않고 퇴근을 하는게 매일 반복되었다. 매니저 일과 중에 직원들 연락처 리스트를 업데이트 해서 게시판에 붙이는 게 있는데, 매일 체크할 때마다 계속 지금 확인하고 있다, 직원들에게 적으라고 했다 등등을 이야기 하더니 결국 2주가 지나도록 붙이지 않았다.


2주가 되어 갈 즈음, 며칠 동안 나는 진지하게 고민을 했다.

이 아이를 계속 가르치면서 갈 것인지, 아니면 여기서 다른 직원을 뽑아서 갈 것인지, 어떤 선택이 지혜롭고 가치있는 것인가...

 

먼저 2주 동안의 다루의 모습을 스캔한 것들을 하나하나 다시 머릿속에서 정독을 했다. 열심히 하려고 하고 나름 성실하고 진지한 모습은 훌륭하다. 그러나 걸리는 몇 가지가 있었는데, 그것은 목소리가 작고 웅얼웅얼 힘없이 말을 해서 일단 분명한 의사소통이 어렵고, 듣는 사람에게 집중력이나 호소력을 주지 못하는 것, 그리고 일을 끝내지 않고 집에 가는 것, 똑같은 내용을 여러번 반복을 해야 지키는 것, 모든 일이 너무 느리다는 것이었다.


새로운 사람을 다시 뽑아서 똑같은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그 일을 또 해야하나... 아니면 다루와 매일 똑같은 말을 반복하며 분통과 한숨을 참아가며 일을 할 것인가... 두가지 선택을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어 보며 여러 시나리오를 쓴 후, 나는 결정했다.


먼저 다루에게 제안을 주고 선택하도록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2주가 된 토요일,  나는 다음과 같이 다루에게 제안을 했다.

먼저 그동안 일하면서 부족한 부분에 대해 얘기를 하면서 월급은 처음 제시한 것보다 조금 낮추고 첫번째 달 열심히 배우고, 두번째 달부터 일을 끝내고 퇴근하거나 일을 안한 것에 대해서는 월급을 깎기로 했다. 그리고 영어는 매일 가르쳐줄테니 매일 1~2시간 배우라고 했다.


이야기를 듣더니 "처음에 얘기하신 거랑 다르네요?"그러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네가 일을 다 끝내지 않고 퇴근하면 내가 처음에 얘기한 것처럼 줄 수는 없어."라고 얘기했다. 얼굴이 불그락 되면서, 생각해 본다고 하고 갔다.

간 자리를 보니 처음에 주었던 사무실 키를 놓고 갔길래 안오겠다 싶었다.


갑자기 싸늘해진 텅 빈 사무실 안에서 홀로 씁쓸함과 시원섭섭함을 삼키며 여러 생각에 잠겼다. 언제까지 이 과정을 반복할 수 있을까 너무 지친다. 그러면서 인사가 만사라는 말 처럼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처절하게 깨닫고 있다. 매니저 감이 아닌 사람을 데리고 있으면서 감정적 체력적 회사적인 낭비를 하는 것보다 비록 공실이더라도 적임자를 찾는 여정을 하는 것이 나을텐데도 불확실한 미래와 같은 말을 수없이 반복하고 참아내는 과정이 너무 힘들다.


매니저 지원자가 내 앞에서 테스트를 치르는 것처럼 나도 그들 앞에 사장으로서의 테스트를 치르는 것 같다. 내가 지치고 안되는 것이 있는 것처럼 그들도 그러하겠지? 다시 숨을 고르고 나의 역할이 무엇인지 내가 걸어가는 여정이 어떤 것인지를 찬찬히 생각하며 다시금 힘을 내보련다. 다루의 어떠한 결정에도 나는 다른 종류의 인내심과 지지고 볶는 일상을 마주할 힘이 간절히 필요하다. 어떤 결과든지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했다.


그리고 다음날 다루는 일을 그만두겠다고 연락이 왔다.

힘이 빠지긴 했지만, 전 날 마음의 준비를 했던 터라 오히려 적임자를 만나기 위한 인내의 시간이라 생각하며 나와 회사를 돌아보며 쇄신하려 한다.


다루가 그만두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였고 다시금 힘을 내보련다.

그에 대해서는 좀 생각을 해보았다.

우리 회사 일이 어떤지에 대한 질문에, 다른 곳보다 쉽고 널널하다고 했다. 그런데 매일 업무를 빠뜨리고 반복적으로 개선이 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그가 이제까지 큰 조직의 회사에서 배운 것이 무엇일까 의문이 들었다.


월급이 깎이면서 매일 영어를 배운다는 것이 두번 희생하는 것으로 여겨졌을까?

그가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모르겠지만 배움의 가치가 깎인 월급보다도 작게 느껴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이 질문은 나에게 적용점으로 다가왔다.


매일 결과가 없어 보이는 일들을 반복적으로 감당할 때 나는 그것을 통해 무엇을 배우고 있는가? 보이는 게 없어서 의미없다고 판단하고 지치고 불평하고 부정적이고 절망하는 내 모습을 보았다. 어떤 일이든 그것을 통해서 배울 것이 있는데 마음의 나사를 고정하지 못하고 널부러져 있었던 것 같다.


실패, 좋지 않은 결과, 실수, 나약함이라는 수업료를 내고 배우는 것들을 가볍게 여기지 말고 잘 배우자. 화이팅!

이전 15화 나만 잘하면 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