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학 수업중
작성일 2023.12.27.
올 8월에 매니저, 분보를 뽑았다. 분보는 외국인과 리조트와 후추농장 등의 일을 해서 매너가 좋고 영어를 잘하고 자신감이 있고 성품이나 첫 인상이 좋았다. 최종적으로 월급협상을 하는데 내가 제시한 금액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때는 매니저가 빨리 와야하는 상황이어서 결국 분보가 원했던 수준을 맞춰주어 뽑았다.
8,9,10월..이 흐르면서 나는 매일 분보를 가르치고 훈련을 시켰다. 일이 어떠냐고 물으면 항상 쉽고 재미있고 즐겁고 어렵지 않다고 이야기를 했다. 3개월의 수습기간동안은 내 모든 평가와 판단의 잣대를 내려놓고 있었다. 그리고 4,5개월이 지나면서 도둑이 연이어 이틀동안 들었고(결국 내부에 범인이 있었고 잡았다), 기강이 잡히지 않고 매일 지시하는 일들에 빈틈이 끊이지 않고 업무보고도 가뭄에 콩나듯 했다. 매일 보고를 하라고 얘기를 했지만 시정되지 않았고, 끝내지 못한 일들은 보고서에 기록해서 기억하고 팔로업하도록 이야기했지만 보고서는 항상 100%달성 문제없음, 재고 정확으로 표시되었다. 직원들 사이에 문제나 회사의 문제는 항상 내가 먼저 알았다. 왜 이걸 몰랐느냐고 물으면 물어봤는데도 직원들이 아무 얘기 안한다고, 자기가 가서 볼 때는 다 잘하고 있다고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분보를 내보내야겠다고 결심을 한 결정적인 사건은, 8월에 한국에 가기 전에 직원들 월급을 주고 갔는데 시간이 흐르고 보니 잔액과 내역보고를 안받은게 생각이 나서 얼마전 물어보았다. 기억이 안난다는 대답을 했고 그 돈은 그의 월급의 1/3정도의 금액이었다. 그리고 그 뒤부터 그는 거의 일을 하지 않았다...
여기서 잠깐 우리 사무실로 들어가보자.
사무실에는 회계 직원과 매니저 둘이 근무를 한다.
회계 직원은 21살인데 올해 1월에 들어와서 4번째 매니저를 맞이했다.
11화에서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던 소퍼는 회사 돈을 횡령하고 거짓말을 하고 직원들을 때리고 싸우고해서 자의반 타의반 그만두었다. 소퍼가 그만둘 즈음 나는 알고 지내던 고객 회사의 직원이 퇴사를 했다고 해서 그(A라고 지칭)를 스카웃했다. 똑똑하고 경험이 많고 카리스마로 직원들을 가르쳤던 A는 자기 친구들 2명과 그 친구의 동생을 불러 일을 했는데, 자기만의 조직을 만드는 느낌이 날이 갈수록 들었고 한 친구가 일을 잘 못해서 결국 해고를 했다. 그리고 나서 다른 친구와 A는 하라는 일은 안하고 나의 문제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며 자기들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어느날 나는 칼을 뽑아서 그 전날 지시했던 일들을 체크하기 시작했고 A는 대부분 안했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런 일들이 반복되어가는 어느날, 나는 그 둘을 서둘러 해고했다. 매니저가 공백인 상황에서 나는 분보를 만났고 5개월이 지나면서 그는 내 앞에 처음과는 완전 다른 직원이 되어있었다.
최근 몇 주 동안 매니저 면접을 보았다. 최종 2명이 결선에 오르게 되었는데, 한 명은(다루) 도미노 피자와 영화관에서 매니저를 했고 기본기가 탄탄하고 성실하고 정직해 보였다. 다만 영어가 좀 부족하고 숫기가 없어보여 직원들을 가르치고 거래처와 실랑이를 잘 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확신이 없어서 다음주 하루 쉬는 날 와서 일을 먼저 해보라고 제안을 했고 연락을 준다고 갔다.
또 다른 한 명은 보리인데, 이 친구는 스타벅스에서 8년 동안 배우며 점장까지 하고 지금은 여러 식당을 관리하는 매니저다. 말끔하고 세련되어 보이고 영어도 잘하고 매너도 좋고 모든 면에서 부족함이 없어보였다. 내가 우리 회사를 설명하고 앞으로의 계획 등을 나누었는데 꼭 일하고 싶다고 자기를 잊지 말아달라고 하더라. 면접이 끝나면서는 합격이 자연스레 된 분위기였다. 그래서 첫번째 다루에게 탈락 소식을 전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 다음날 아침 일찍, 다루에게 문자가 왔다.
"다음주 수요일 휴가라서 갈 수 있습니다. 그 때 뵐게요."
마음이 아팠지만, 빨리 전해줘야 할 것 같아서, 답장을 썼다.
"미안한데 적임자를 그 후에 뽑게 되었어요. 같이 일하지 못해서 미안..."
그런데 갑자기 문자를 쓰던 손가락이 멈추고 어떤 기억이 불현듯 떠올랐다.
그 기억은 작년 말, 회계 직원 리소를 뽑을 때였다.
작년 말, 직원 한 명이 모든 사무. 행정 일을 다 보고 있을 때, 나는 본격적으로 회계 직원을 뽑아야 겠다고 결심을 하고 면접을 열심히 보았다. 매일 면접을 보았지만 맘에 드는 사람이 없을 때 즈음, 맘에 드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래서 오라고 했다. 그 직원이 기존 회사를 마무리 하고 와야하는데 한 달이 걸리니 기다려 줄 수 있는지 물었다. 나는 흔쾌히 수락을 했다. 그러면서 혹시 모르니 대기를 뽑아놓아야 겠다는 생각에 계속 면접을 보았고, 리소를 대기자로 정하게 되었다. 그 때 당시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처음에 정한 직원이 괜찮게 보였다. 나이, 경력, 성격 등등. 리소에게는 솔직하게 상황을 얘기하고 만약 뽑은 직원이 못오게 되면 너를 뽑겠다고 좀 기다려 달라고 해서 리소는 기다리고 있었다.
한 달의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그 직원이 출근을 했다. 첫 날, 그 직원은 점심 때 자기 가족 파티가 있다고 가봐야 한다고 갔다. 순간 느낌이 쌔했다. 그리고 다음날, 우리 직원한테서 들은 말은, 그 직원이 일 할 의욕도 없고 우리 회사에 대해 안좋은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날 그 직원은 미안하다며 일을 못하겠다고 했다. 충격이 있었지만 대타가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기에 리소를 불렀다.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부족해 보였지만, 막상 일을 시켜보니 일을 똑부러지게 하고, 정확하고 꼼꼼한, 회계사로서 딱 어울리는 캐릭터였다. 리소가 온 이후, 체계없는 회계를 하나씩 자리를 잡고 문제들을 해결해 가고 있다. 그동안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했는지 리소를 통해 알게 되었다. 어느날은 정리되지 않은 물건들을 보면서 자기가 정리해야겠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서, 나이와 실력, 겉으로 보이는 외모나 성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몸소 배우게 되었다.
다루에게 불합격 통지 문자를 보내는 중에 갑자기 이 장면이 떠오른 것이다. 리소를 뽑을 때도, 분보를 뽑을 때도 내 사람을 보는 안목은 과녁을 빗나갔다. 그럼 이번에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 둘을 도마 위에 놓고 고민을 했지만 도저히 알 수 가 없었다. 아빠에게 상의를 했더니, 금방 해결책이 나왔다. 한 명씩 먼저 단기로 써보라는 것이다. 그 얘기를 듣는데 옳거니 싶었다.
부족해 보이고 숫기없고 영어도 잘 못하지만 성실하고 정직하고 열심히 일하는 다루 먼저 한 달을 일해 보자고 했다. 다루에게서 이렇게 답이 왔다.
"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제 영어가 부족한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한 달 후에 어떤 결과든지 받아들일게요."
한 숨을 놓으며 이번엔 보리에게 문자를 보냈다. 사실 먼저 한 달을 일하기로 한 지원자가 있어서 한 달 뒤에 연락을 줄 수 있는데 괜찮은지, 만약 다른 곳을 가게 된다면 어쩔수 없다라고. 그리고 바로 답이 왔다.
"함께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영광입니다. 기다릴테니 연락주세요."
그러면서 다음주에 하루 휴가를 내서 먼저 하루를 일 해보겠다고 한다. 그 날이 내일 모레다. 그리하여 분보를 어제보내고 빈 매니저 자리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중이다. 정말 누가 과연 최종 우승자가 될지 나도 전혀 알 수 가 없다. 사람을 분별하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임을 다시 깨달으며 나 또한 나 자신을 돌아보며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이번에 분보를 보내면서, 그의 무능함에 나의 책임을 많이 돌아보았다. 그 실패를 바탕으로 다시는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연구하고 분투하려고 한다.
과연 누가 함께 일하게 될지~~ 두구두구 두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