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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선 Sep 12. 2023

떠나고 싶다

프롤로그 : 아니, 안 떠나고 싶다.


  그러고 보니 비행기를 탄 지가 언제 적인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이상도 하지, 한 때 그러니까 1인 3역, 4역을 하며 살면서도 어떻게든 시간을 내 인도로, 발리로, 파리로 날아갔던 내가 아니던가. 그 모든 게 귀찮아지기 시작한 건 도리없이 '늙어서 그래'라는  결론을 내려본다. 그러자 마침표를 찍기 무섭게 나의 마음이 도리질 치기 시작한다. '아니다, 아니다 내 마음은 아직 하나도 늙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나고 싶고, 1년마다 다녀가겠다고 철석같이 약속했던 우붓의 '다르요'와 했던 약속도 지키고 싶다.' 하지만 서늘해지는 또 하나의 자아, '그래서 뭐? 다녀와서 어쩔 건데?'


  '여행은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것이다'라는 문장처럼 여행자의 불안을 잘 다독여주는 말이 있을까? 곰곰이 돌이켜보니 정말 그랬다.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일상을 떠나와 공항에 도착, 탑승하게 될 비행기 앞에서 항공권을 내미는 순간의 설렘이 그렇게 좋았다. 좌석 안전벨트를 매고 내가 탄 비행기가 활주로를 달려갈 때,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전력질주하던 비행기가 '부웅'  첫 번째 도약하는 순간을 나는 사랑했다.

방금 전까지도 나는 걱정 인형이었다. 집안 걱정, 집에 있는 냐옹이들, 길고양이들 밥 걱정, 식구들 걱정, 도시락 걱정 등 등. 그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먹구름이 되어 몰려왔었다. 그러니까 돌아와야만 했다. 안전한 여행을 마치고.  


  고맙게도 '푸드 분야 크리에이터'에 선정되고 보니 저절로 동기유발이 되었다. 나도 모르게 음식 관련(당연히 비건) 글을 열심히 올리는 게 아닌가? 그런데 이 와중에 '여행 매거진'을 시작하다니 조금은 뜬금없을 수가 있겠지만 분명한 이유가 있다.


  어느새 지난 3월의 일이다. 지원했던 아르코 문학 창작 기금의 발표지원에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건 5월 말이었다. 사실 기대를 많이 했던 지원 분야의 원고가 아닌 '여행 에세이' 원고였던 게 의외였다. 한 편으론 그래서 더 기뻤다. 마치 선물 받은 느낌이랄까?


  '요가 수련' 지도 시간에 강사로서 가장 자주 하는 말 중에 힘을 빼라는 것이 있는데, 정작 나는 그러지 못했다. '반드시 될 것이다'라는 확신으로 힘을 잔뜩 준 채로 결과를 기다렸었다. 하지만 그건 안되었고,  '툭' 던지듯 응모했던 원고가 발표 부문 지원에 선정되었다. 여기서 또 하나의 배움을 얻은 것도 수확이라면 큰 수확이다. 아무튼 그래서 기금에 선정된 3편의 원고를 10월 말부터 여기 브런치스토리에 연재하게 되었다. 기왕이면 브런치 북으로 묶어 발행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하여 선정작품과 함께 넣어두었던 내 여행의 기록들을 꺼내놓아보려 한다.


  브런치에 입문(?) 한 시간이 결코 짧지 않은데, 구독자 숫자는 결코 비례하지 않는 현상을 본다. 구독자 숫자가 많으면 폼도 나고 좋겠지만, 늘지 않는 구독자 수를 어쩌란 말인가. '제발 나를 구독해 주세요' '도와주세요'라고는 말을 못 하겠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회수 5만 뷰, 3만 뷰, 찍은 글도 있다는 것과 최근의 글이 막 5천 뷰를 찍었다는 알람은 소소한 자부심을 준다.


  돌아오기 위해 떠났던 그 여행의 기록들은 가급적 매주 화요일, 1회 업데이트를 할 예정이다. 기후위기로 아직은 가을 답지 않은 9월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계절이 오고 있다. 떠나고 싶어 해도 좋고 아니어도 좋은 계절이다. 오랫동안 열지 않아서 뻑뻑하고 먼지 쌓인 내 서랍 속 여행의 기록들, 꺼내보며 맞게 될 여행 속 '설렘'의 순간들로 다가올 가을을 만끽해 봐야겠다. 기대가 된다.   



* 위 사진 : 우붓에서 묵었던 숙소, 외출할 때마다 걸어놓았던  목각 팻말 Privacy Pl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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