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학 Mar 18. 2019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 때

생각은 많고 느끼는 것은 적다

늦은 밤, 자려고 누웠는데 이상하게 정신이 너무 말똥거린다. 눈은 피곤한데 마음은 아직 초저녁인 듯이 말이다. 누운 상태로 할 것도 없고 일어나기는 귀찮고, 결국 옆에 충전기가 꼽힌 채 자고 있던 휴대폰을 눌러서 깨웠다. 한밤중에 연락 올 곳은 없고, 그렇다고 내가 누군가의 밤의 휴식을 깨울 만큼 간절히 밤을 보내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그저 내가 잠이 올 때까지 집중할 무언가가 필요했다. 자고 싶은데 잠자기 싫은 그런 기분. 썩 좋은 느낌은 아니기에 자장가가 무척이나 필요할 때였다.


인스타, 페이스북, 유튜브를 순서대로 방랑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세상을 얼마나 화려하게 살아가고 있는지, 저녁은 무엇을 먹었는지, 얼마나 황당한 사건들이 있었는지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들을 볼 수 있었지만 그것만으로 나를 달콤한 꿈나라에 보내기에는 역시나 역부족이었다. 결국 다시 휴대폰을 끄고 살며시 눈을 감았다.


생각, 이것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정말 사소하고 쓸모없는 것들까지 나를 괴롭혀 온다. 그렇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시간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갔다. 그렇게 나는 새벽 내내 생각만 하다가 아침을 맞이했고 결국 그것을 후회하며 힘든 하루를 보내야 했다.


사람은 하루에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할까? 아마 그 수는 머리카락의 수를 세는 것보다 많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하는 어떠한 행동들도 생각에서 나오니 하루 동안 있었던 모든 움직이는 시간만큼 나는 생각을 한 것이다. 오히려 행동엔 한계가 있으니 그것보다 더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생각이란, 사물을 헤아리고 판단하는 작용 또는 어떤 사람이나 일 따위에 대한 기억을 의미한다.


형태가 존재하지 않으니 틀이 없다. 생각의 끝은 그만큼 무궁무진하며 무한하다고 볼 수 있다. 사람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내가 연필을 쥐고 있다고 해서 그 용도는 생각하는 것마다 다르다. 종이에 글을 쓸 수도 있지만 그 종이에 구멍을 낼 수도 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생각은 쉼 없이 필요하다. 무의식과 본능에 나오는 생각도 필요하지만 체계적인 인생설계 같은 치밀한 생각들이 미래를 결정하는데 많은 영향을 끼친다. 생각하며 신경 쓰고 행동한 것들이 모여 습관이 되고 그것이 곧 내 삶을 만드는 기반이 된다. 사실 이런 말은 어렸을 때부터 많이 들었을 것이다.


아침은 거르면 좋지 않으니 챙겨 먹는 습관을 들이자. 성공인의 버릇 메모하는 습관. 규칙적인 생활패턴. 그럴싸한 이야기들이 많다. 심지어 들으면 전혀 어려운 것은 없었다. 그냥 하면 할 수 있는 것들. 하지만 알다시피 이런 것들은 하기는 쉬워도 유지는 어렵다. 이것이 습관이 되고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것까지 많은 노력에 기반을 둔다.


노력만 하면 미래는 보장되나? 그럴 것이었으면 세상에 실패자는 아마 없지 않을까 조심히 던져본다. 앞서 말했듯이 생각에는 틀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정말 무서운 말이다. 생각은 생각을 낳고 그 생각이 꼬리를 물다 행동을 만든다. 그 행동들이 모여 사람을 만들고 그 사람이 곧 세상을 만든다. 만약 순간 잘못된 생각을 한다면 잘못된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다. 이것의 판단은 본인에게 있으니 늘 조심히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생각에는 선과 악, 빛과 어둠이라는 정확한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지만 우리는 결국 결정하고 행동해야 한다. 과거의 실수를 생각할 때 낙심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행동이 있어야 하고, 현재는 그 행동을 실행할 용기가 필요하다. 그것이 설계한 미래의 꿈에 다가가는 일이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고 너무 적게 느낀다.
 -찰리 채플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