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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학 Mar 29. 2019

누구를 위한 관계 정리인가

이게 정말 나를 위한 관계 정리가 맞는 걸까

X님께서 퇴장하셨습니다.


1년 동안 있던 회사 단톡 방에 누군가 가차 없이 나가버렸다. 한 팀을 대표하던 팀장이었는데 늘 FM이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살았던 분이다. 다음 달부터 새로운 곳으로 발령이 나게 된 ‘그분’은 인수인계가 끝마치지도 않은 상태에서 떠났다. 남은 사람들은 마무리되지 않은 업무들로 전쟁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철저히 매뉴얼대로 생활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무책임이라는 단어만 남겨졌다. 남에게 일을 시킬 때는 원칙을 따져가며 꼼꼼하지만 자신의 일에는 감정이 먼저 앞서는 그런 모습이었다.


“내년까지 일한다고 그랬었나? 혹시 그만두더라도 인수인계 때문에 며칠 더 나와야 될 수도 있으니 감안하고 있게.”


나에게 이런 말까지 남겼으면서 정작 본인은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도망치듯 사라졌다. 남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좋은 말이 나올 리가 없었다. 이렇게 마무리가 구릴 수가 있냐며 사람들은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어떤 일이든 간에 대상에 대한 흥미나 관심이 사라지면 그거만큼 싫은 것도 없다. 일도 이것이 내 일이라는 주인의식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크다. 일이 재밌고 같이 함께하는 사람이 좋으면 일이 즐겁다. 힘들어도 힘든 것을 느낄 수 없을 만큼.


중요한 건 관심이 사라지는 순간 소중하고 행복했던 감정들은 마치 허상이었던 것처럼 쉽게 사라져 버린다는 것이다. 특히 사람과의 관계를 생성하는 데 있어서 아주 많은 것을 좌지우지한다.


친했던 친구와 어떠한 계기로 싸우게 되고, 그 싸움의 불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함께했던 시간들이 무색할 만큼 그들은 절교의 길을 택하고 그렇게 남이 되었다.


이런 경험이 한 번쯤은 있지 않을까 싶다. 단짝 친구가 아니더라도 서로 맞지 않아서 멀어진 친구들 말이다. 내 관심 밖으로 나갔기에 그 대상에게 애착이 가지 않고 벌써부터 미리 선을 긋거나 벽을 만들어 버린다.


사회에 나간다면 이러한 것들은 더 치열하게 작용된다. 이 사람이 나에게 필요한 사람인가 아닌가를 시작으로 사람을 거르기 시작하는데 얼마나 인간이 이기적인가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극히 개인주의 사회에서 필요한 마인드라고는 하나 좋은 시선으로 보기엔 어려운 점이 있다.


사랑의 적은 이별이 아니라 무관심이란 말이 있다. 요새 연인들의 이별 방법 중 하나가 <잠수 이별>이다. 어떠한 이유도 없이 연락을 끊어버리는 것이다. 상대는 원인조차 모른 채 떠나지도 기다리지도 못하는 피 말리는 시간 속에서 허우적댄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잔인할 수가 없다는 걸 느낀다. 점점 사람들이 책임감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자신의 기준에 의해서, 혹은 자신의 이득을 위한 인간관계의 정리라고는 한들, 사람으로서 지켜야 되는 최소한의 예의가 있다. 누군가와의 추억이 나에게 별 것 아니게 되어도 상관이 없다는 이유로 상대의 추억까지 검게 물들이는 것은 너무나 잔인한 행동이다.


세상은 정말이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건물은 계속해서 하늘과 가까워질 만큼 높아지고, 많은 과학기술들로 생활의 질도 좋아지고 있다. 늘어나는 첨단 시설들로 인간의 어떠한 어려움을 대체하기도 하니 아주 어릴 적 상상하던 미래도시가 현실로 다가오는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 하나로 못하는 게 없을 정도의 세상이지 않은가.


그에 비해서 여전히 우린 혼자만의 공간을 구축하느라 여념 없다. 얕은 관계만을 유지한 채 그대로 고여 버린 웅덩이 같은 삶에 놓여있다. 고인 물은 그 물을 휘저어줄 바람과 파도가 없어 언젠가 썩어버릴 것이다. 어쩌면 우린 그 웅덩이에 이기적인 생각으로 독을 쌓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어릴 적 그렸던 미래도시와 비슷해져 가는 세상 속에서 힘겹게 적응해가며 살아가지만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있다. 아니 어쩌면 알면서 모른 척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만드는 세상은 뭐든지 이룰 수 있을 것만 같은 휘황찬란한 미래도시가 아니라 온통 주변에  자신과 관계없는 남들뿐인 인생과 서로의 무관심 속의 짙은 회색도시가 되어가고 있음을.


The opposite of love is indifference.
사랑의 적은 무관심이다.
-서양 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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