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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학 Feb 25. 2019

첫인상이 다는 아니야

판단하기는 아직 일러

지하철역에서 열차가 들어오길 기다리는 무료함의 정적. 퇴근길이라서 그런지 모두의 얼굴은 복사, 붙여 넣기(Ctrl+c, Ctrl+v)라도 한 것 마냥 피로에 찌든 얼굴로 가득했다.


 쨍그랑-


무거운 공기를 깨트리는 금속물체의 소리들. 사람들은 소리가 나는 쪽으로 시선을 모두 옮겼다. 어떤 아주머니 한 분이 많은 동전이 담겨있던 봉투를 바닥에 떨구고 났던 소리였다. 바닥에는 꽤나 많은 양의 동전들이 수놓고 있었다. 사람들은 별일 아니라는 듯이 다시 들고 있던 스마트폰 속으로 시선을 집중했다. 나도 그저 멍하니 전광판을 바라보았다. 열차가 금방 들어올 것 같았다. 많은 생각이 스쳤다.


‘열차 들어올 때까지 다 못 주울 거 같은데...’


 다가가서 도와줄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하던 그때 한 사람이 후다닥 달려와서 말없이 아주머니를 도와주었다. 고민하던 내 모습이 창피해지는 순간이었다. 나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다가가 몇 개의 동전을 같이 주웠다.


고개를 들자 같이 동전을 줍던 사람과 눈이 마주치자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먼저 다가가 도운 사람이 바로 고등학교 동창이었기 때문이다. 성인이 되고서도 몇 번 만났던 것까지 치면 알고 지낸 지 꽤 오래된 친구지만 사실 나랑 깊은 관계는 아니고 내 친구와 친한 사이라서 나랑은 어색한 관계다. 말도 거칠고 행동도 거침없는 성격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건너들은 터라 나에게 그 친구의 인상이 좋게 보인 적은 없었다. 한 마디로 첫인상부터 지금껏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머리를 한 대 크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고도 하지 않은 채, 나 혼자만의 생각으로 그 사람을 판단한 것이다.


물론 첫인상은 인간관계에 있어서 중요하다. 사람은 변화를 싫어하고 꺼려하는 일종의 일관성 심리를 갖고 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생긴 이유가 이와 같다. 때문에 첫인상이 그 사람의 모습을 거의 보여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첫인상은 곧 소통의 시작을 의미한다. 요즘 같이 외모가 중시되는 사회에 첫인상의 가장 첫 번째 순위는 당연 외모가 되겠다. 이때 나타나는 후광효과, 잘생긴 사람은 다른 모습을 보여도 좋아 보이는 것이다. 한 가지의 좋은 특성을 지녔음을 인정받는 순간, 그 사람의 다른 특성까지 장점으로 변한다는 이야기다.

네이버 출처

첫인상이 자리 잡은 순간 그 관념을 바꾸기 위해선 많은 노력과 시간들이 필요하다. 또 그렇다고 해서 완벽히 바꿀 수 있는 것도 미지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첫 만남에 많은 신경을 쓰게 되는 것이다. 소개팅을 나가기 위해 꾸미고 상대 앞에서 가식적으로 웃고 말하는 모습들.


첫인상이 꽤 괜찮은 이성을 만난 경우 우리는 속으로 ‘이 사람 마음에 들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연애는 시작되고 시간은 흐른다. 상대의 변한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들은 결국 헤어짐에 이른다. 헤어진 후, 친구들은 위로하기 위해서 술자리를 마련한다. 술에 취해 상대를 탓한다.


“내가 지금껏 그 사람한테 속고 살았던 거야.”

 결국 그동안 거짓된 모습에 배신감을 느끼고 상대를 흉보기 바쁘다.


사실 당연한 말이기에 우린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 대해서 나의 섣부른 판단이 서로의 관계를 멀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또 나의 판단하는 인상이 다른 누군가에게 좋지 않은 첫인상을 남기고 있다는 사실들을 말이다. 첫인상의 모습이 다가 아니라고 생각은 할 수 있지만 완벽히 되지 않을 것이다. 마음속 깊은 어딘가 편견을 갖고 바라보는 시선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겉모습, 소문과 같이 불확실한 것들로 상대를 속단하는 것을 잠시 미뤄두고 숨겨야 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사람의 진실된 모습을 보는 순간 나만의 기준을 열어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Judge not of men or things at first sight.
사람이나 사물을 첫눈으로 판단하지 말라. -이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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