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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뮌헨의 마리 Jun 21. 2022

빈에서 클림트의 <키스>

빈의 벨데데레 궁전

위에서 순서대로 클림트 <키스>. 빈의 벨베데레 위쪽 궁전과 아래 궁전. 사진을 찍고 보니 엽서처럼 나왔다. 그날 날씨가 저랬다!



클림트의 <키스 Der Kuss(The Kiss)>를 보았다. 빈의 벨베데레 Belvedere 궁전에서. 이 궁전은 빈의 남동쪽에 위치하고, 현재는 미술관으로 사용 중이다. 위쪽 궁전은 오스트리아 현대 미술품, 아래쪽 궁전은 바로크 미술품을 전시하고 있다. 그럼 클림트의 키스는? 위쪽 궁전 Oberes Belvedere. 입장표도 위쪽 궁전과 아래쪽 궁전을 따로 판다. 빈에 왔으면 클림트를 봐야지. 그중에서도 키스를 봐야지. 일생에 한 번은 꼭. 그리고 보았다. 황금빛으로 빚은 그 그림을. 키스를 본 소감? 말이 필요 있나. 진품을 본다는 흥분으로 너무 업된 상태여서 그림 앞에 서서도 실감이 안 났다. 솔직히 말하자면 사진 찍느라 차분히 감상할 정신도 여유도 없었다. 그림 앞에는 앉을 의자도 없었고. 그러기엔 관람하는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끊임없이 오가는 사람들을 피해 온전히 그림을 사진으로 담아오는 것이 미션이었다. 감상은 나중에 해도 늦지 않으리. 마음으로 키스를 보내며. 다만 여인을 안은 남자의 안정된 두 손과 한쪽은 남자의 손을, 다른 쪽은 남자의 목덜미를 감싸 안은 여인의 부드럽고도 다정한 손길만은 가슴에 담아왔다. 무릎 끓은 여인의 종아리와 발목 위로 흘러내리는 금빛 구슬들도.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여인의 발도. 사랑이란 저런 것. 아니지, 사랑의 환상이란 저런 것. 현실에는 없다. 너무 실망들 마시라. <키스>가 존재하는 이유. 벨베데레 궁전이 영원히 저 자리에 있어야 하는 이유.



빈의 벨베데레 궁전에 전시된 클림트의 작품들.



클림트의 그림을 몇 점 더 사진에 담아왔다. 먼저 키스보다 더 금빛으로 휘황 찬란한 <유디트 Judith>. 게슴츠레한 눈, 벌어진 입술, 빛나는 백색 치아, 팜므파탈의 백미라고 해도 손색이 없겠다. 그녀의 치명적인 매력에 치여 그녀가 손에 든 오른쪽 맨 아래 적장 호로페르네스의 잘린 머리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다음은 어떤 인연으로 클림트가 그림까지 그려주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억세게 운 좋은 두 여인 손냐와 프릿자 <Sonja Knips>, <Fritza Riedler>. 그리고 마지막을 장식할 우리의 사랑스러운 신부 <Die Braut(The Bride)>. 생선 비늘 같은 혹은 인어 지느러미 같은 청색 옷을 입은. 그녀의 운명은 검은색으로 칠한 그림 어머니와 두 아이로 완성되는 건지 <Mutter mit zwei Kindern(Mother with two children)>. 그 두 작품 사이에 있는 그림은 긴 말이 필요 없는 <아담과 이브>. 해맑은 이브를 전면에 내세우고 그림자처럼 그녀의 뒤로 숨은 아담의 얼굴에는 고뇌뿐. 벨베데레 궁전에 클림트의 그림만 있는 건 아니라서 한 점 더 담아왔다. Giovanni Segantini 라는 화가가 그린 나쁜 어머니들 <Die bösen Mütter(The Evil Mothers)>의 일부다. 대관절 얼마나 나쁜 엄마들이기에 추운 계절에 금색실로 나무에 매달렸을까. 그것도 저토록 아름다운 자태로. 아폴론의 구애를 뿌리치고 도망치다 월계수 나무가 되었다는 그리스 신화 속 다프네도 생각나는. 벨베데레 위쪽 궁전의 홀도 사진으로 한 장 남긴다. 오스트리아 궁전의 위엄이 저 한 장 안에 다 있다. 저 샹들리에, 저 천정화 속에.



빈의 벨베데레 궁전 홀(오른쪽).




내친김에 벨베데레 궁전에서 조금 더 외곽으로 나가 클림트의 입체전도 보고 왔다. 언젠가 서울에서 열렸던 고흐의 입체전을 보신 분이라면 조금 이해가 가실 지도 모르겠다. 일반 전시실로는 부족하고 4면의 벽면과 천장이 높은 초대형 전시실인 빈의 Marx Halle라는 곳에서 2022.4.22-9.4까지 열린다. 이 전시는 빈에 가서야 알았다. 제목은 이렇다. <Klimt : The Immersive Experience>. 말 그대로 음악과 그림이 전체 벽면을 에워싸고 그 속에 앉아 있는 느낌. 전체는 약 45분쯤 걸린다. 빛과 사운드와 색채의 향연. 그림이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아이가 특히 좋아했다. 참고로, 빈의 모든 뮤지엄과 전시는 할인 적용을 받는다. 빈의 데이 티켓인 <Vienna City Card>를 사는 경우에 한해서다. 24시간(17유로)/48시간(25유로)/72시간 등이 있다. 이 티켓을 가지고 빈 시내의 2층 관광버스를 포함 모든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첫 번째 사용 때 지하철이나 트람역에 비치된 기계에 티켓을 넣어 티켓팅을 해야 한다. 그래야 첫 시작 시간을 증명할 수 있으니까. 만 15세 이하 어린이는 두 명까지 무료 동반 가능. 호텔 체크인 때 호텔에서도 구입이 가능하다. 표를 살 때 비엔나 시티 카드 매뉴얼 책자를 같이 주는데, 뮤지엄뿐 아니라 레스토랑, 카페, 숍들도 할인 적용을 받는 곳이 많으니 미리 체크하고 갈 것. 나는 레오폴드 뮤지엄과 벨베데레, 클림트 입체전까지 모두 할인 적용을 받았다. 받을 건 받아야지. 그래도 입장료가 싼 건 아니니까. 빈까지 와서 클림트를 안 보고 갈 수야 없으니까.    



클림트 입체전이 열리고 있는 빈의 Marx Halle. 맨 아래 왼쪽 사진은 가운데 클림트의 키스를 입체화한 것. (옆에서 찍으면 저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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