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코텍이 선택한 그녀

알테 피나코텍 1

by 뮌헨의 마리


루이 15세의 정부 퐁파두르 부인의 초상화



삼월이었다. 바람이 쌀쌀했다. 알테 피나코텍 Alte Pinakothek 앞 깃발이 세차게 펄럭이던 것을 기억한다. 건물의 절반이 공사 중이었다. 봄날 알테 피나코텍이 선택한 그녀는 전시장 맨 안쪽 정면에 걸린 <퐁파두르 부인 Madame de Pompadour>. 프랑스 화가 프랑수아 부셰 Francois Boucher가 그린 루이 15세의 정부 퐁파두르 부인의 초상화였다.


꽃잎처럼 작은 입술과 발랄한 생기로 가득 찬 갸름한 달걀형의 얼굴 퐁파두르 부인은 동시대에도 절세미인이라 칭송받던 여인이었다. 국왕 루이 15세의 자기본위적인 까다로운 성격을 잘 이해했던 그녀가 실제 국왕의 정부로 지낸 시간은 7년 정도. 마흔두 살에 급성 폐렴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날 때까지 왕의 필요 불가결한 여자 친구로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여인의 운명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미인 단명.



풍성하고 섬세한 에메랄드그린 빛 드레스. 앙증맞은 핑크 구두. 섬섬옥수 손과 작은 발. 장밋빛 뺨. 목과 가슴과 소매 윗부분을 장식한 핑크빛 리본. 머리와 드레스의 분홍 꽃들. 일명 도자기 가슴이라 불리던, 목걸이와 장식 없이도 눈부시게 빛나는 가슴. 양 팔목에 두른 진주 팔찌. 핑크와 크림색이 조화로운 비단 쿠션. 침대 옆 테이블의 은색 촛대와 서랍에 꽂힌 은빛 열쇠. 그리고 아이보리색 깃털 펜.

어느 것 하나 우아하지 않은 소품이 없었다. 과연 알테 피나코텍이 사랑한 여인이라 일컬어 손색이 없겠다. 그녀의 빼어난 용모를 더욱 지적으로 만드는 신의 한 수는 손에 든 책일까. 구두 앞에 얌전히 놓인 두 송이 장미는 특히 아름답다. 신기한 것은 구두 앞에 앉은 검정개에게는 눈길도 가지 않는다는 것. 오랫동안 아이도 나도 그 그림 속에 개가 있는 줄도 몰랐다.


부셰 등 많은 예술가들의 후원자이기도 했던파두르 부인의 열정으로 탄생한 것 중 하나가 프랑스의 세브르 도자기다. 지나치게 붉지 않으면서도 희미하거나 연하지도 않은 분홍빛 바탕 색은 퐁파두르의 장밋빛이라 불렸는데 꽃장식이나 정원 풍경, 우화적인 형상 등으로 장식한 도자기로도 유명하다. 한 사람의 열정이 생각지도 못한 분야에서 꽃을 피운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부셰가 남긴 초상화 12점 중 퐁파두르 부인의 초상화는 7점. 퐁파두르는 화가의 초상화에 대해서는 관대한 점수를 주 않았던 모양이다. 자신의 초상화 중 하나에 대해 "아주 예쁘지만 그렇게 닮진 않았다" 고 했다는 걸 보면 말이다. 부셰가 위대한 초상 화가든 아니든, 그의 그림이 퐁파두르 부인을 닮았든 안 닮았그것이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 알테 피나코텍의 봄을 장식하는 이토록 화려하고 이토록 매력적인 초상화를 남겼으니.



p.s.
뮌헨의 대표적인 미술 피나코텍을 비롯한 많은 뮤지엄들이 일요일 관람료가 단돈 1유로다.

(18세 미만은 무료)


피나코텍은 총 세 곳이며, 휴관일은 다음과 같다.

월: 알테 Alte 피나코텍+피나코텍 모데르네 Moderne

화: 노이 Neu 피나코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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