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아이와 시내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던 팔월의 주말이었다. 독일 박물관 다리를 건너오다가 도로변에 공연 포스터 전용 둥근기둥을 꽉 채운 푸른 옷의 여인이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때까지 나는 베르메르 Vermeer 의 그림에 대해 많이 알지는 못했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 <우유를 따르는 여인> 정도가 내가 아는 전부였다.
그 사이 두어 번의 주말이 더 지났다. 피나코텍은 봄에 들른 이후 지금까지 못 갔다. 연인을 생각하듯 마음은 언제나 포스터에서 본 푸른 옷의 여인을 잊지 않고 있었던 모양이다. 더 늦으면 못 가겠다 싶어 주말에 남편과 아이와 박물관이 가까운 뮌헨 대학 부근으로 와서 브런치를 먹고 아이와 둘이 피나코텍으로 갔다.
휴가철이 겹쳐 알테 피나코텍은 만원이었다. 봄에 공사 중이던 건물 왼쪽까지 개방되어 볼거리도 두 배였다. 숙제가 많아진 기분에 마음도 발걸음도 바빴다. 감상은 건물 오른쪽 끝에서 시작했다. 봄의 여인 <퐁파두르 부인>과 먼저 인사를 나눈 후 1시간 반 동안 그림이 가득한 숲을 산책했다. 사람은 많아도 홀이 충분히 크고 천장이 높아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그날 전시장 안에서 <푸른 옷의 여인>과는 멀리서 잠시 눈을 마주쳤을 뿐이다. 생각보다 크기는 작았다. 그림 해설이 막 시작된 시간인지 사람들이 겹겹으로 둘러서 있어서 그림이 잘 보이지도 앞으로 다가갈 수도 없었다. 그녀가 받은 편지는 기다리던 답장이었을까. 아니면 비탄의 말이었을까. 그녀의 그림 앞으로 고요히 다가가면 알려주기는 할까. 알테 피나코텍을 한 바퀴 돌아 마지막으로 그녀를 보러 왔기에 아이도 나도 조금 지쳐있었다. 그녀의 편지를 읽는 것은 다음을 기약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누군가를 애도하는 맑은 눈물 한 방울
그녀의 편지 대신 새로 오픈한 그림들 중에서 내 마음을 사로잡은 그림을 소개하며 아쉬움을 달래기로 한다. 리베랄레 다 베로나 Liberale da Verona의 <그리스도의 비탄 Beweinung Christi(1445-1526/29)>이다. 이 그림을 보는 순간 숨이 멎을 뻔했다. 내가 본 어떤 눈물보다 아름다웠다. 한 사람을 애도하는 저 맑은 눈물 한 방울. 그 눈물을 소중히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른 그림을 더 마음에 담을 수도 없었기에.
기념품 숍을 들르자 아이가 두 여인의 초상화를 들고 와서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란다. 하나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 다른 하나는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 소녀였다. 아름다운 소녀를 선택한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기는 쉽다. 그러나 모나리자는 역시나 난해했다. 아이는 그림은 베르나르를, 화가는 다빈치의 손을 들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