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파파의 생선 수프, 부야베스

남편의 요리

by 뮌헨의 마리


실험 정신이 돋보이는 남편의 생선 수프, 부야베스


전날 저녁 남편이 직접 요리한 생선 수프를 같이 먹자고 점심때 조카를 기다리고 있는데 좀처럼 안 온다. 애들이 왜 이리 꾸물거리나. 밥때가 되면 빨리빨리 와야지. 남편이나 아이가 저랬다면 벌써 소리를 지르고도 남았을 텐데 조카라 참는다. 며칠 전에는 조카가 일하는 한국 식당의 초대를 받아 저녁까지 잘 얻어먹고 왔기에. 자라나는 조카들에겐 잘 보이고 볼 일이다. '나 배고파서 딴 것만 계속 먹고 있어. 빨리 와!!!' 총알같이 답이 왔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단다.


조카가 우리를 초대한 것은 비번인 금요일 저녁이었다. 저녁 8시가 넘어 조카와 같이 아리수 식당에 도착하니 식당 안은 이미 만석이었다. 그 바쁜 시간에 좌석 하나를 남겨두신 사장님의 배려가 고마웠다. 부모도 아니고 그냥 이모일뿐인데. 남편은 김치찌개, 아이는 참치 비빔밥, 조카는 순두부, 나는 돼지 불고기를 각각 주문했다. 전채로 나온 전은 바삭하고 고소했고, 주문한 메뉴마다 하도 맛있어서 네 가지 음식 사이를 종횡무진 오가느라 바빴다. 그날 가장 맛있었던 건 순두부! 다음에 가서 또 먹어봐야지.

그날 홀을 담당하던 사장님의 가족분들께도 깊은 감사를. 화장실을 다녀오다가 잠시 한 분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조카에 대해 칭찬의 말을 듬뿍 들려주셨다. 다소 불편하고 협소한 주방에서 열심히 일해주어 고맙다고. 그 한 마디만 들어도 안심이 되었다. 좋은 분들을 만나 귀염 받으며 일도 잘하고 있구나 싶어서. 항상 운이 좋은 편인 조카라 어딜 가나 걱정이 없다. 그것도 고맙다.



한국 식당에 다녀온 후 남편이 장을 봐 오더니 요리를 시작했다. 언제나 실험 정신이 지나쳐서 남편이 주방에서 일을 벌이면 조마조마한데 이번 메뉴는 오히려 기대가 되었다. 남편의 특기인 생선 수프, 부야베스. 생선을 비롯한 해산물과 마늘, 양파, 감자 등을 넣고 끓인 지중해식 생선 스튜로 프랑스 프로방스 지역 마르세유 지방의 전통 요리다. 우리 입맛에 맞는 유럽 요리 중 하나로 내가 꼽는 메뉴다. 남편은 감자를 빼고 샐러리와 가지, 피망 등을 넣었다.


나는 틈틈이 사진을 찍으며 밥을 앉쳐두었다. 이런 수프는 갓 지은 밥과 먹어야 제 맛 아닌가. 원래 독일에서 유명한 건 부야베스보다 헝가리의 굴라쉬 수프인데 조금 짜긴 하지만 우리 입맛에도 제법 맞다. 독일 음식이 느끼할 때쯤 먹어주면 개운하다. 독일 어느 식당에서나 주문이 가능한 대중화된 메뉴. 뚝딱뚝딱 남편의 요리가 시작되었다. 10년도 전에 남편이 시작한 음식이 부야베스다. 남프랑스에 갔다가 한번 먹어보고 내가 좋아하게 된 이후 가끔씩 찬바람이 나면 남편이 준비해 주는 계절식 메뉴가 되었다. 본인의 말에 따르면 홍합을 어떻게 삶느냐가 관건이라나.

어쨌거나 그날 남편의 부야베스는 비주얼도 맛도 지금까지 최고였다. 오죽하면 아이가 파파 요리가 정말 맛있다고 엄지 손가락까지 치켜세웠을까. 맛에 있어서는 조금도 에누리가 없는 아이인데. 다음날 홍합을 빼고 우리 식으로 뜨겁게 데워먹은 부야베스는 여전히 맛있었다. 요리사 조카의 평가이니 더욱 신뢰가 간다. 물론 예의상 하는 멘트일 수도 있겠지. 그러나 경험상 맛없는 음식을 먹고는 그런 말이 목에 걸려 잘 나오지 않는다. 저녁에 그 말을 전해 들은 남편의 표정이 무척 밝아졌다. 올 겨울엔 자주 얻어먹어볼까. 그나저나 파에야는 언제 도전해 보나.


keyword
이전 06화조카의 김치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