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가족 여행
새어머니의 새해 선물은 가족 여행. 목적지는 리스본.
6월 중순부터 7월 중순까지의 게자리*의 특성은 이렇다.
당신이 물에 빠졌다고 치자. 게자리는 진심으로 걱정하면서 도와주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일단은 뒤로 물러나서 누군가 다른 사람이 먼저 다가오는지를 살피며 기다린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무엇 때문에 시간과 돈을 어리석게 낭비하겠는가. 이기적이거나 불친절해서가 아니라 자기 보호 본능 때문이다.
게자리의 기분은, 밀물과 썰물이 달의 영향을 받듯이, 달의 움직임에 화답하며 함께 변한다. 게자리는 당신을 바다의 심연보다도 깊은 우울함에 빠지게 할 수 있다. 낮이든 밤이든 막연함 불안감이 늘 어둠 비관주의도 늘 곁에 두고 산다. 게자리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성향은 괴팍함이다. 그 사람은 당신에게 화가 난 것이 아니다. 자기 삶에 실망한 것일 뿐.
게자리는 아무리 많은 돈을 모아도 절대로 안심하지 않는다. 미래에 닥쳐 올 가상의 재앙에 대비해서 늘 재화를 축적해야 한다. 게자리는 감정의 긴장을 풀고 느긋해질 수가 없다. 아무리 많은 사랑을 받아도 항상 더 많은 사랑을 원한다.
새어머니의 별자리는 게자리. 새어머니를 이해하는 유용한 코드다. 그녀가 유별나서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 어쩌랴, 별자리가 그런 것을! 물론 별자리가 다 말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
성탄 때 새어머니와 사흘을 보내기로 했다가 하루 일찍 뮌헨으로 돌아온 건 남편의 감기 기운 때문이었다. 새해 가족 여행을 앞두고 새어머니가 당신에게 감기가 옮을까 봐 우려하신 것. 결국 새어머니가 미리 사놓으신 마지막 날 <눈의 여왕> 무대 공연 표는 취소되었다. 이번 방문의 하이라이트는 크리스마스이브날 시아버지 묘지를 방문한 후 도나우 강변 산책길에 보았던 쌍무지개.
새어머니가 말씀하시길 독일에는 이런 말이 있단다. 돌아가신 분들이 구름 위에서 우리를 내려다보며 지켜준다는. 그리고 무지개를 보았다. 드넓은 들판을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높이높이 가로지르는 무지개였다. 우리의 산책이 시작될 때부터 끝날 때까지 함께 했던 무지개.
너무나 거대해서 카메라에 다 담을 수도 없었던. 정말로 돌아가신 시아버지가 보내신 크리스마스 깜짝 선물 같았다.
새어머니의 새해 선물은 가족 여행. 목적지는 리스본. 크리스마스 선물은 당연히 <리스본행 야간열차> 책과 비디오로 통일했다. 반응은 괜찮았다. 나는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책>을 여행 가방에 챙겨 넣었고, 리스본 가이드 북에 해당하는 <페소아의 리스본>을 미리 구해놓지 못한 건 아쉬웠다. 리스본 기행이 이번으로 끝나서는 안 되는 나만의 이유. 다음엔 주제 사라마구도 함께 만날 수 있기를. 지금은 뮌헨 공항. 중앙역에서 S1으로 40분. 페소아를 만나러 출발이다.
*<당신의 별자리> 린다 굿맨, 북극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