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 첫째 날
1월의 리스본은 핑크빛 저녁노을과 가로등 불빛과 로맨틱한 밤안개의 도시였다.
리스본에 도착한 건 현지 시간으로 오후 3시 반. 비행기는 뮌헨 공항에서 오전 11시 15분이었으나 공항 안개 때문에 출발이 지연되어 12시 30분에야 이륙할 수 있었다. 뮌헨에서 리스본까지의 비행시간은 2시간. 거기에 1시간의 시차가 보태져 소요 시간은 총 3시간. 리스본 공항은 규모가 작고, 방학인 데다 연휴라 사람들로 북적였다. 짐을 찾는 데도 시간이 제법 걸렸다.
공항까지 연결되는 건 트람이 아니라 지하철 메트로였다. 지하철을 한번 갈아타고 호텔에 도착하니 4시 반. 새어머니와 바바라가 각자 트윈룸을 하나씩 쓰고, 우리는 아이 침대가 딸린 트윈룸을 배정받았다. 날씨는 영상 14도. 같은 날 뮌헨은 0도였으니 온도 차이가 컸다. 리스본의 주간 날씨를 검색하니 1주일 내내 15도란다. 참 살기 좋은 날씨다. 이런 기후가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궁금하다. 대체로 온화한 성품을 선물하지 않았을까.
가족 여행지가 리스본인 건 남편의 조카인 형네 딸이 지난가을부터 대학 진학을 앞두고 리스본에서 인턴 일을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대학 전공도 고민할 겸 1년 정도 외국에서 살아보기로 했다고. 2시간 후에 도착할 형네를 기다리는 동안 호텔 주변을 산책했다. 오, 저 핑크빛! 바바라의 말에 의하면 저 하늘색이 이 계절에 볼 수 있는 남유럽의 전형적인 겨울 하늘이란다. 여름날엔 저런 하늘을 못 본다나.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는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셨다. 포르투갈은 '나타'라는 에그 타르트가 유명하다고. 꽃처럼 풍성한 카푸치노도 인상적. 맛은? 당연히 둘 다 좋았다. 타일도 유명하다더니 카페 위쪽 벽에 아무렇지도 않게 붙여진 타일까지도 예술적이었다. 3박 4일이 너무 짧을 것 같은 생각. 이 도시가 좋아질 것 같은 예감과 함께. 핑크빛으로 물들어가는 호텔 앞 광장 너머도 아름다웠고.
저녁은 형과 형수와 조카를 기다린 후 늦은 저녁을 먹느라 시간을 다 보냈다. 아무리 늦게 저녁을 먹는 문화라고 해도 그렇지. 8시 반쯤 갔는데 레스토랑에 자리가 없어서 30분을 더 기다려야 했고, 음식이 나온 것은 9시 반이었다. 더 놀란 건 그 시간에도 레스토랑 입구에서 자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더라는 것. 심지어 우리가 일어서던 10시 반경에 옆 테이블에서는 디저트를 먹고 있더라는 것.
리스본은 노란 가로등 불빛과 밤안개의 도시였다. 도심 곳곳의 크리스마스 장식도 그대로였다. 야심한 시각에 그토록 거하게 먹었으니 아침은 도대체 몇 시에 먹나. 내일은 그 유명한 트람 28번을 타 보기로 했다. 페소아 뮤지엄 Museu Casa Fernando Pessoa과 주제 사라마구 재단 Casa dos Bicoa/Fundación José Saramago은 꼭 둘러봐야 하는데. 가족 중에는 동행할 사람을 찾기 힘들 듯. 그나저나 파두 Fado 공연은 못 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