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식탁 이야기-프롤로그

- 그 누구의 무엇도 아닌, 나만을 위한 식사 시간

by 꼬마물고기

"정말 휴직하려고? 승진이 눈 앞인데?"


평소 일 욕심 많고 가정만큼 소중하게 내 열정을 쏟았던 곳이니 모든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나는 굉장히 지쳐있었다. 감히 나 스스로 너무 열심히 살았으니 조금은 날 위한 시간이 있어야 하지 않겠어?

그런데 내가 예상했던 타이밍보다 너무 이른 때였다. 적어도 내 나이 오십이 되어 스스로 이런 선물의 시간을 주기로 계획했었는데.


몇 년을 완벽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최근 일 년 동안 대학병원의 세 가지 진료과의 암 검사를 받았다. 비슷한 시간 안에 세 가지 암 검사를 하다 보니 드디어 이 중에 하나는 내가 문제가 생기겠구나.

다행히 정상으로 나왔지만 나는 약을 먹으며 적절한 주의를 몸에 지켜야 했다.


보통 조직 검사 결과가 나오기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걸렸는데 세 번이나 이 유예 기간을 가지면서 과연 내가 죽게 된다면 여기 회사의 내 자리와 가정에서의 내 자리, 그냥 나. 그 누구의 무엇도 아닌 나로서의 자리 중에 무엇이 가장 안타깝고 아쉬울 까 생각이 들었다.

아내, 엄마, 딸, 맏이, 며느리 로서의 자리보다 더 아래 순위에 간 것은 예상밖에 회사 책상 자리였다.

조직에서 대단한 인재인 마냥 자부심을 갖고 일했지만 당장 내일 내가 없어져도 또 다른 누군가가 이 자리에서 같은 일을 할 것이다. 비록 몇 개월의 익숙함을 위해 팀원들이 고생하겠지만 그것은 금방 잊힐 수고였다. 하지만 한 인간으로 나는, 당장 내일 사라진다면 정말 괜찮을까.


사라지는 순간 아버지 엄마 크루즈 여행 못 시켜 준 것, 아이가 성인이 되어 더 넓은 세상으로 떠나는 것을 못 지켜봐 준다는 것, 은퇴한 후 두 늙은이가 같이 앉아 마지막을 함께 못한 다는 거.

누군가의 무언가를 못해준 아쉬움 말고

한 인간으로서 나는 과연 괜찮을까. 이렇게 열심히 살다가 끝나버린다면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다행이네요. 조금 걱정했었는데 그래도 몇 개월 후에 다시 볼까요?"

의사 선생님들께서 "됐습니다. 다시 올 일 없습니다. " 했다면 아마 열심히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그런데 매일 아침 눈 뜨자마자 먹을 약을 한 통 받고 다음 진료일을 예약한 종이를 두 진료과에서 받고 나오면서 이건 일종의 경고다.

누군가. 신이 있거나 운명이 있다면 너무 열심히 살지 말라는 일종의 신호를 줬다고 생각했다.

아침에 조직검사 결과를 들으러 가는데 내 걱정보다 회사 일정을 계속 걱정하는 걸 보면서 뭔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의 병원, 부모님, 가족들의 병은 걱정하고 진료과를 전국으로 검색해서 조사하며 늦은 밤 캄캄한 안방 침대에서 그렇게 전전긍긍했으면서 나는 그냥 연가 하루 내고 가기 편하기 위해 지리적으로 유리한 병원에 왔다. 것도 내 조직검사 결과보다 오늘 처리해야 했던 결제의 찝찝함을 먼저 불편해하면서.


" 한 달 후에 휴직을 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팀의 연말의 중요한 일정을 마무리하기 위한 타협이었다. 내일 당장 들어가도 되는 몸상태인데 다시 나는 이번 월말에 팀이 매년 하는 중요한 일정을 먼저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남겨 두었던 1년의 육아휴직을 사용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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