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가능?
2달 전에 가벼운 마음으로 10k 레이스 참가 신청을 해놨다.
크게 긴장할 만큼 거창한 대회는 아니고 즐겁게 달리는 사람들로 가득한 펀런(fun run)으로 유명한 대회다. 상반기에도 재밌는 대회가 많았는데 하반기에도 눈이 가는 대회가 정말 많다. 등록할 때는 시간이 넉넉한 거 같았는데 어느덧 대회가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사실 10K 레이스는 생소하진 않다. 몇 번 해봤기 때문에 못 뛸까 봐 그렇게 걱정되진 않는다. 하지만 그동안은 연습도 없이 대회에 나갔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조금 잘해보고 싶다'라는 욕심이 생길 뿐이었다. 두 달이 넘는 시간 동안 꽤 꾸준히 연습해 왔고 좀 나아지지 않았나 싶은 기대감이 생겼다.
지금까지의 훈련을 돌아보면 분명 변화는 있었다. 심박수는 확실히 예전보다 안정적이게 됐고, 이 상태를 꽤나 오래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페이스는 크게 늘지 않았다. 평균 기록이 7분대에서 맴돈다. 아직 연습양이 덜 한 건가 싶기도 하고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커뮤니티나 블로그 글을 찾아봐도 조언은 비슷하다. 그냥 무작정 뛰라는 얘기만 있어서 결국 내가 하기 나름이고 그 하기 나름은 꾸준한 연습밖에 없었다. 러닝크루 같은데 참여해서 고인물 러너에게 꿀팁을 전수받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으나 독고다이 체질인 나는 혼자 헤쳐나가기로 했다. 나는 개인 코치가 없으니 현대문물의 도움을 받아야겠다.
아무튼 나 같은 초보들에게 많이 추천하는 러닝앱 '런데이'를 깔고 훈련을 시작해 봤다. 시간이나 거리별로 여러 가지 트레이닝 구성이 많아 보였다. 다른 앱은 써보질 않아서 비교가 어려운데 일단 많은 추천에는 이유가 있을 거 같다.
원래는 아무것도 듣지 않고 뛰곤 했다.(지금 생각해 보니 끔찍하게 지루하다)
간단하게 30분 정도 뛰는 거로 훈련해 봤는데 본인을 '런저씨'라고 지칭하는 트레이너의 목소리가 나온다. 음악과 함께 격려의 목소리가 나오니까 좀 더 힘이 나는 거 같기도 하다.
게다가 잘 몰랐던 꿀팁도 소소하게 알려준다. 그동안은 거의 땅을 보고 팔도 힘차게 흔들면서 뛰었다. 이게 맞는 자세인 줄 알았던 거다. 런저씨는 "고개를 들고, 허리를 펴고 달리세요", "팔은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흔드세요" 같은 코멘트를 중간중간 알려줘서 나도 모르게 흩어진 자세를 바로 고치게 된다. 어쩐지 그전까지는 뛰고 나면 어깨가 아프더라..
혼자서는 어려웠던 인터벌 훈련도 런저씨가 코칭해 주니 순조롭게 진행됐다. 인간 코치만큼 섬세한 건 아니겠지만 1:1 레슨이라고 생각하고 착실히 따르는 중이다.
그런데 총 6주 훈련에서 절반 넘게 하고 있는 중인데 페이스가 쉽게 좁혀지질 않는다. 인터벌이나 LSD훈련도 섞어가면서 노력 중이지만 힘든 건 여전하다. 내가 원하는 건 6분 정도인데 아직도 7분대에서 벗어나질 못 하고 있어서 씁쓸하다.
그리고 달리다 보면 나를 추월해 가는 사람들이 꼭 생기는데 그럴 때마다 조바심이 생긴다. 어차피 따라잡기도 힘든 사람들이라 애써 무시하고 달리지만 나만 혼자 발전이 없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걸 이겨내고 내 페이스대로 움직여야 하는데 마음이 자꾸 뜬다.
이번 대회에서 나의 목표는 오로지 하나. 1시간 안에 완주하는 것이다. 가장 잘했던 지난 기록이 1시간 7분 정도였건거 같다. 그것도 퍼져버린 두 다리를 붙잡고 죽기 살기로 달린 결과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여유 있고 가뿐하게 1시간 안으로 들어오고 싶다.
그리고 하나 더 조심해야 할 것이 부상이렸다. 요즘 욕심을 좀 냈더니 평소 아프지 않던 팔바닥 아치라던지, 발목에 약간의 통증이 있다. 혼자서 지식이 많지 않은 채로 하다 보면 분명 몸 어딘가가 삐걱일 수도 있다. 베테랑 러너들도 부상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천천히 달리는 초보들이라고 안전 할리는 없다.
그리고 중요한 체중관리.
나는 보통 체중이긴 하지만 러너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게 몸무게가 가벼울수록 좋다고 한다. 부상의 위험도 적고 기록 단축에 좋다. 단순히 기록에 너무 집착하는 거 같지만.. 맞다. 집착을 좀 해야겠다.
사실 목표를 세운다는 건 단순히 기록 단축 이상의 의미가 있다. 예전에는 ‘그냥 뛰다 보면 완주하겠지’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선에 섰다. 그리고 메달을 갖는 재미로만 달렸다. 그런데 어느 순간 조금 더 잘하고 싶고 좋은 성적을 내고 싶은 욕심이 커져서 여기까지 왔다.
늘 준비 부족으로 체력이 바닥나고, 후반부엔 다리에 쥐가 날듯 비틀거리듯 들어왔으니까. 기록보다 중요한 건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달리기’를 하는 것임을 그때는 잘 몰랐다.
이번에는 다르다. 비록 아직도 느리고 부족하지만, 두 달 넘게 흘린 땀과 발자국들이 나를 조금은 단단하게 만들었다. 훈련일지를 앱에 남기며 하루하루 쌓이는 기록을 보는 것도 은근한 재미다. 작은 성장이라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 달리는 발걸음에 의미가 더해진다.
앞으로 남은 3주 동안은 더 무리하지 않고, 지금까지 배운 자세와 페이스를 몸에 익히는 데 집중하려 한다. 결국 대회 날의 컨디션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지만, 준비 과정에서 느낀 성취감만으로도 이미 절반은 성공한 셈 아닐까 싶다. 중요한 건 꾸준히 달려온 나 자신을 믿고 칭찬하는 것이다.
그리고 출발선에 서는 그 순간, 나는 지난 두 달 동안의 나와 마주할 것이다. 결과가 어떻든, 이번에는 분명 후회 없는 레이스가 될 거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