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곡차곡 모으기
요즘 하루에 한 번은 러닝 커뮤니티 글들을 훑어보는 버릇이 생겼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글도 있지만 나름 배워가는 내용도 있고 재밌어서 읽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를 때도 있다. 나랑 비슷한 경험의 글도 올라오면 정독하면서 공감하기도 한다. 그런데 글마다 계속 보이는 단어가 있다. "나는 마일리지 000 뛴다", "마일리지 얼마나 되냐"처럼 마일리지에 관한 이야기다. 러닝에서 왜 마일리지를 찾나 했는데 금세 그 의미를 알게 되었다.
마일리지는 일정 기간 동안 달린 총거리를 말한다. 보통 한 달 단위의 마일리지로 얘기하곤 하는데 이걸로 그 사람이 어느 정도의 운동량을 갖고 있는지 판단한다. 단순히 몇 번 뛰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꾸준히 달렸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내가 본 글 중에 많은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100k 정도를 뛴다고 한다. 그러고선 나도 궁금해서 그동안 기록된 내용을 찾아봤다.
6월 달리기
나는 뛸 때 갤럭시 워치를 사용하기 때문에 삼성헬스에 기록이 된다. 앱을 열어보니 6월은 이제 막 뛰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그래서인지 화면에는 작고 귀여운 점 몇 개가 찍혀있다. 총마일리지는 30k 남짓. 지금 보면 이것밖에 안 했나 싶지만 저때의 나는 아침에 30분씩 뛰는 것도 꽤 힘들었었다.(지금은 안 힘들다는 게 아니다)
많이 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일단은 시작했던 3개월 전의 나를 칭찬하는 것으로 만족해야겠다. 정말이지 시작이 반이었다. 이렇게라도 기록이 있어서 지금이랑 비교해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좋긴 하다. 겨우 3개월 전인데 더 오래된 것처럼 아득하게 느껴진다.
6월은 해가 길고 아침부터 햇살이 강렬했던 시기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무렵은 이미 한낮 같은 아침을 뚫고 달리던 시절이었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해 보면 꽤나 시원해진 공기가 사랑스러워졌고 늦게 뜨는 해 덕분에 확실히 운동하기 좋은 계절로 들어온 게 분명하다고 느껴진다.
7월 달리기
그리고 7월로 넘어가면서 조금씩 시간을 늘려가면서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야금야금 달리다 보니 어느새 77k 정도를 뛰었다. 오호, 내 생각보다 꽤 많이 뛰었다. 단순히 30분씩 뛰다가 할만해지면서 40분, 50분, 이렇게 조금씩 늘려서 뛰었더니 마일리지가 꽤 쌓인 모습이다. (그 와중에 주말엔 악착같이 쉬었다)
7월엔 장마철답게 비가 많이 왔다. 흐린 날이 많고 굉장히 습하긴 했지만 흐렸기 때문에 오히려 조금이라도 시원함을(기분 탓이겠지만) 느꼈던 거 같다. 비가 제법 내렸던 셋째 주에는 주 3회 뛴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아무래도 야외 러닝이다 보니 쏟아지는 폭우를 견디면서 뛸 자신은 없었다.
아무튼 띄엄띄엄 뛴 거 같아도 77k를 달렸다면 8월에 100k는 문제없이 달릴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생겨버렸다.
8월 100K 달성
8월이 되자 여름이 더욱 깊어지면서 더위는 최고조였다. 낮에는 그야말로 푹푹 찌는듯한 더위가 계속되고, 밤엔 열대야로 에어컨이 없으면 잠들기 힘들었다. 새벽녘이 되어서야 겨우 30도 아래도 기온이 내려갔다. 그래도 어쨌든 나는 꾸역꾸역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갔다. 이번 달에도 주 3회 뛰는 목표는 계속 유지하고, 얼마 안 남은 9월의 대회 연습도 진행했다. 그렇다 보니 더욱 동기부여가 되어서 조금 더 멀리, 조금 더 길게 뛰게 된 것 같다.
이번 달에도 셋째 주에는 비가 많이 와서 두 번밖에 못 뛰었다. 주말은 달력이 깨끗한 걸 보니 또 열심히 노느라 안 뛰었나 보다. 그래도 한 달 실적을 보니 목표한 바는 이뤄냈다. 8월에는 거의 7~9k는 무난하게 뛰게 되었다. 하지만 월 중반까지는 '과연 다 뛸 수 있을까' 싶은 순간이 많았다.
왜냐면 덥기도 덥지만 비가 오는 날이 많아서 하루이틀씩은 연습을 미루기도 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주에는 너무 뛰기 싫었지만 얼마 안 남은 마일리지를 채우겠다는 목표로 겨우 나와 뛸 수 있었다.
결론은 사진처럼 마일리지 달성이다. 그리고 거기에서 무려 5k나 더 뛰었다. 차곡차곡 쌓인 마일리지를 보니 한 달간 열심히 운동한 내 자신이 괜히 뿌듯하다. 그래서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이 마일리지 이야기를 많이 하는구나 싶었다. 나 자신조차도 100k를 채우는 건 '꽤 할만했다'는 걸 체감했으니 말이다. 목표가 있으니 어느 때보다도 더 열심히 하게 되고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물리칠 수 있게 된다.
앞으로 마일리지를 더 늘릴지는 아직 모르겠다. 무작정 거리만 늘리다 보면 오히려 부상이나 지루함이 찾아올 수도 있으니까. 다만 분명한 건, 크든 작든 성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나를 계속 달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기록된 숫자를 보며 만족했다면, 이제는 그 숫자 뒤에 담긴 의미와 과정이 더 크게 다가온다.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나아졌다’는 작은 성취가 다시 내일 운동화를 신을 이유가 됐다.